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 칼럼] 장자로 세우심을 입다

|  

야곱은 장자가 아니었다. 이삭의 장자는 에서였다. 야곱은 그 이름의 의미처럼 에서의 발뒤꿈치를 붙잡고 태어난 차자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리브가를 통해 나타내신 비전, 그리고 리브가가 에서와 야곱의 성장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내린 결단으로 이삭의 축복은 에서가 아닌 야곱에게로 넘어간다. 그런 야곱이 이삭으로부터 장자의 축복 및 하나님의 약속의 유업을 받고 처음으로 한 일은, 비참하고 쓸쓸하게 도망가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장자의 길은 풍요나 안정, 평온 가운데 좋은 입장과 처지를 입은 그런 꽃길이 아니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 다다른 곳에서 야곱은 라반을 섬긴다. 우리의 감각으로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의 약속과 유업을 이어받은 야곱이 라반과 20여 년 동안 겪은 일들을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야곱이 라헬을 사랑함으로 언약을 바탕으로 7년 동안 라반을 섬기나, 라반은 이 언약을 저버린다. 이로 인해 야곱은 다시 7년간 라반을 섬긴다. 그 후 또 다른 6년 동안 섬기는 대가에 대해서도 라반은 수 없이 말을 바꾼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나님과 약속의 유업을 받고, 축복을 이어받은 장자가 겪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야곱은 그렇게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무려 20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은 분노에 사로잡히어 라반과 다투지 않았다. 야곱과 라반의 마지막 대화에서, 라반을 한결같이 섬겨온 야곱의 오랜 인내를 읽을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람의 모습이 진정 이러하리라.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20년 섬김의 시간이 끝나고 고향 본토로 돌아가는 길에, 야곱은 하나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약속의 유업을 이어받고, 이삭의 축복 위에, 오랜 애달픈 시간을 거치고 드디어 하나님께 이스라엘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렇게 부르심을 받은 야곱은, 이후 에서 앞에 섰을 때 놀랍도록 겸손하다. 야곱은 에서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장자로 태어났으나 그 장자의 권을 팥죽 한 그릇 정도에 넘기고 아버지인 이삭 밑에서 마치 왕자처럼 군림하며 지내왔을 에서와, 차자로 태어났으나 장자의 권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애달프게 산전수전 섬김의 삶을 살아온 야곱. 야곱은 과연 에서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스라엘로, 장자로 세우심을 입은 야곱은 힘을 다해 에서를 섬기고 축복했다.

삶의 말미에 애굽 땅에 다다른 야곱이 한 일도 바로왕을 축복하는 것이었다. 야곱의 기준에 이방인의 왕인 바로왕은 어떻게 비추어질까? 모든 것을 걸고 숱하게 고생한 후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로 세움 받은 야곱의 의의 기준을 만족시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한결같이 섬기며 축복한다. (축복은 무릎 꿇고 아래에서 한다). 하나님 앞에 세우심을 입은 이스라엘의 모습은 이러했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영적 회복은 이스라엘이 이러한 야곱의 모습을 회복할 때 자연스레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하나님 앞에 세우심을 입어 나가는 자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 오의를 체득한 요셉은 가는 곳마다 종과 죄수의 삶이었지만, 처지와 신분에 얽히지 않고 섬김과 헌신을 통해 모든 곳에서 리더가 되고 결국 애굽의 재상에까지 오른다. 유다 역시 마찬가지다.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동생과 야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줌으로 유다는 이스라엘의 장자로 세우심을 입었다. 하나님의 백성의 역사에서 하나님 앞에 일으킴 받고 세우심을 입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다윗이 사울을 대한 모습에서도 하나님께 기름 부음 받은 자는 어떻게 하는가를 볼 수 있다.

2020년, 이 시대가 장자와 리더를 부르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그 모습을 갖춤으로, 하나님 앞에 장자로 일으킴 받고 세우심 입을 사람이 더욱 절실하다.

박광희(의사)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청년단체 '트루스포럼'의 회원이며, 현재 의사로서 일하고 있다. foskara@gmail.com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