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미니스트리 대표 김창근 목사
우리 주변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발달장애인들. 그런데 왜 교회에서는 보기 힘들까? 스물 두 살까지 고등학교를 다니며 적절한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학생들은 졸업 이후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만일 우리 교회에 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온다면, 누가 그리고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선천적이던 후천적이던 장애는 더 이상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감추거나 숨겨야 하는 부끄러운 사실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에서는 장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주 한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크리스천 비영리 기관인 '원미니트스리(One Ministry)' 김창근 목사를 만났다. 2017년 3월, 원미니스트리를 발족한 이후 발달장애인 가족들과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바람을 들어봤다.
"슈가로프한인교회 사역을 하던 중, 발달장애인 예배 시간에 말씀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장애인에 대해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청중에 대한 이해없이 말씀을 전하게 됐어요. 일단 마음이 몹시 불편했고, 하나님 앞에 죄송하고 힘들었어요. 얼마 후, 담당 전도사님이 사임하셔서 계속 말씀을 전하게 되면서, 장애인에 대해 공부하고, 다른 사역지도 탐방하면서 부족함을 더 느끼게 됐죠. 무엇보다 사회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목사니까, 특별하니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저들의 아픔에 맞닿았다면, 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심정을 느꼈다면 저처럼 했을거에요. 힘들고 어려워도 한번 둔 사랑, 그 마음을 붙들어 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왜 여러가지 장애인 사역 가운데 '발달장애'인지 물었다. 그는 가장 다루기 힘들고 함께 하기 힘든 분야가 발달장애라고 했다. 교회 안에서 청소년기 이후 발달장애인을 보기 힘든 이유도 보통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보니 성장한 이후 더 집 안에만 고립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의 특수성을 고려한 몇 가지 사역 이외 다른 사역은 통합사역을 추구하며, 장애인들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형식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배우고 만들어 가고 있다.
"장애인 전도율이 1% 미만인 걸 아세요? 미전도 종족이고 선교지와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는 더욱 심각하고요. 안타까운 것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가 믿는 분들이라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데리고 교회를 가도 당장 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케어도 안되는 상황에서 괜히 눈치도 보이고 미안한 마음에 발걸음 하지 못하는 거죠. 장애인 사역의 대상은 비단 장애인들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확장되야 합니다. 이들 모두 영적으로 육적으로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한 전도 대상자들입니다. 장애사역을 하면서 복음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복음전파가 한 영혼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되야 한다면, 비록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아픔과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고 복음 아닐까요."
원미니스트리 사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똑같은 초점으로 맞춘다. 가령 한글을 배우는 '꿈글학교'의 경우 장애인 학생, 비장애인 학생이 함께 배우고 동시에 비장애인 교사와 봉사자도 함께 한다. 보이지 않게는 장애인 가족을 상담하고 돌보는 것도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생각처럼 이상적으로 하나되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여느 공동체처럼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로 인해 야기된 서로에 대한 오해, 불평이 있고, 가끔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보듬어 하나되길 바라시기에 이런 자리로 부르셨다는 것에는 모두 같은 마음이다.
'예배선교사역', '교육사역', '복지사역'이라는 밑그림을 그려 놓고, 아주 어릴 때부터 성인기를 넘어 노년기까지 전 생애주기별 발달장애 사역을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다. 어릴 때는 꿈글학교와 애프터 스쿨 사역으로 돌봄을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성인이 되면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데이케어 및 직업훈련학교에서 훈련하며,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그룹홈을 조성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평생에 걸쳐 예배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역 교회 가운데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현재 메인 사역은 장애사역으로 장애인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사역의 기본을 만들고 있다.
김창근 목사는 장애인 가족들을 향한 애타는 마음과 지역 교회를 향한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혹은 죄책감이나 염려로 이를 누군가에게 오픈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쉽지 않겠지만,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보며 유용한 정보도 공유하고, 아픈 마음도 나누면서 보듬고 간다면 조금은 쉬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히 장애인 자녀와 비장애인 자녀가 함께 양육하는 경우 비장애인 자녀들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만큼 반드시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발달장애 자녀들의 경우 장애 증상과 우울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녀가 자라면서 이전과 다른 패턴의 행동을 보인다면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미니스트리의 사역 가운데 하나가 교회 내 장애인 사역을 제안하고 셋업하는 일이다. 이전에 그가 사역하던 슈가로프한인교회에는 이미 잘 자리가 잡혔고, 현재 프라미스교회에서 사역을 진행 중이다. 한 교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장애학생들의 숫자가 제한적인 만큼 가능한 많은 교회에 장애인 사역을 셋업하고 교사와 봉사자를 교육해, 일단 그 교회에서 장애인 가족들이 편하게 나와 예배를 드리고 신앙생활을 해가며 다른 이들도 전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통계에 따르면 학령기 학생 중 15%가 발당장애인이라고 합니다. 6명 중 한 명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말이죠. 목회를 계획하실 때 목회 대상의 20%에 육박하는 이들이 장애인인데, 이에 대한 인식이 없으시다면 막상 이들이 찾아와도 담을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에 3000명의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10%만 전도해도 300명인데, 몇 사역기관에서 감당하기 힘든 숫자입니다. 반드시 교회들도 함께 해주셔야 합니다. 제가 마음에 품고 기도하는 것은 발달장애 가족들을 초청한 2박 3일 캠프입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가족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여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가지 섬김과 사역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서로를 알아가고 치유받고 변화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한 가족들은 장애인 자녀와 함께 준비된 교회로 연결돼 함께 신앙생활하며,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된 공동체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