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어떤 인물인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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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칼럼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권혁승 박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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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속의 아들 이삭의 출생

사라를 통하여 아들이 태어난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에게 분명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위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려할 신뢰의 문제였다. 드디어 아브라함에게는 25년이라는 양적인 시간(크로노스)이 지나가고 아들을 낳게 되는 성취의 질적인 시간(카이로스)이 다가왔다.

창세기 18장에 의하면, 이삭의 잉태 소식을 전해준 하나님의 천사는 세 명의 손님 모습으로 아브라함을 방문하였다. 아브라함에게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 이들은 이삭의 잉태와 출생 소식을 알려주었다. 왜 이삭의 출생 소식이 손님접대와 밀접하게 연관되었을까? 그것은 아브라함의 성숙한 모습이 손님을 접대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막이나 광야에서 생활하는 유목민들에게 나그네 접대는 무엇보다 우선하는 사회관습이었다. 사막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나그네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그네에게 사막 유목민들의 환대는 생명 보호를 위한 기본적 사회장치였다.

그런데 성경이 소개하는 아브라함의 손님접대는 특별하였다. 그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그들이 하나님이 보낸 천사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히 13:2) 아브라함은 부지중에 천사들을 접대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평상시에도 그가 손님을 그렇게 대접하였음을 보여준다. 곧 그의 손님 접대는 성숙한 신앙과 인격의 외적 표현이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가 나그네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이다.  

손님들은 예고도 없이 방문하였다. 아브라함은 손님들에게 달려가 몸을 땅에 굽힌 자세로 영접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잠시 쉬어갈 것을 강권하였다. 아브라함은 시종일관 손님을 주인처럼 대하고 자신은 종처럼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주'라고 불렀으며,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그들 곁에 서서 시중을 들었다. 아브라함은 고운 가루로 떡을 만들게 하고 기름진 송아지로 요리를 준비시켰다. 고운 가루로 만든 떡이나 살진 송아지 고기는 당시 최고의 음식이었다. 손님들을 겸손하고 친절하게 접대하는 자세 속에서 그의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브라함의 그런 모습이 있기 까지 하나님은 이삭의 출생을 지연시키신 것이다.

성경은 이삭의 출생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창세기 21:1-2에는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서 아브라함의 나이가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대로 아들이 태어났다고 하였다. 이것은 이삭의 탄생이 자연적인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약속에 의하여 놀라운 성취임을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아브라함이 그동안 지켜온 믿음과 인내에 대한 보상이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아들 이름을 '이삭'이라고 불렀다. 그 의미는 '웃음'이란 뜻이다. 아들이 태어난다는 하나님의 약속 앞에서 아브라함과 사라는 모두 '웃음'으로 받아들였다.(창 17:17; 18:12) 그때의 웃음은 하나님의 약속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  웃음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지나친 격차로 생겨난 공백을 드러내는 웃음이었다. 하나님은 그런 웃음을 즐거움의 긍정적인 웃음으로 바꾸어 주셨다. 이삭의 탄생은 아브라함에게 믿을 수 없는 기적적인 놀라운 성취이며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신이 약속하신 것은 무엇이라도 이루어 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보여준 놀라운 사건이었다.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으로 존재하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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