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의 새 터전서 ‘미학’ 통한 ‘기독교적 영성’ 소개
누구나 부러워하던 강남 건물 뒤로하고 양평서 목회 시작
하이패밀리만의 컨셉 갖춘 시설에서 ‘등대처럼’ 교회 섬겨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청란교회 담임)의 목회 여정은 한국교회 가정사역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가정 행복의 중요성을 외치며 1992년 국내 최초의 행복가정NGO 하이패밀리를 세웠다.
하이패밀리는 산간벽지까지 행복의 전등이 환하게 켜지도록 꺼지지 않는 ‘행복발전소’, 위기에 처한 가정을 돕는 ‘가정전문가’, 그리고 이 땅에 행복 세상이 세워지도록 살맛나는 가정 문화를 세우는 ‘문화크리에이터’로 사역해 왔다.
송 목사는 가정사역자로서 큰 성취도 이뤘고 더욱이 강남에 누구나 부러워하던 5층짜리 본부 건물도 있었지만, 몇 년 전 엄청난 ‘역주행’으로 한국교회 안팎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청란교회·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시작한 것이었다.
“기존 본부 건물은 좋은 곳이긴 했지만 우리의 사역을 펼쳐나가기엔 너무나 큰 한계가 있었어요. 하이패밀리는 큰 규모의 세미나를 많이 개최하는데 그럴 때마다 호텔이나 연수원을 빌리자니 불편함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품으려면 우리만의 컨셉을 갖춘 건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12년 전 한 분이 3만평의 부지를 기부해 주셔서 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먼저 탄생한 청란(靑卵)교회는 그야말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란 모양의 이 교회는 생김새만 독특할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소리의 공명과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건물 자체는 작지만 나무를 곡선으로 가공해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어서, 미국에서 세계 최고의 자재와 기술자들이 건너와 지은 것이라고. 그 과정 가운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송 목사와 하이패밀리 직원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결국은 하나님의 은혜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송 목사는 2017년 복합 기독교 문화공간인 ‘W스토리’에 흰색 외관의 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를 세운 뒤, 남들은 은퇴 준비를 시작할 환갑에 목회를 시작했다. 이 건물은 총면적 2000여㎡에 3층 규모 건물로 흰색 외벽엔 예수님과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외에도 이곳에는 산책을 하며 주기도문의 영성을 체험할 수 있는 ‘주기도문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조성된 ‘강영우 희망광장’, 빗물을 담아 재사용하는 저장소, 빛의 각도에 따라 오묘한 빛을 보여 주는 스테인드글라스 등, 모든 공간들이 다양한 아름다움과 신앙적 의미들을 담고 있다.
건축 중점사항: 미래사회 배려, 주변과의 조화, 목적 반영
“의미 못 담는 건축 안타까워… 기독교 예술 더 이해해야”
“미술이나 예술 쪽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좋아했어요. 그러나 보니 여행을 다닐 때도 좋은 건축물들을 유심히 봤고, 건축에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갔을 때 건축상을 받은 교회가 있다고 해서 선정 기준을 물어봤더니 재밌는 답을 들었어요. 첫째는 환경에 얼마나 투자해서 미래사회를 배려했는가, 둘째는 주변과 얼마나 조화를 이뤘는가, 셋째는 얼마나 목적을 충분히 반영했는가, 그저 예쁜 건물이 아니라 개념이 있는 건물이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그 요소들을 잘 반영해 건축하려 했습니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주변을 환히 비추듯, 이전까지의 하이패밀리가 각지를 찾아다니며 교회의 사역을 도왔다면 이제는 전문적으로 꾸며진 자체 시설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니 그 효과도 더 뛰어나고 반응도 좋다고.
이곳은 한 일간지에 기독교 가족 테마파크로 소개되면서 관광 명소로까지 부상했다. 약 3년 동안 총 9만명이 방문했고, 그 중에선 다른 종교인들도 많았다. 송길원 목사는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의 이유는 기독교인에게나 비기독교인에게나 기독교의 영성을 온전히 보여줄 만한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각 공간에 기독교 영성을 담고 그 의미를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을 아무 의미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우리가 기독교 예술과 미학을 좀 더 깊이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의 예배 회복하고 환대하는 문화 조성해야”
선교사들 위한 ‘잠자는 마을’, ‘공유’ 개념으로 기획
그는 가정사역자로서 지금의 한국교회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상의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1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남짓 교회에 와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그 외엔 세상에 나가 자기 마음대로 산다는 것. 그는 “일상의 작은 순간순간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한 가지는 “환대하는 문화”다. 그는 “디즈니랜드에서는 팝콘을 쏟고 우는 아이가 있으면 미키마우스 탈을 쓴 직원이 와서 달래주고 더 큰 팝콘을 갖다 준다”며 “그 친절과 환대에는 큰 돈이 들지 않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런저런 이슈로 적만 늘리고, 환대해주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는 흡연자들과 애완동물들에 대해 배려하는 공간과 문화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송 목사가 최근 품고 있는 또 다른 비전은 바로 선교사들을 위한 ‘잠자는 마을’이다. 한국교회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선교사들을 파송했지만, 정작 그들이 ‘부상병’이 되어 돌아왔을 때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두지 못했다는 것. 그는 이곳에 50실의 숙소를 건설하려고 설계를 마쳤고, 이를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하려 한다. 각 교회들이 1실씩 건축 비용을 헌금한 뒤, 선교사들과 해당 교회와 하이패밀리가 그 공간을 돌아가며 함께 사용하는 식이다. 이 또한 한국교회에서 매우 신선한 시도다.
명칭을 ‘잠자는 마을’로 한 데는 잠에 대한 송 목사의 신앙적 해석이 담겼다. 그는 “잠은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에게 주시는 선물이자 ‘내가 자는 동안 주께서 보호하신다’는 신뢰의 표현인데, ‘직업소명설’에만 너무 집착해서 잠을 내쫓아 가면서까지 강박증적으로 일하는 교인들이 많다”며 “잠의 축복을 깨우쳐 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