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or 행동’ 그리스도인들의 ‘나쁜 정치’ 대응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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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9] 정교분리 원칙의 바른 이해

▲정성욱 교수.

▲정성욱 교수.

미국이나 한국이나 오늘날 정치권은 여러가지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적 가치, 신앙적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압도적으로 그를 지치하였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보수적, 신앙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약속을 나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돌출적인 말이나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은 어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불법적 탄핵이었음이 더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심각한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좌파 열혈 세력도 상당수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의 정국이나 지지도로 볼 때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짧게나마 필자가 보는 현 시국에 대한 단상이었다. 문제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정치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두 가지 극단적인 관점이 혼재한다. 하나는 ‘절대 기도주의’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정치적 참여나 정치적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해서도 안 된다. 다만 하나님이 세우신 위정자와 정권을 위해 열심히 기도할 뿐이다. 이 관점은 어느 정도 성경적 근거가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성경 전체의 가르침을 통전적으로 묘사하는 관점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른 관점은 ‘절대 행동주의’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기도만 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 실례로 집회나 시위에도 역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심지어 이 관점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기독교가 원하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인이 행동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시위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서 실제적인 정치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정치적 수단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그렇다면 성경의 가르침을 통전적으로 제시하는 균형잡힌 관점은 무엇인가?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양 극단을 배제하면서 성경이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통합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첫째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도해야 한다. 위정자들과 정권을 잡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정의와 거룩의 정치를 펼치도록 기도해야 한다. 이것이 일단 그리스도인들의 일차적 책임이다.

디모데전서 2장 1-2절은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기도하는 것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둘째로 정부와 위정자들에 대해 경고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국가의 법률보다 더 상위에 있는 하나님의 법을 어길 때,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고는 그들에 대한 정죄적 태도라기보다, 그들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태도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구약 선지자들이 주로 취했던 정치적 참여 방식이었다. 그리고 세례 요한 역시 헤롯의 악함을 경고한 바 있다.

예수님은 정치적 인물을 들어 경고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당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을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을 매우 신랄하게 경고하고 책망하셨다. 당시 이 종교 지도자들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들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정자들과 정부가 교회의 경고를 무시할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차원으로 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세 번째 정치 참여 방식은 바로 저항이다.

이 저항은 물론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저항은 집회나 시위의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저항이어야 한다.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성도들이 잘못된 정부와 위정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으며, 이 저항은 주로 국가의 공무원직을 감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연히 그 저항은 비폭력적이어야 함을 칼빈도 강조했다.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제 치하의 3.1 만세운동 같은 것이 비폭력적 저항의 좋은 실례라고 할 것이다. 또 불법탄핵 이후 일어난 태극기집회 역시 비폭력적 저항의 또다른 좋은 실례이다.

다시 말하면 기도와 경고와 비폭력적 저항이라는 형태로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적 참여를 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정부와 위정자들의 폭정을 막고, 신앙의 자유를 지키고, 성경적인 가치가 실현되게 하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개신교 전통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많은 오해의 대상이 되어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 원칙을 언급하면서, 교회는 정치에 대해서 일체 간섭하거나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철저한 오해다. 도리어 정교분리 원칙은 정치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명하는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정권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원리이다. 그리고 정치 권력이 양심을 억압하고 신앙을 박해할 때는 정당한 방식으로 경고하고 저항할 수 있음을 천명하는 원칙이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기도와 경고와 비폭력적 저항의 방식을 통해 정치 참여의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완성된다고 믿지 않는다. 그저 하나님 나라에 조금씩 근접해 갈 뿐이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여전히 주님의 재림을 통해 실현될 종말론적인 것임을 반드시 기억하고, 지나친 낙관주의나 이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철저히 현실에 붙박힌 거룩한 행동주의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선택해야할 길이다.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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