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76)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이란 우리 마음의 기능들, 예를 들면 직감, 양심, 지각, 감정, 또는 의지 등의 기능을 통해 성령의 나타남이 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의 영혼이 온전히 그리스도께 헌신하여 중단 없는 성령의 임재 의식 속에서 살아갈 때, 고린도전서 12장에 열거된 은사 중에서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그리고 영들 분별함이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으로 주어질 수 있다.
지혜의 말씀이란 하늘에 속한 지혜로서 경건과 삶에 있어서의 진리가 깨달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 연구나 묵상 중에 또는 말씀을 전할 때 또는 성도들에게 권면할 때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잘 나타난다.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나는 베드로의 설교는 성령께서 주시는 초이성적인 지혜의 말씀으로서, 이 일로 인하여 예루살렘에 큰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결실이 나타났다. "스데반이 지혜와 성령으로 말함"(행 6:10)으로 핍박하는 자들이 능히 대답할 말이 없었으며, 이어지는 사도행전 7장의 스데반의 설교 또한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천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큰 빛을 받고 쓰러졌을 때 예수께서는 그에게 나타나 다음과 같은 지혜의 말씀을 나타내셨다.
"일어나 너의 발로 서라 내가 네게 나타난 것은 곧 네가 나를 본 일과 장차 내가 네게 나타날 일에 너로 종과 증인을 삼으려 함이니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서 내가 너를 구원하여 그들에게 보내어 그 눈을 뜨게 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고 죄 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 하더이다"(행 26:16-18)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들에게는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설교문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그 설교에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없으면 그 설교는 죽은 설교라고 할 수 있다. 교회에서 상담과 양육을 하는 이들에게도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지혜의 말씀을 통해 영적인 열매를 거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식의 말씀이란 성령의 감동 가운데 초이성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환경 또는 사건의 가려진 내막이 깨달아질 때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이성과 상식과 경험을 통하여 설명할 수는 없으나 초월적인 성령의 나타남을 통해 비밀을 분명히 알게 된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아나니아라 하는 사람이 그의 아내 삽비라와 더불어 소유를 팔아 그 값에서 얼마를 감추매 그 아내도 알더라 얼마만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 베드로가 이르되 아나니아야 어찌하여 사탄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 네가 성령을 속이고 땅 값 얼마를 감추었느냐 땅이 그대로 있을 때에는 네 땅이 아니며 판 후에도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냐 어찌하여 이 일을 네 마음에 두었느냐 사람에게 거짓말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로다 아나니아가 이 말을 듣고 엎드러져 혼이 떠나니 이 일을 듣는 사람이 다 크게 두려워하더라 젊은 사람들이 일어나 시신을 싸서 메고 나가 장사하니라 세 시간쯤 지나 그의 아내가 그 일어난 일을 알지 못하고 들어오니 베드로가 이르되 그 땅 판 값이 이것뿐이냐 내게 말하라 하니 이르되 예 이것뿐이라 하더라 베드로가 이르되 너희가 어찌 함께 꾀하여 주의 영을 시험하려 하느냐 보라 네 남편을 장사하고 오는 사람들의 발이 문 앞에 이르렀으니 또 너를 메어 내가리라 하니 곧 그가 베드로의 발 앞에 엎드러져 혼이 떠나는지라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죽은 것을 보고 메어다가 그의 남편 곁에 장사하니 온 교회와 이 일을 듣는 사람들이 다 크게 두려워하니라"(행 5:1-11)
사도 베드로에게 지식의 말씀이 주어졌을 때 그는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성령을 속이고 교회 앞에 드릴 돈의 일부를 가로챈 일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이런 지식의 말씀이 주어질 때는 종종 환상이나 직감적인 영상 또는 지울 수 없는 확신이 동반되곤 한다. 물론 이런 일은 논리적이거나 계산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초이성적으로 주어지는 성령의 나타남이다. 성령께서 나타내시는 지식의 말씀에 대해 실제의 예를 든다.
<case> 한 교인의 소개로 어떤 여인을 만나 상담하게 되었다. 그 여인은 전에는 한때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남편과의 불화로 자살 직전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교회 로비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여인이 처음에는 속에 있는 말을 잘 꺼내놓지 못하다가 시간이 좀 흐르자 자신의 어려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여인이 얼마 말을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내 마음 속에서는 여인이 남편하고 갈등이 시작되게 된 배경이며 가정적 불화의 요소들이 선명하게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그 여인이 지닌 모든 문제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확실한 길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그 여인의 말을 들어주다가 기회를 틈타서 입을 열었다. 필자는 여인의 과거 가정생활에 대해 제가 마음속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며 또 여인의 내면 속의 심리적 문제 등을 분명한 어조로 말해 주었다.
여인은 한편으로는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감격하면서 나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리고 그 상담은 불과 30분도 되기 전에 진지한 회개와 치유의 기도로서 성공적으로 끝났다. 현재 그 여인은 남편과 함께 교회에 출석하면서 성가대원으로서도 열심히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