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영 교수, 성산포럼서 미국 ‘낙태금지법’ 현황 소개
형법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20년 말까지 관련 법을 제정해야한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낙태 관련 법안을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장지영 교수(이화여대 서울병원 건강증진센터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 이화여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21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10월 포럼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마련될 낙태 관련 법안은 미국처럼 사문화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낙태 반대법안 추진 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낙태금지법안은 크게 ‘낙태의 불법화’, ‘태아 심박동 감지 시 낙태 금지’, ‘재태연령 18주 경과 후 낙태 금지’, ‘Dilation and Evacuation Ban’의 4가지 유형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낙태 법과 관련 주요 쟁점은 '허용 시기'와 '사유'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미국의 50개 주 중 11개 주에서 낙태금지법안이 통과됐다. 이러한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복음주의 가치, 생명에 대한 가치 확립이 있다”며 “법안이 통과된 주는 흔히 복음주의 기독교가 강한 주”라고 했다.
태아의 생명권, 여성의 안전, 알 권리 확보
장 교수에 따르면 조지아주, 켄터키주, 루이지애나주, 오하이오주, 미시시피주를 비롯해 낙태금지법안이 통과된 대부분의 주는 시기적으로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알라바마주는 거의 모든 시기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비교적 낙태 허용 시기가 긴 아칸소주와 유타주는 재태연령 18주 경과 후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낙태의 일반적인 허용 사유는 △자연유산 △사산된 태아 △자궁 외 임신 △의학적 응급상황 △강간 △근친상간 △태아의 기형(치료 불가능한 염색체 이상, 소생 가능성이 없는 태아) △정신과적·심리적 문제였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현재는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기형이 있다 하더라도 생존 불가의 경우가 거의 없고, 치료도 가능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일에 대해 낙태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장 교수는 “오하이오와 미주리 주가 다른 주보다 법안이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평가하며 두 주의 낙태 금지 법안에 대한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오하이오주는 태아의 심장 박동을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 출생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의학적 지표(임신낭 내 심장 활동이 감지되지 않는 경우 체외 임신의 약 90%가 임신 1분기에 생존하지 못함,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된 후 95~98%의 태아가 만기까지 성장)로 보고, 여성의 건강 보호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적법하고 근본적 권리임을 인정한다. 또한 인간의 수정에 대해 전인적이고 유전적으로 고유한 개체가 된다고 보며 배아기의 인간 개체 및 성인기의 인간 개체는 자연적으로 동일하고 생물학적 차이는 성숙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본다.
오하이오주는 낙태의 허용조건(의학적 응급상황 또는 의학적 필요에 의한 경우)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낙태 예정 최소 24시간 전까지 산모와 의사의 개별 상담 및 정보 공지가 의무(충분한 질문 기회 및 필수 정보 제공)이며 이때 특정 낙태 시술의 성격과 목적 및 시술과 관련된 의학적 위험, 배아 또는 태아의 재태 연령, 만기까지 임신을 유지할 경우 발생 가능한 의학적 위험, 낙태를 시행 또는 유도할 의사의 이름, 주정부에서 발행한 배아/태아에 대한 정보, 낙태 외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태아 심박동이 감지되는 경우 설명 후 동의 요건 준수해야 하고, 의사 또는 기관에서 낙태 전 산모의 인증 내용과 서명이 담긴 서류의 사본 등을 확보 해야 한다. 이밖에도 태아의 심박동 확인 의무와 태아 심박동이 관찰되는 경우의 낙태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주리주는 다른 주보다 낙태 전 상담과 동의 및 낙태 보고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법안이 마련돼 있다. 미주리주는 낙태 전 산모가 강제로 낙태를 권유 당하고 있는 강제 낙태 피해자가 아닌지를 확인할 것과 낙태 전 상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인간의 생명은 잉태한 순간부터 시작된다'라는 것과 '낙태는 개별적이며 살아 있는 귀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임을 설명, 임신 말기까지 2주 간격으로 태아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성과 임신 시기별 낙태 방법에 따른 단기, 장기적 의학적 위험에 대한 정보 및 낙태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미주리주는 재태 연령 22주 이상의 태아에 대한 법안을 따로 두고 있다. 재태 연령 22주 이상 태아는 통증 수용체, 척수, 신경관, 시상 및 대뇌피질을 포함한 고통을 감지하는 해부학적구조를 지니기 때문이다.
의사·남성의 책임 법제화 및 정보 관리
또 장 교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낙태 허용 조건을 위반하여 낙태를 시행했을 시 임부가 처벌을 받지 않고 의사가 처벌을 받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아 심박동 검사를 하지 않거나 태아 심박동이 있음에도 낙태를 시행하는 등 낙태 허용 조건을 위반하여 낙태를 시행했을 경우, 또한 산모가 기술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거나 설명 후 동의 양식에 서명하지 않고 낙태가 행해진 경우에 의사에게 민사뿐 아니라 형사적 책임이 부여되고 조치가 행해지는 주는 조지아주, 오하이오주, 켄터키주다. 조지아주는 임부 승소시 불법행위법(Torts)이 관장하는 모든 배상책임에 근거하여 민사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 오하이오주와 켄터키는 임부 승소시 1만달러에 상응하는 배상 (민사)법원 비용 및 변호사 비용을 배상해야 한다.
이밖에 주에 따라 낙태를 유도 또는 시술한 의사가 보건부가 요구하는 규정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공공·민간 서비스와 지원 범위를 명시하고 프로파일 자료 제작 의무화 및 낙태 시행에 대한 보고 의무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주 정부의 통계관리가 법제화 돼있다.
특히 장 교수는 “아버지의 태아 부양 책임은 일부 주에서만 법 조항에 명시하지만, 남성의 아이 부양 의무는 매우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아이의 친부로 확인된 경우, 결혼, 양육권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 의무 부여된다”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자녀 부양 기간이 끝나더라도 기한의 만료가 없는 구상권 발생하고 처벌 조항이 따라오고, 각 주법 조항의 제한과 무관하게 이사를 하더라도 효력이 지속된다. 또 파산 재판을 포함한 모든 재판의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단, 피부양자가 부양자의 물리적 상황에 변화가 생긴 사실을 통지 받고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에서의 남성 부양 의무도 살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운전면허 정지 △월급 압류 △벌금 및 징역형 부과 △여권 발급거부 및 효력 중지 △해고(현역 군인일 경우), 영국은 △운전면허 취소 및 정지(최대 2년) △재산압류 및 경매 △구속(최대 6주), 캐나다는 △배, 비행기 등 운항 자격증 발급 거부 및 효력 중지 △강제 징수(워급, 연금, 환급대상 소득세 등에서 차감) △벌금 및 징역형 부과(최대 $5000 또는 6달, 또는 모두 부과) △여권 발급거부 및 효력 중지 △노역장에서 노역(주에 따라 다름) 등의 처벌 내용을 둠으로써 남성의 양육 책임을 법제화 했다.
이에 장 교수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와 달리 우리나라는 남성 책임에 대한 법제화는커녕 오히려 남성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는 법이 통과된 상태이기에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법은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마련되는 법은 미국처럼 법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시발점이된 성산의료윤리연구회는 1995년 11월 한국기독의사회와 누가회의 기독 의사들을 주축으로 결성하여 매월 한 차례 정기적인 연구모임을 갖다 지난 1997년 성산 장기려 선생 기념사업회와의 협력으로 설립됐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기독교 정신과 성산 장기려 선생의 생명의료윤리관을 바탕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고취하고 올바른 생명윤리관의 확립과 생명윤리 의식 확산을 위하여 연구, 교육 및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