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국과 양희송,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보수와 진보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비유한 표현은 바로 ‘두 날개’라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그저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고 공존하는 존재들이며, 그 양자가 모두 건강하고 활발할 때, 그들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 역시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사회와 기독교계는 이 양자 간의 대립과 갈등이 극심해, 단지 그 공동체들의 발전만 저해할 뿐 아니라 근본적 존재 자체까지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두 날개가 건강하게 날갯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해치고 끌어내리는 형국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고찰해 보자면, 가장 문제는 당연히 그 공동체 지도층과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도덕불감증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을 개혁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개혁과 정화를 실행하고자 할 때는 무수한 잡음과 마찰이 발생한다. 부패와 부도덕 못지 않게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소, 바로 소위 내로남불식 진영논리 탓이다.

조국 사태에 양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의 각종 비리 의혹과 부도덕한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와 좌파 세력들의 내로남불식 진영논리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각종 미디어 상에서 상대방을 향해 무수히 쏟아냈던 날카로운 비판의 말들이 그들 스스로에게 돌아오자, 그들은 지금껏 그들이 수구요 적폐로 비난했던 상대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으로 변명하고 비호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그들의 철옹성과 같은 오만과 독선이다. 조국 사태가 터지고 나서 청문회 개최 여부가 한창 논란이던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청문회 날짜가 안 잡히면 국민청문회를 검토한다”고 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민의 목소리”를 명분으로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현 정권의 열렬 지지자인 한 유명인사는 “야당들은 국적이 다르니 한국 국민들끼리 청문회 대찬성”이라고 호응했다.

물론 다수가 무조건 정의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국 사태가 터지고 나서 단 한 번도 조국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는데도 이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그들이 그들과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얼마나 증오하며 또 타도 대상으로 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 관계자들은 부인하겠지만, 바로 이런 측면에서 최근 기독교계에서 발생한 양희송 불륜 사건은 조국 사태와 꼭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불륜 사건이 터지고 나서 양희송 씨가 속해 있던 청어람ARMC 측은 약 한 달 간의 ‘조용한’ 조사 혹은 고민 끝에, 이 사실을 공개하며 그를 면직했다.

불륜의 상대는 누구였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그 기간은 어느 정도였고 어떻게 밝혀진 것인지 등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고,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 혹은 인사들도 거의 없다. 이사회도 잠잠하다.

그 꽁꽁 싸맨 정도가 과하긴 하나, 그 심정과 취지가 아예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됐든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가진 인사의 불륜 사건이 지나치게 이슈화될 경우, 해당 단체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의 이미지 실추와 선교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양희송과 그가 속했던 단체, 그리고 기독교 내 자칭 개혁 세력들)은 자신들과 반대 진영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해 왔었다는 점이다.

소위 보수 기독교계 지도자급 인사들에게서 도덕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들은 가히 관음증에 가까울 정도로 적나라하고 집요하게 그 실상을 까발리며 상대방을 그야말로 인격 말살 지경으로까지 몰아붙여 왔었다.

스캔들 사건을 빌미로 재정 조사까지 파고들거나, 당사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인신 공격과 압박으로, 해당 교회 혹은 단체에 와해 수준의 타격을 준 일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개혁 세력을 자처하는 수많은 단체와 인사들이 연대했었다.

그런데 자기 진영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그들이 보이는 아주 “조용하고 신사적인” 태도를 보면서, 양심 있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회의를 넘어 참담함마저 느끼고 있다.

한 마디로 그들은 그들끼리만 철저한 공동체 의식과 선민의식을 가진 채, 반대 진영의 기독교인들을 합력해서 선을 이뤄야 할 상대가 아닌 철저한 증오와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좌파의 민낯을 제대로 봤다고 말한다. 인지도 차이 때문인지 양희송 사건은 그 정도의 파급력은 없으나, 이 역시 소위 자칭 기독교 개혁 세력들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 양희송 사건은 기존의 보수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성범죄와는 다르다고 자위하거나, 당사자들이 모범적인 대처를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고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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