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진국 도입한 ‘비밀 출산제’ 우리도 시행해야”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해외 사례 살피며 국내 발의 법안 소개

▲엄주희 부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신의 기자
▲엄주희 부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신의 기자

엄주희 부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국가생명윤리정책원)과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 21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10월 포럼에서 ‘비밀 출산제 법안’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명진 소장은 “얼마 전 한 여대생이 화장실에서 아이를 분만하고 그 아이를 앞마당에 묻은 사건이 있었다. 이와 같은 영아 유기 사건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며 “비밀 출산제 법안이 도입되지 않으면 미혼모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낙태하거나 영아 유기를 하는 사태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엄주희 부소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버려지는 아이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낙태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임신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했다.

엄 부소장에 따르면 현재 ‘비밀 출산제’ 관련 법안은 두 번의 간담회와 공청회를 가졌다. 엄 부소장은 “첫 간담회 때는 주사랑공동체 교회와 입양부모회에서 좋은 의견을 주셨고, 공청회에서는 법무부 법무심의과실 검사, 가정법원 판사, 여성가족부 가족지원 과장,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 등 다수의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의견을 주셨다”며 “법무실까지 의견을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현재 국회에 수정된 법안이 올라갔다. 현재 비밀 출산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엄 부소장은 “제가 연구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1년 3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었다. 이 수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고민을 외국은 어떻게 해결했을지 그 배경을 연구했다. 그런데 ‘비밀 출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의 수가 우리나라 베이비 박스에서 버려지는 수보다 적은 수였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밀 출산’은 친모의 정보를 전혀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며 “임신 여성에게 자신의 성명, 생년월일 및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정부에서 관리하고, 외부에는 본인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가명으로 출산 지원 시설 등에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가명성이 보장되어야 신생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출산하고 맡길 수 있다. 진정한 신분은 감추고 정부가 관리한다”고 했다.

엄 부소장은 또 “이 부분은 외국에서 법적 논란와 윤리적 논쟁이 있던 부분이다. 아이가 부모를 모르는 채로 자라면 정체성에 굉장히 큰 혼란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는 유앤의 아동권리협약에 나오는 근본이 되는 기본 권리인 알 권리”라고 말했다.

▲‘비밀 출산제’와 관련된 해외 법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비밀 출산제’와 관련된 해외 법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는 아이가 성인인 16세가 되면 생모의 신원을 청구하고 법원의 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으면 생모의 정보를 터득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생모가 공개를 허가하지 않으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아이가 유전학적 질환의 정보가 필요한 상황 등에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아이의 출생의 기원을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본인의 신상을 밝히지 못하는 사유를 가진 친생모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양자를 균형있게 보장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명진 소장은 “친모나 친부가 원하지 않을 경우 정보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생되는 문제가 굉장히 크다”며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이후 입양 수가 더욱 떨어졌다”고 했다. 그 이유는 생부모나 이들의 3촌 이내 친척 중 누구라도 입양 가족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밖에도 엄 부소장은 독일과 체코 등의 ‘베이비 박스’와 미국의 ‘세이프 헤븐’에 대해 소개했다.

엄 부소장은 “체코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베이비 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했냐고 물었더니, 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 공원에 아이가 버려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시장이 한 명이라도 살리고자 이렇게 설치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 후 시청 앞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기 수는 대여섯”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명진 소장이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친모와 친부의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엄 부소장은 “비밀 출산제 법안을 통해 국가의 보호 책임을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기독교 정신과 성산 장기려 선생의 생명의료윤리관을 바탕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고취하고 올바른 생명윤리관의 확립과 생명 윤리 의식 확산을 위해 연구, 교육 및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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