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가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에서 우승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1959년 이후 60년만에 축구 변방 국가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이가 박항서 감독이다.
2017년 베트남 축구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베트남 축구는 국민의 희망이 되었고, 경제 불평등과 분열을 누르고 국민 단합을 가져왔다.
축구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박항서 감독을 주목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선수들을 그렇게 뛰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사람은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돈을 품고, 어떤 이는 꿈을 품는다. 박 감독은 선수를 가슴에 품었다. 선수의 마음을 얻어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낸 히딩크 감독과 같다.
박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나 자신이나 모두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소통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쏟았다. 또한 선수 개개인의 기초 체력을 키우고 강화시켰다.
감독이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했다. 어린 선수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이나 마사지만이 아니라, 비행기에서는 자기 좌석을 부상당한 선수를 위해 기꺼이 양보하고, 우승 상금은 어려운 베트남 사람들이게 기부했다.
박 감독은 작은 체구의 설움도 안다. 자신이 작은 체구로 현장에서 그 설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선수와의 스킨십을 통해 친밀함을 표현하고, 신뢰와 이해를 높여갔다.
선수들이 실수할 때에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 기회를 주고 덮어줬다. 이런 박 감독의 노력에 선수들은 스스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축구는 개인기가 아니라 팀워크(teamwork)이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는 일인데, 혼자가 아닌 팀(team)으로 성공을 거두었기에 그 성공이 더욱 값지다.
축구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고 응원하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큰 힘이다.
박항서 감독에게는 이영진 수석코치가 있었다. 한 명이 지치고 낙심하면, 다른 한 명이 위로하고 격려하며 서로 돕는 사역을 하였다. 이런 동역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실한 신앙인인 부인 권사님이 경기 2-3시간 전부터 기도를 부탁하여, 기도팀이 기도하도록 내조하였다.
이런 섬김과 솔선수범이 그의 리더십의 중심에 있었다. 자신 없는 선수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격려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인기의 유혹에도 ‘인기란 덧없다’고 손사래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을 가지고 배려와 다독임으로 함께하니, 선수들이 스스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파파(Papa, 아빠)’라고 불렸다.
팀(team)을 한 가족(family)으로 만들었다. 이런 쏟아지는 미담들을 들으면 단지 탁월한 감독이라기보다, 사람의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선교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인터뷰에서 “욕심이 없다. 봉사하겠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자리나 인기, 명예를 탐하는 것이 아닌 ‘자기비움’과 ‘섬김’이 중심이 있었기에 빛을 발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삶에서 보여주었고, 그는 어느덧 ‘국민영웅’이 되었다.
박항서 감독은 63세이다. 직장인으로 따지면 정년 은퇴할 나이다.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인생 후반전에 넣은 ‘황금 역전골’이었다.
그의 말처럼, “1년만 버텨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베트남에서 간절함과 치열함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마치 85세이지만 “헤브론을 기업으로 주시면 그 땅 거민 아낙 자손을 물리치겠다”고 나선 성경 속 인물 갈렙을 연상시킨다.
박항서 감독의 사례는 은퇴와 그 이후를 고민하는 50, 60대 장년에게 이상적 모델이 된다.
그의 리더십은 다르다. 오늘을 사는 크리스천도 과거처럼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리더십보다, 박항서 감독처럼 공감과 소통, 섬김과 유대감, 포용력 등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축구도 인생도 그렇지만, 신앙생활도 그렇다. 연장전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인생의 역전골도 어느 시점에 들어갈지 모른다.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박 감독의 인생 이야기가 가슴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이유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 근대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