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도 공기업 취업 관문 넓혀야”

이지희 기자   |  

‘탈북민 공기업 취업 제고 방안 모색 토론회’

전체 인구 대비 공공부문 취업률은 4.7%
북한이탈주민 공기업 취업률은 0.64%
공기업 등에서 경험 쌓은 북한이탈주민...
남북경협사업의 중요한 인적자원 될 것

▲탈북민 공기업 취업 제고 방안 모색 토론회가 17일 제7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탈북민 공기업 취업 제고 방안 모색 토론회가 17일 제7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생활밀착형 북한이탈주민 지원제도'를 통해 3만3천 북한이탈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자립·자활 기반을 확대하려면 국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부터 북한이탈주민의 의무채용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한 탈북대학생의 진로 설계 과정 지원, 공공기관 인턴 경험 등 북한이탈주민이 공기업에 들어가 일할 만한 직무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특화된 전문취업지원 체계도 함께 요청됐다.

1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는 임재훈 국회의원(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이 주최하고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대표회장 김종국, 상임대표 조요셉)가 주관한 '탈북민 공기업 취업 제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4월 17일 '탈북민 자녀 교육정책 혁신방안 토론회'에 이어 임재훈 의원이 주최한 두 번째 북한이탈주민 지원 토론회이기도 한 이날 행사에는 임재훈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주승용 국회부의장, 선통협 임원, 북한이탈주민 등이 함께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임재훈 의원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행사를 주최한 임재훈 의원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2019년 6월까지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3만3천여 명으로,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 북한이탈주민의 고용률은 60.4%로 일반 국민 60.9%보다 조금 차이 나지만 임시직, 일용직이 많아 취업의 질은 낮았다.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도 북한이탈주민은 평균 189.9만 원이고, 일반 국민은 평균 255.8만 원으로 25.8% 적었다. 2017년 북한이탈주민 3만1,339명 중 공공 부문 취업은 0.64%(공무원 109명, 행정지원인력 92명, 총 201명)에 불과했다. 반면, 2017년 통계청 자료에서 국내 전체 취업자 수 대비 공공부분 일자리 비율은 9%, 남한 인구 5,170만명 대비 공공 부문 취업자 비율은 4.7%(정부 기관 186만7천 명, 공공 비영리단체 19만6천 명, 공기업 34만8천 명)였다.

"북한이탈주민, 고용취약계층 중에서도 더 열악한 형편"

▲조요셉 숭실대 초빙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조요셉 숭실대 초빙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발제자로 나선 조요셉 숭실대 초빙교수는 "'혁신도시법'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일정 비율 이상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규정하여 2018년 18%에서 2022년 3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도록 규정했고, '장애인 고용촉진법'은 공공기관의 의무채용 비율을 규정하고 50인 이상 민간기업도 3.1% 이상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은 대표적 취업취약계층이지만 2018년 공기업 채용에서 우대혜택을 부여한 곳은 남북하나재단,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상하수도협회에 불과했고, 북한에서 왔으므로 지역인재 의무채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 국민 중 북한이탈주민의 비중과 고용취약계층의 고용 의무화 비율을 감안해 북한이탈주민의 공기업 채용비율을 확정해 의무화하면 많은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정부업무평가 기본법'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북한이탈주민 고용률을 평가 지표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북한이탈주민의 공기업 취업의 입법화, 정책화는 ①사기업까지 북한이탈주민 고용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②북한이탈주민으로 하여금 사회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우리 사회 정착에 사회적,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며 ③통일시대 공기업의 북한 진출 시 북한사회 안착에 큰 도움이 되며 ④공기업이나 사기업에 취업한 이들이 향후 남북한 사회통합에 가교적 역할을 수행해 통일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⑤북한주민에게도 남한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을 2등 국민이 아니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향후 통일을 이루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공기업의 북한이탈주민 채용 규모 늘고, 직무도 확대돼야"

▲최경일 함께하는 재단 탈북민 취업지원센터 센터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최경일 함께하는 재단 탈북민 취업지원센터 센터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오일환 한양대 교수의 좌장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10년 넘게 북한이탈주민의 취업을 지원해 온 최경일 함께하는 재단 탈북민 취업지원센터 센터장은 "2019년 1월부터 12월 5일까지 남북하나재단, 나라일터에 게시된 채용공고 확인 결과 총 16개 기관에서 39명의 북한이탈주민 채용을 추진했는데, 정규직은 10.3%였다"며 "관련법령에 북한이탈주민의 의무채용 조항이 신설돼 공기업의 북한이탈주민 채용 규모 자체가 늘어나야 하고, 담당 직무도 미화 등 일부 기능 업무 중심에서 다양한 직무로 확대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센터장은 "남북하나재단의 2018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구직경로는 같은 북한이탈주민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29.1%로 가장 많고, 남북하나재단과 하나센터 지원을 통한 경우는 18.8%로 세 번째로 많고,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를 통한 경우는 4.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탈북민을 가장 많이 접하는 기관과 취업지원의 전문성을 갖춘 공공기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진로상담, 직업훈련, 구직활동 지원, 고용주 지원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탈북민 전문취업지원 체계가 개발되고, 이를 운영하는 전문조직이 구축될 것을 제안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직무역량 배양 지원 중요"

▲한미라 경기도 일자리재단 정책연구팀 위원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미라 경기도 일자리재단 정책연구팀 위원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미라 경기도일자리재단 정책연구팀 위원은 "1960년대 미국에서 흑인, 히스패닉 등에 대한 교육, 고용을 우대해주는 '적극적 차별시정정책' '적극적 우대조치'가 시작됐고, 이는 형식적 기회균등을 넘어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북한이탈주민도 한국에 와서 취업할 자유를 얻었는데 실질적 자유를 이룰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라 박사는 "우리나라의 적극적 우대조치는 '장애인고용의무제' '여성할당제' '지역인재채용의무' '군 복무 학점인정제'를 사례로 들 수 있다"며 "북한이탈주민도 공공부문 취업자 비율이 남한 주민 4.7%에 비해 현저히 낮은 0.64%로, 차별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공공기관 채용의무제와 같은 적극적 우대조치가 매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한 주민도 '신의 직장'으로 선호하는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준비하는데, 남한에서 대학 교육과정을 거친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이 충분한 인적자본과 공기업에 들어가 일할 만큼의 직무역량을 배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본인의 진로와 성향에 맞춰 인턴 경험을 지원하는 등 공기업 취업을 위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북한이탈주민, 공기업 등 좋은 일자리 채용 제안 검토하겠다"

▲마삼민 통일부 정착지원과 과장(좌), 장용희 기재부 인재경영과 사무관(우)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마삼민 통일부 정착지원과 과장(좌), 장용희 기재부 인재경영과 사무관(우)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마삼민 통일부 정착지원과 과장은 "통일부도 탈북민의 공기업 채용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조항이나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마 과장은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해야 한다"며 "전문직 탈북민 양성이나 공공기관 채용을 추진하는 데 부족한 점이 많지만, 향후 일반 부처와 협의를 통해 탈북민이 공공 부분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용희 기재부 인재경영과 사무관은 "정부, 지자체는 종합행정을 하므로 장애인, 북한이탈주민에 적합한 직무가 있는데, 200여 기타 공공기관 중에는 5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기관에서 전문자격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사실상 북한이탈주민에 적합한 직무가 없어 의무채용을 강제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탈주민이 어떻게 공기업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흡수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정부 각 기관에서도 선도사례가 있으면 많이 확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질 좋은 직업 통해 북한이탈주민을 남북한 사회통합 위한 인적자원으로 길러야"

이날 축사를 전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통계에 따르면 탈북민 10명 중 6명은 본인이 하층민이라고 생각하고,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도 탈북자 4명 중 1명이 일용직 근로자에 지나지 않으며 소득수준이 일반 국민의 65% 남짓하다는 통계가 있다"며 "실제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탈북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현실이 보여주듯이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해서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탈북민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탈북민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 통합에 중요한 인적 자원인 탈북민이 우리나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찾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남북평화관계 구축과 나아가 통일 과정에 남북한 일체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저출산 시대에 다문화가정, 탈북민 가정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며 "탈북민을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하는 정부 노력과 이에 맞는 탈북민 정책 수정이 필요한 때, 공기업 취업정책은 탈북민에게 자긍심과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고 통일시대 남북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토론 앞부분에 참여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토론 앞부분에 참여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김종국 선통협 대표회장은 "이 땅에 온 북한이탈주민을 마음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일할 기회를 주어 언젠가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동족을 맞이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이런 제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현실적으로 북에서 온 동포가 공기업에 근무하기까지 많은 과정에서 도전과 장애가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생활 적응과 정체성 회복에 이러한 모임과 노력이 큰 위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한 임재훈 의원은 7년 전 20대 초반 탈북민 남매를 수양 가족으로 입양했으며, 작년 11월에 수양딸을 결혼시키고 최근에 손주도 봤다. 임 의원은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상적 대우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외당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전락되며, 자괴감과 상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기업과 같은 질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년 증가하는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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