[트루스 칼럼] 나와 너의 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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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저주의 사슬을 덮는, 구원의 가죽옷을 기다리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보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다. 긴 역사 속에 안타까운 비극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순 없겠지만, 그 중 단연 하나를 꼽자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여인이 선악과를 선택한 일이다.

나 자신이 마치 하나님처럼 되어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그리는 꿈. 우리와 함께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뜻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나님과 함께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에 마음이 동하여 선악과를 선택한 여인과, 이를 용납하고 받아들인 아담의 선택으로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죄'와 '저주'의 사슬에 얽매이게 된다(그러나 이 죄와 저주의 속박마저도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로 하여금 온전함에 이르게 하셨으니,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성경의 선악과 사건을 통해 나타나는 아담과 여인의 일련의 모습들은 단순 옛날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과오'에 대하여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죄와 저주가 임할 심판의 순간에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또한 죄와 저주가 임하여 구원이 필요한 때에 어떻게 하나님의 긍휼과 구원을 입어나갈 수 있는가?

역사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비극은, 아마도 가장 부끄럽다고 할 만한 그러한 변명과 함께 일어났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잘못에 대한 회피와 변명, 둘러대는 것은 어찌 보면 본능적인 것이다. 과오를 마주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기에 대부분 이를 회피하거나 변명을 한다.

나의 과오가 타인의 과오와 엮일 때, 더욱더 변명과 책임 전가의 유혹을 받는다. 아담 역시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명하신 유일한 명령을 어긴 자신의 과오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그는 남편으로서 아마도 역사에 최악이라고 남을 그런 변명을 했다. 여인도 비슷하다. 자신의 과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본인뿐 아니라 남편과 후손까지 저주에 이르게 할 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뱀이 꾀어 선악과를 먹었다"고 변명한다.

안타깝게도... 아담과 여인의 대답 및 변명 그 어디에도 우리와 함께할 세상을 그려오고 기대하며 바라오신 하나님의 상처받으셨을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부분은 없다. 나의 과오 혹은 다른 이의 과오로 인해 상처받으신 하나님의 마음은, 아담에게도 그리고 여인에게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러한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과오로 인해 상처가 커다랗게 남아 그 고통으로 아파하는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변명 및 회피로 일관한다면 그런 사람과는 그 누구도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없다. 그러한 관계는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을 거부한 죄와 저주의 사슬은 우리 모두에게 임하게 되었다.

죄와 저주의 영원한 사슬에 얽매이는 운명에 처한 그때, 아담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여인의 이름을 '하와'라 부른다. 하와의 뜻은 '생명', 또한 이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가 됨이다. 과연 그 여인에게 '생명' 혹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는 이름이 합당할까? 그녀를 통하여 '죄'가 임하였고 '저주'가 들어왔다. 그에 걸맞은 이름은 '생명'이라기보다 '죄'나 '저주'가 아닐까? 성경에 익숙한 많은 크리스천에게도 하와는 '생명' 혹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는 이름의 의미로 기억되기보다 그녀를 통해 '죄'와 '저주'가 임했다는 인상이 더 강할 것이다.

'생명', '모든 생명의 어머니'는 고귀한 자리이다. 존귀한 운명인 것이다. 원래 그런 존귀한 운명을 타고났으나 자신의 과오와 아내의 과오로 인하여 '죄'와 '저주'의 상징으로, 그녀를 통해 '죄'와 '저주'가 임하였다는 기록이 영원히 남게 될 아내에게 아담은 '하와'라 이름하여 부른다. 마땅히 '생명' 및 '모든 생명의 어머니'로 기억되었어야 할 운명에서 추락하여 '죄'와 '저주'의 통로로 기억될 그 여인을 보았던 그였다. 그러나 그 여인의 과오와 자신의 과오에 주저앉아 계속해서 아내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하와'라 이름 부르는 아담의 마음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까? 그 모습을 바라보셨을 하나님의 마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아마도 그 답은 창세기 3장의 바로 뒤에 연이어서 나오는,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창 3:21)'라는 구절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담이 여인을 비난하거나 버리지 않고 '하와'라 이름을 부르고 난 뒤에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다. 하나님께서는 마땅히 우리와 함께하시고, 영광 받으시고 또한 사랑받으시기에 합당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하였다. 마땅히 그랬어야 하지만... 대신 상처와 아픈 마음이 남으셨을 것이다. 하와는 마땅히 '생명'과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는 존귀한 운명을 입어야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였고, 대신 죄와 저주의 통로로서 그 자리에는 상처와 아픈 마음만이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아담은 차마 그녀 자신은 바라거나 생각지 못했을 '생명',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러준다.

아담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의 과오와 너의 과오로 감당할 수 없는 결과에 아프고 괴로운 마음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상처와 아픈 마음만이 남았을 하와를 보고 그녀의 과오를 더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것을 덮어주는, 그래서 더욱더 애달프고 아픈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그런 추락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서로를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나와 너의 과오를 끌어안아 상처받고 우는 마음인 아담과 하와의 모습에 하나님께서 구원의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이 아닐까?

말세에 고통하는 이때, 우리는 수많은 죄와 저주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하나님의 긍휼이 아니라면, 구원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위태로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를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가 아닌, 내 옆의 다른 이로부터 찾을지도 모른다. 이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나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거부하는 모든 것으로 인해 아직도 아파하실 하나님의 마음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죄와 저주의 사슬을 덮는, 구원의 가죽옷을 지음받을 수 있을까?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이르게 한 너의 과오를 탓하고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서, 나와 너의 과오를 끌어안아 우는 아픈 마음, 그 아픔으로 애통하여 우는 마음이 상처받으신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 하나님 앞에 상달될 때, 죄와 저주의 사슬을 덮는 그런 구원의 가죽옷을 지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구원의 가죽옷이 이제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박광희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청년단체 '트루스포럼'의 회원이며, 현재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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