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성령의 열매, 예수 그리스도의 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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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74)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2-24)

성령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성령의 열매(καρπος; 단수)는 한 성령 안에서 자라나는 것으로서, 이는 성령의 품성 그 자체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성령의 열매란 거듭난 이후 우리 영혼 속에 영으로 거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품성이다. 여기에 아홉 가지로 표현된 인격적 품성들은 모두 예수님께서 지니신 품성의 특징이다. 그러기에 열매들이라는 복수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22-23절).

예를 들어 어떤 고상한 인격을 지닌 사람의 성품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사람은 온유해, 겸손해 등으로 표현한다. 즉 이 품성은 한 인격체의 품성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성령의 열매는 한 하나님의 품성이다. 한 성령을 품고 살아갈 때, 우리의 인품 속에는 자연히 성령의 품성인 이런 특성들이 모두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 안에서 더욱 깊이 그분을 따르게 되면 될수록 성령의 열매는 더 크고 탐스럽게 자라난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엡 4:13) 충만하게 자라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성령의 인도하심을 잘 따르면서 살아갈 때, 여기에 나오는 열매들이 제각기 불쑥불쑥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열매는 나오는데 또 어떤 열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이 없다. 이런 경우는 성령의 나타남(고전 12:4-11)에도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한 성령을 품고 살아갈 때, 우리의 인품 속에는 자연히 성령의 품성인 이런 특성들이 모두 나타나게 된다. 단, 그 사람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어떤 열매가 특히 두드러지게 자라나기도 할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충성의 열매는 넘치는데 사랑의 열매는 없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떻게 한 분이신 성령의 품성이 나뉠 수 있는가? 필요한대로 성령의 품성은 우리의 인격 속에서 나타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아름다고 덕스러운 인품과 능력 있고 지혜로운 삶을 향해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성령의 열매를 대항하여 금지할 법은 이 세상 어떤 종교에도 또 어떤 나라의 법에도 없다(23절). 이 말씀의 의미는 우리가 율법이나 도덕이나 법도를 잘 모른다 할지라도, 예수님을 사랑하여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이는 온 세상 모든 법을 다 이루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온전한 사랑은 모든 법을 다 이루는 것이다.  

"십자가에 못박았느니라"(24절)는 이 표현은 대부분의 십자가에 못박힌 표현이 수동태로 되어 있는 반면, 적극적인 능동태로 되어 있다(εσταυρωσαν). 이것은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수동태의 진리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고백하고 활용해야 할 것을 단호하게 지시하고 있다. 이미 육체의 일과 성령의 열매는 분명해졌다. 누구든지 육체의 일을 행할 소도, 성령의 열매를 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신자 자신의 결단이다. 이 구절은 이러한 신자의 흔들리지 않는 결단을 촉구한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갈 5:25-26)

성령을 좇아 행하라(walk, 16절),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be led, 18절), 성령으로 살면(live, 25절), 성령으로 행할찌니(walk by rule, 25절)- 행하다(περιπατειτε), 인도 받다(αγεσθε), 살다(ζωμεν), 행하다(στοιχωμεν)는 이 네 동사는 모두 현재형으로 되어 있다. 이는 성령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단회적인 체험이나 기도의 몰입 체험 또는 일정기간동안 세상과 격리된 수도생활 등으로 인해서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대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란 순간마다 지속되어져야 할 일상 속에서의 경건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헛된 영광을 구함, 서로 선동함, 서로 질투함(26절)과 같은 육체의 일들은 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지 않고 사람의 힘을 의지한 결과로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주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범하기 쉬운 일들이다. 그런가 하면 결론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방심하여 빠지기 쉬운 죄의 목록이기도 하다.

성령의 주되심에 순복하는 삶을 살아갈 때,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품성이 나타나는 것은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 모든 열매는 다 주님의 품성이기 때문에, 단지 그분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갈 때 그분은 자신의 품성을 우리 인격 속에 열매 맺게 하신다.

이것이 인격적인 면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일이다. 어떤 도덕적인, 윤리적인 규범과 실천 그리고 계율에 의해 자신을 복종시키며 살아가는 삶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ego)으로 부풀어 있는 삶을 살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전 존재를 주님 앞에 복종시키고 오직 순간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과 동행할 때, 주님의 품성은 우리의 삶의 순간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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