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기독 정당, 원내 진출 가능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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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휴대폰 플래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진영 기자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휴대폰 플래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 정당은 원내 진입이라는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이다. 기독교 정당은 제16대 총선부터 5번에 걸쳐 사랑실천당, 기독자유당, 기독민주당, 기독당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회 원내 진출을 시도했다. 우리나라 70년 정치사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것은 기독 정치인들이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로 나서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있지만, 인재 양성이나 영입, 그리고 공적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또 “‘정교분리’를 내세워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느냐”는 관념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꽉 차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초기 선교사들이 일본강점기 선교의 유익을 위하여 뿌려놓은 ‘정교분리’라는 벽과 한계에 부딪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보수적인 한국교회는 1970-80년대 군사정권에 맞서 현실참여로 예언자적인 사명을 감당한 목사들을 향해 ‘정치 목사’로 매도했다. 대신 그러면서 이들은 권력의 주변을 맴돌며, 온갖 혜택을 누리는 기득권자가 되었다.

기독 정당의 출현은 기존 정당이나 기독교 국회의원들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120여명이나 되지만, 이들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성직자 과세, 동성애 포함 차별금지법, 낙태와 안락사 이슈 등에 대해 한국교회와 채널을 소통하거나 그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못한 책임이 있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교인 대부분은 교회나 목회자가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사실 기독교인 대부분은 “나라가 어려운 때 하나님께 기도하면 됐지, 목사가 무슨 정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므로 기독 정당은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좋은 인재를 내놓아야 한다. 교회나 목회자들은 정치 일선에 참여하지 않되, 여러 모양으로 도와야 한다.

교회와 정치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교인들이나, 기독교 정당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부정적인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목회자가 정치를 하려면 당연히 목사직을 사임한 뒤, 정치인이 되어서 하면 된다. 그렇게라도 벽을 깰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맞다.

기독 정당은 낡은 정치판을 재현하는 방식으론 안 된다. 새롭고 신선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기독 정당이 확실히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있다. 한국의 정치 위기가 필요조건이고, 지지의 확장성이 충분조건이라 볼 수 있다. 지지 확장성을 위해서는 정의사회의 암초인 황금만능주의로 인한 양극화와, 권위주의 타파를 통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끌어낼 리더십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독교 정당들을 보면, 이런 리더십을 위한 충분조건 결여, 호소력 있는 정책 제시 실패, 기독교 정치철학의 부재, 인재 양성이나 영입 실패 등을 보여주고 있다.

준비된 정책팀 없이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떴다방’처럼 이벤트적이다. 필자와 견해가 다르지만 기독교의 정치 세력화라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 면에서 동의하지는 않는 이유이다.

조국 교수 사건으로 국민들의 반감이 심할 때, ‘국민혁명 대표의장’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 집회를 통해 명분과 대세를 잡았다.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전광훈 목사는 확실히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문재인 탄핵’이라는 카드를 흔들며, 극우 보수를 지향하는 우리공화당이나 애국당을 확실히 제쳤다. 특히 대중적 인기를 지닌 장경동 목사까지 앞장서 합류하면서 생각 외로 반응이 있다.

기독 정당, 가능성이 보인다. 아마 현재 기독자유당(대표 고영일)과 기독당(대표 김현욱)이 상승 기로에 놓이지 않았나 싶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기독교 정당이 원내진입으로 주목받을 것 같다.

2016년 선거에서 전체 2,443만 746표 중 기독자유당 득표율은 2.63%로 62만 6,853표를 얻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할 수 있는 3%를 아깝게 넘기지 못했다.

기독당도 득표율 0.54%(12만 9,978표)를 기록했다. 1%도 안 되지만,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21개 정당 중 9위에 올랐다. 70년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기독당의 저변도 만만치는 않았다.

두 정당이 합쳤을 경우 75만 6831표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기독 정당이 기존표에 일반표까지 가져오는 상승 효과로 인해 150만표를 전후할 것으로 예상되며, 5석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전망한다.

▲이효상 목사.

▲이효상 목사.

기독 정당의 고질적인 병은 ‘분열’이다. 매번 선거에서 분열은 표 분산으로 이어진다. 벌써부터 기독 정당이 2개로 나뉨에 따라, 또 다시 기독교 표심이 분산돼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몇몇 인사들이 또 다른 기독교 정당을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독교의 원내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처럼, 기독교 정당의 난립은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며, 정당의 모습을 우습게 만드는 공적이 될 것이다.

기독 정당에 전직 장관, 전직 국정원장, 공천에 탈락할 인사 등 명망가나 정치에 뜻을 둔 이들까지 줄서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여기에 김동길 박사, 조갑제, 이재오, 이영훈, 김문수, 전원책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혁명 정치학교’까지 개설하며 인재들을 모으고 있다. 개신교가 극우정치에 말릴 수 있는 충분한 위험성과 가능성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개신교가 극우집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과 비(非)개신교인 1,000명을 패널로 활용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10월 30일 발표한 ‘2019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개신교인 79.5%가 반대 입장을 보인데 비해, 찬성은 5.2%에 그쳤다. 보통 혹은 모르겠다는 응답은 15.2%였다.

이렇듯 오늘 기독교인 중 80%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 정치세력화의 꿈을 이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독교인 1천만명 시대를 맞아, 기독교의 정치세력화는 필연적이라는 정치 목사들의 머리는 뜨겁지만, 성도들의 가슴은 싸늘하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한국교회가 그만 표류하고 갈 길을 찾게 되길 함께 손 모아 기도한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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