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단체들, 과감히 문 열어 차세대 끌어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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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언제까지 ‘올드 보이’들의 귀환을 보면서

▲이효상 목사.

▲이효상 목사.

아는 지인이 소일 삼아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고기들이 얼마 가지 않아서 자꾸 죽기 시작했다. 그 분이 열 받아서 “아니, 싱싱한 물고기들을 넣었는데 왜 죽느냐”고 짜증을 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필자가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어항을 잘 살펴보니, ‘수질’이 영 엉망이었다. 물고기만 자주 바뀠을 뿐, 물을 한 번도 바꿔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썩은 물을 계속 돌려서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썩은 물에 1급수 어종을 풀어놓으니,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탈출한다. 계속 똑같은 물 자체를 바꾸고 산소를 공급하여 물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각 정당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론’이 거세다. 당마다 현역 의원들을 대거 갈아치울 것 같다. 신선한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난리다. 실천에 옮겨질 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20대 국회에서 초선 비율이 44% 정도였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치는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었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이다.

이는 초선만 바뀌지, ‘올드 보이’들이 주도권을 놓고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폰에 인사 문자가 들어오는 걸 보니, 내년 총선에서도 ‘올드 보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물갈이 한다’면서, 물은 안 갈고 물고기 몇 마리 갈은 것 아닌가 싶다.

한국교회도 그런 느낌이다. 이미 노화되고 고령화되어, 정치권이 보여주는 어느 특정정당과 같은 이미지로 젊은이와 다음 세대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그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초갈등과 혼돈의 시대에 한국교회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지만, 현실에서 교회는 오히려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연합이 안 되는 이유로 ‘지도자의 부재’를 꼽는다. 하지만 실상 연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도자들의 ‘자리 욕심’이다.

각 기관의 대표나 이사장 등 임원 자리의 기득권이 높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만들어지면, 역할의 성격과 상관없이 정치적 수완이나 정치꾼이 자리를 차지한다. 나이와 교단 순에 의해 위계질서가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은퇴한 60-70대 노인이 지시하고, 50대는 애 취급받으며 움직이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회의하고 밥먹고 모여서 한 일이 생산적이고 영향력 있는 일일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자리나 감투를 지키기 위한 일과 패거리를 늘리는 일뿐이다.

어느 신문에 보니,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해 ‘올드 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다‘고 나와있다. 그들은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은 늘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말처럼 교만한 말은 없다. 이 말은 사실상 자신들이 주인공 자리를 계속 차지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조연을 자처하며 그들을 키운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관심 밖의 잊혀진 기관의 행사들을 보면 마음이 짠할 때가 많다. 각종 행사에 나가보면 젊은 목회자나 평신도 대표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거의 모두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여성들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대로 가면 수년 내 교계의 많은 단체들은 유명무실한, 이름뿐인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올드 보이’들은 왜 귀환할까? 그들에게는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봉사하겠다는데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그 정도의 역량이 안 되기 때문은 아닐까. 헌신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탐하진 않았는가?

‘올드 보이’들이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이들의 교회와 시대를 향한 고민과 걱정이, 왜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것일까. 이들은 왜 자신들끼리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까.

이런 인적 구성은 ‘연합운동이 낡은 정치꾼, 올드 보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상을 주게 한다. 이런 기관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나, 굳어버린 경로당 이미지와 사고로 인해 차세대의 영입을 막고, 폭(幅)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무리 명분이 뛰어나고 인품과 신망이 뛰어나도, 조직이 망하면 그는 최악의 지도자이다.

어떤 기업이나 조직도 젊은 세대를 공급받지 못하거나 길러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바꾸지 않는 한 새로움을 줄 수 없다. 아무리 물갈이를 한다고 포장지를 바꿔도 물이 혼탁해지는 것은 물의 문제를 넘어, 사실 시스템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나 교계도 마찬가지이다. 언제까지 정책적 대안 없이,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시대를 흘려보낼 건가. 미래를 진정 걱정한다면, ‘올드 보이’들의 퇴장이야말로 살 길이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져가야 아름답다. 특히 총회장이나 대표, 이사장을 오래 하는 것은 민폐다. 욕심을 낼 때부터 추해진다. 이런 말이 듣기 싫다면, 그는 이미 ‘사고(思考)의 올드 보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30-40대가 총리도 장관도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나 교회는 오히려 젊은 세대를 외면하는 꼴이 되어, 제대로 된 리더를 찾기가 어렵다.

정책 아젠다를 개발하고 차세대 인물들을 키우며, 그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한다. 60대 이사장, 50대 대표, 40대 총무와 사무총장이라는 인적 쇄신을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

같은 자리를 역임했으면, 그 기관에서는 원로인 자신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단 경제적·정신적으로 지원하고, 조직은 또 다음 세대의 변화와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올드 보이’들의 귀환은 한국 사회를 아우르는 유연성도, 사회 변화를 읽고 받아들이는 수용성도 떨어진다. 이것이 그들의 수준이자 한계이다.

교계 단체들이 과감히 문을 열고 각 교단에서 차세대를 끌어들여야 한다. 내년에는 물을 바꾸든지, 시스템을 바꾸든지 아예 ‘불판’을 바꿔보자. 차세대는 올드보이들의 병풍이 아니다.

이효상 원장(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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