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질문]
예수님 승천 후 초기 기독교가 전파되며 신도들이 늘어나고 많은 박해를 받은 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여 로마 가톨릭이 생긴 것으로 아는데요, 이 사이트의 목사님께서 가톨릭은 구원이 없는 잘못된 종교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초기에 예수 신앙을 지키던 성도들이 가졌던 믿음과 가톨릭 교회가 제시한 종교로서의 기독교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초기 교회 신자들도 가톨릭 교회가 생겼을 때 흡수(?) 되었는지, 아니면 자신들만의 신앙을 고수했는지, 그렇다면 그들의 신앙은 어디로 연결되어 전승되었는지, 아니면 없어졌는지, 어떻게 해서 종교 개혁을 통해 다시 '바른 신앙'을 찾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신교의 개혁신앙이 이 초기 신앙과 같은 류의 것이 맞는지요?
[답변]
십자가 복음의 보존 역사
모든 신앙상의 질문은 성경을 통해 풀어야 하나 이 문제에 관해선 성경에 관련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초대교회의 역사는 사도행전만 기록하고 있는데 어떻게 끝납니까?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28:30,31) 바울이 로마의 가택에 연금되어 있으면서 복음을 전했다는 것으로 그만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성경 외의 역사에 비추어서 판단해야만 하나 초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교회사 전체를 다 다룰 수는 없습니다. 질문하신 주제에 국한해서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합시다.
독생자 예수님이 이 땅에 성육신하여 삼년 간 사역하시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 승천하신 역사적 사실이 기독교의 본질입니다. 그 의미를 기독교 신앙으로 체계화해서 확립시킨 자는 알다시피 바울 사도입니다. 유대인 중의 유대인인 그는 율법과 비교해서 오직 주님의 십자가의 은혜를 믿어야만 구원 얻을 수 있음을 로마서에서 아주 논리적으로 변증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은 그는 세 차례 선교여행을 통해 로마제국의 속주들에 교회를 개척 설립하고 직접 가르쳤습니다. 당시에도 십자가 은혜 외에 할례 같은 율법의 준행도 필요하다는 유대주의자들과, 헬라 이원론에 입각해 영만 중요하고 육신의 죄는 얼마든지 지어도 되며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면 구원 얻는다는 영지주의자들 같은 이단들이 교회 안에 침투해 들어와 진리를 왜곡하려 시도했습니다.
사도들은 신자들에게 진리를 바르게 교육하고 이단의 훼방에 대해 변증하기 위해 신약성경들을 저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울은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는 천사라도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갈1:8) 그리고 2세기 말경에 현재와 같은 27권의 신약성경이 교회 안에서 이미 정경으로 인정받았다는 기록을 보면 순전한 복음이 잘 전승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사도들의 노력으로 예수 십자가복음은 초대교회 신앙의 본질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유대교와 로마제국의 박해를 겪을수록 더욱 정금같이 단련 보존 계승되었습니다.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는 개인적으로 회심하여 주후 313년 기독교를 합법화 시켰고 그 후 제국을 종교적으로도 하나로 연합시키기 위해 기독교내의 분파를 정리하고 정통교리를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 결과 공의회에서 니케아 신경(325년)을 채택하면서 예수님이 창조된 피조물이라고 주장하는 아리우스파를 이단으로 정죄했습니다. 또 칼타고 종교회의(397년)에서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습니다.("말씀-성경의 맥을 잡자" 사이트에서 "성경의 정경화 과정(1-5)"의 글들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어거스틴(354-430)은 인간의 공로로 구원을 얻거나 구원에 협력할 수 있다는 펠라기우스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구원에서의 하느님의 절대적인 은총을 강조함으로써 바울이 체계화한 성경의 진리를 재확립했습니다.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 교회가 자연히 기독교의 본산으로 자리 잡았고 로마 황제와 주교의 주도하에 점차 심화되기 시작한 이단의 공격들을 여러 공의회를 통해서 물리쳤습니다. 특별히 예수님이 완전한 인간이자 완전한 하나님이라는 성경적인 기독론을 화정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로마제국의 핍박이 제거되고 제국의 공식종교가 된 것은 외부적으로 기독교의 부흥에는 큰 도움이 되었으나 교회 내부적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교회는 서서히 나태해지고 조금씩 세속에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에 숨어 있던 교회들이 공개적인 조직체로 출범하자 필연적으로 신앙의 핵심 가치보다는 조직 교회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 관습 전통 등이 중요시되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5세기 말에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그 동안 제국의 보호 아래에 풍요와 평안을 누려오던 사람들이 혼란과 불안을 느꼈고 일반인은 물론 정치적 세력들도 교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교회 스스로도 교황이 로마 황제의 역할을, 각 지역의 주교들은 그 지역의 군주의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교회가 로마 제국의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급기야 모든 종교적 정치적 심지어 경제적 권세까지 교회에 집중되었습니다. 권력에 취한 교회도 교회만이 구원을 줄 수 있고 교황의 가르침이 성경의 진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잘못된 비성경적인 교리들을 고안하여 신자들을 교육 훈련시키게 됩니다. 그동안 성경진리를 수호해 오던 공의회도 제7차이자 제2차 니케아 공의회(787년)에 이르자 하나님 외에 성인들에 대해 경배에 가까운 예외적인 존경을 표시하도록 결의하는 지경이 됩니다.
교회가 진리로 사람들을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일은 뒷전이고 자기들 권력과 재물을 늘리는 데만 몰두하여 세속보다 더 타락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교황권이 제국의 최고 권력으로 확립된 6세기 후반부터 순전한 복음은 더 이상 교회에서 가르쳐지지 않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 진리가 흑암에 가려지는 암흑시대로 돌입하여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할 때까지(1517년) 지속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남은 자들
"초기 교회 신자들도 카톨릭 교회가 생겼을 때 흡수(?) 되었는지, 아니면 자신들만의 신앙을 고수했는지, 그렇다면 그들의 신앙은 어디로 연결되어 전승되었는지, 아니면 없어졌는지, 어떻게 해서 종교 개혁을 통해 다시 '바른 신앙'을 찾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신교의 개혁신앙이 이 초기 신앙과 같은 류의 것이 맞는지요?"라고 질문 주셨습니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교단 같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 개인을 상대로 주관하십니다. 당신의 주권적인 은총으로 구원을 주실 자에게 당신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교회 같은 조직체, 사제나 목사 같은 인간이 다른 이의 구원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택하신 자에게 성령이 역사하여 심령이 거듭나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교회와 목회자는 예수 십자가 구원의 의미를 가르침으로써 죄로 찌든 완악한 마음을 열어서 구원의 소망을 심어주는 역할로 그칩니다.
초기 교회 신자들이 카톨릭 교회가 생겼을 때 흡수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먼저 아셔야 할 것은 카톨릭 교회가 특정시기에 특정인물에 의해서 따로 설립된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공식 종교가 되고 교황과 주교 제도가 세워지면서 각 지역의 교회들이 자연히 그공식 종교에 흡수된 것입니다. 신자들도 당시 상황에선 다른 조직체 교회들이 없었기에 그 기존 교회에 그냥 출석할 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이 일반인에게 보급되기 전이라 교회에서 가르치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톨릭(우주적, 일반적이라는 뜻)이라는 명칭은 8 세기경에 로마교회가 사도신경의 "거룩한 교회를 믿사오며"라는 구절에 "거룩한 '카톨릭' 교회를 믿사오며"라고 추가 변경함으로써 생겼습니다. 그 단어 하나로 로마교회가 유일한 합법교회임을 내세우면서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단으로 정죄하고 핍박했던 근거로 삼으려 했던 것입니다. 카톨릭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해서 새 교단을 출발시킨 것이 아니라 기존 로마교회가 취한 한 가지 조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왕상19:18) 다시 강조하지만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당신만이 주관하시는 오묘한 신비입니다. 엘리야는 우상 숭배를 거역하는 온전한 믿음을 가진 선지자는 자기 혼자만 남았다고 여기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북 이스라엘의 아합 왕과 이사벨 왕비의 그 극심한 핍박 아래에도 여호와 신앙을 순전히 유지한 신자들 칠천 명을 하나님은 따로 숨겨두었습니다.
엘리야 당시에도 파피루스나 양피지에 기록된 모세오경이 수는 적어도 분명히 있었으며, 최소한 구두전승에 따르더라도 토라의 가르침은 사적인 모임을 통해서 계속 이어져 왔던 것입니다. 중세 암흑시대에도 그 양은 적어도 신약 정경들이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신자들의 모임을 통해 가르쳐졌습니다. 당연히 신약시대에도 하나님의 숨겨둔 순전한 신자는 반드시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숨겨진 신자들에 관한 공식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핍박을 피해야 하므로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거나 관련 기록을 남길 수도 없습니다. 교회는 조직이나 건물이 아니라 베드로처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살아 계신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며 그 믿음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단 한명의 순전한 교인이도 교회입니다. 암흑시대에도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는 분명코 존재했으며 실제로 마르틴 루터가 개혁의 깃발을 올리기 이전에 로마교회 안에서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개혁 운동이 다양하게 일어났습니다.
카톨릭이 구원이 없다는 진술도 정확히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 교단에서 가르치는 구원교리가 성경이 가르치는 것과 다르기에 그 교리대로 믿고 따르면 구원이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오히려 그들이 성경을 바르게 해석한다고 주장하고 그대로 가르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누가 옳은지 최종적인 판단은 오직 하나님과 성경이 말하는 진리에 달렸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성경을 성령의 조명에 따라 읽고 묵상하여서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 중의 괴수임을 절감하고 예수 십자가의 은혜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듭남의 역사는 개인별로 하나님이 일으키십니다. 카톨릭 교회 안에서도 하나님이 숨겨 남겨둔 사람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성경을 제대로 정확히 가르치지 않기에 그 가능성은 많이 낮지만 말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정통교단에서 정통복음을 배운 자라고 자동으로 다 구원 얻는다는 법도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교회 안에 당신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알곡과 쭉정이가 공존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실제로 종교개혁 후 개신교단 안에는 이단들이 많습니다.
마르틴 루터, 존 캘빈, 쯔윙글리 등이 주도한 종교개혁의 핵심은 어거스틴과 바울로 이어지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의 구원 진리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인간들의 현실적 탐욕에 따라 중세 교회에선 일시적으로 감추어졌던 십자가 복음을 종교 개혁가들이 온 천하에 그 영광의 빛을 다시 드러낸 것입니다. 구원의 근본진리에선 개혁가들이 일치했으나 세부적인 적용에 사소한 차이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등의 개신교 교단들이 등장합니다. (종교 개혁이 일어나게 된 배경 과정 결과 등은 별도로 관련 책을 구해서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비록 구원이 하나님의 전적주권이냐 인간의 협조가 가능한지 여부로 어그스틴과 펠라기우스가 벌였던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럼에도 성경진리대로 초대교회의 믿음을 계승하는 교단은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며 서서히 세상도 그들에게 핍박을 가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하나님의 남겨진 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하나님이 숨겨둔 눈에 보이지 않는 순전한 교인들 즉, 진정한 의미의 교회는 한 번도 없어지거나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초대 교회의 순전한 신앙은 중세 시대에 공개적으로는 중지 잠복되었으나 종교개혁으로 다시 공개적으로도 지속 계승된 것입니다. 그런 잘못을 범한 것은 인간이 만든 교회조직체(교단)와 그것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오도된 교리였습니다.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진리인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한 순간도 바뀌지 않았고 영원토록 완전합니다. 조직체 교회와 주변 체계들은 사람들의 욕심과 시대 상황에 따라 변질 왜곡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중세에 수도원에서부터 개혁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성경이 원본대로 보존되어 왔고 그 말씀을 성령의 조명을 받아 순전한 마음으로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면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 안에 계시된 하나님의 구원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오늘날도 예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교회는 반드시 성경진리를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 죽음의 은혜에만 근거해 정확하게 가르치는 것을 첫째 사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2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