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한폐렴 6번째 확진자 나온 명륜교회 박세덕 목사
1953년 교회 설립 후 처음… “상상도 못했던 일”
지난 수요일 처음 소식 접한 뒤 3일간 매우 급박
‘온전한 주일 성수(창 2:7)’
종로구 명륜교회의 홈페이지 가장 첫 화면에 나오는 메시지다. 이 교회는 성도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6번째 확진자가 발생해 지난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그것은 질병관리본부의 권고가 아닌 ‘자발적’인 결정이었던 만큼, 박세덕 담임목사의 목소리에선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박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을 굳게 걸어 잠근 교회에 나와, 주일예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드리게 될 수요예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53년 교회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주일성수를 어긴 적이 없었다. 이 부분만큼은 누구보다 열심인데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명륜교회가 속한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계신총회다.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예장 고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철저한 성경 중심의 보수적 신앙을 고수해 오고 있다.
박 목사가 교회 성도 중에 확진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 6일. 그 이후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박 목사는 “수요일 오후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6번째 확진자)가 다음날인 목요일에, 그의 아내와 아들이 금요일에 입원했다. 이 상황이 벌어지고 나니 주변에서 가장 염려한 이들은, 근처에서 놀았던 동네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었다. 그분들이 느끼는 공포는 엄청났다”고 전했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유아부, 초등부, 중·고등부 예배는 어렵겠지만 주일 오전예배만큼은 (모여서)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그의 아내까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 보통 큰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긴급 당회를 열어 여러 번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교단에 있는 목회자들 중 (온라인 예배 결정을) 아쉬워하며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상황을 듣고 다 이해하시더라”며 “구약의 랍비들이 시대에 맞춰 율법을 해석하고 적용했던 것처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목사로서 해야 할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을 발원지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 등의 시대적 메시지를 전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바로 서려는 노력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심판과 섭리는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월권”이라며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 분명 선한 목적을 이루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번 일로 인해 교회의 신앙 기조나 방향성에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오직 성경 안에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역을 더욱 굳건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입원 중인 성도에게 매일 통화로 안부를 묻고 있다”며 “다행히 모두 호전 중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명륜교회는 현재 새벽예배는 모두 취소했고, 4일 수요예배도 온라인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박 목사는 “정상화를 위해서는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 목사와의 일문일답.
앞으로 2주간 예배는 모두 온라인으로 드릴 예정
“결국 선한 목적 이루실 것, 심판은 오직 주님께만”
-성도 중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수요일인 29일 오후에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가 다음날인 목요일에, 그의 아내(10번째 확진자)와 아들(11번째 확진자)이 금요일에 입원했다. 이 상황이 벌어지고 나니 주변에서 가장 염려한 이들은, 교회와 그 근처에서 놀았던 동네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었다. 그분들이 느끼는 공포는 엄청났다. 금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유아부, 초등부, 중고등부 예배는 어렵겠지만 주일 오전예배만큼은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그의 아내까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 보통 큰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긴급 당회를 열어 여러 번 상황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주일예배를 온라인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으셨겠다.
“1953년에 교회가 설립된 이후 78년간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주일성수를 철저하게 지키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열심인데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 (확진자인) 그들은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2, 3차 감염자였다. 이로 인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격리조치된 이들이 몇 더 있다. 물론 다행히 그 중에서 증세가 있는 이는 하나도 없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교인들 중에서도 걱정한 이들이 많았지만 (온라인 예배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권고에 따른 것인가 자발적이었나.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까지 통제하거나 간섭하진 않았다. 자발적인 결정이었다.”
-주변에서 온라인 예배 결정을 잘 받아들였나.
“성도들이 교회 상황을 매우 잘 아시기에,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고 물은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 우리 교회의 상황을 잘 모르시는 교단 내 다른 목사님들 중 물어보는 분들이 몇 분 계셨지만, 교회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리니 모두 이해하셨다.”
-홈페이지에 가장 첫 화면에 주일성수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우리교 회는 고신 측에 뿌리를 둔 대한예수교장로회 계신총회 소속이다. 고신 측과는 분리되었지만 철저한 보수적 신앙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일성수의 중요성만큼은 철저하게 배울 수 있었다. 저 개인적으로도 1967년도부터 지금까지 54년째 이 교회에만 출석해왔다. 그동안 주일에는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 심지어 시험을 보는 것까지도,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 외에 일체의 개인적인 것들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 왔을 정도였다. 다만 지나치게 성경을 문자적·율법적으로 해석해 적용하지는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구약의 랍비들도 시대에 맞춰 율법을 적용해왔던 부분이 있던 것처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들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대규모의 전염병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이번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은 분명하다.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바로서려는 노력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심판과 섭리는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판단하며 다른 이에 대한 심판을 이야기하는 건, 스스로는 옳다 하며 다른 이에게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구원주이시자 마지막 심판주이시다. 구원도 심판도 단 한 분 예수님께 있다. 기독교인들이 함부로 심판자의 자리에 올라가 앉는 건 월권이다. 철저히 예수님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기독교 핍박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지적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한 관점도 자칫 지나칠 수 있다.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 분명 선한 목적을 이루실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며, 힘써 전도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신앙을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입원 중인 성도들 상황은 어떠한가.
“면회는 불가능하지만 매일 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다행히 열도 내려가는 등 좋아지고 있으며,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더라. 대한민국 의료진이 충분하게 대처하고 있다. 다른 성도들에게도 질병관리본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방에 철저히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의 사역에 변화가 있을 것 같나.
“우리 교회는 철저히 성경 안에서 말씀을 전하는 교회다. 대부분 말씀도 성경 본문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변하는 건 전혀 없을 것이다. 이번 일 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오직 말씀의 터 위에 서나가고자 한다. 오직 성경 안에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사역을 더욱 굳건히 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새벽예배나 수요예배, 기도회 등의 교회 내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다음 주 주일예배는 계획돼 있나.
“새벽예배는 드리지 못하고 있다. 오는 수요예배는 주일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드리게 될 예정이다. 이번 주일예배도 지난주와 마찬가지일 듯하다. 조금은 과할 정도로 대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주 정도는 현 상황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