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요셉: 4백30년 동안 이집트 종살이를 통해 믿음의 연단(鍊鍛) 기회를 마련하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자손이 다른 나라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기회는 아브라함의 증손자요, 야곱의 열 두 아들 중 열한째 아들인 요셉이 마련했다. 야곱의 자손 12지파는 이집트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했는데,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위해 계획하신 ‘믿음의 연단’이었다.
요셉은 야곱이 사랑하는 아내 라헬에게서 늘그막에 낳은 아들이다. 야곱은 요셉을 무척 귀여워해 그에게 색동옷을 입혔다.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한 요셉이 어느 날 형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밭에서 곡식단을 묶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묶은 단이 우뚝 일어서고, 형들의 단이 나의 단을 둘러서서 절을 했어요.”(창37:7) 요셉이 또 형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나에게 절을 했어요.”(창37:9)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데다 자신을 뽐내는 요셉을 그의 형들은 무척 미워했다.
어느 날 야곱이 요셉을 양 떼 치는 형들에게 심부름을 보냈다. 형들은 요셉을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그를 구덩이에 던져버렸다. 그랬다가 그들은 요셉을 구덩이에서 꺼내어 이집트 상인에게 팔아넘겼다. 요셉의 나이 17세. 그들은 숫염소 한 마리를 죽여 요셉의 옷에 피를 묻히고, 피 묻은 옷을 아버지에게 가져갔다. 야곱은 슬픔에 겨워 옷을 찢고, 베옷을 입고, 여러 날을 서글프게 울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보디발이라는 이집트 관리에게 팔려갔다. 요셉은 보디발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집안일도 돌보았다. 그런데 보디발의 음탕한 아내가 용모가 뛰어난 요셉을 끈질기게 유혹했다. 어느 날 요셉이 침실로 가자는 그녀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녀는 요셉이 자신을 강간하려 했다고 소리쳤다. 요셉은 2년간 감옥에 갇혔다.
요셉은 감옥에서 죄수 두 명의 꿈을 해몽해 주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이집트 왕의 신하였다. 그 신하는 풀려나 다시 왕의 시종을 들게 되었다. 어느 날 왕이 꿈을 꾸었는데, 아무도 왕의 꿈을 해몽하지 못했다. 그러자 감옥에서 요셉이 해몽해준 그 신하가 왕에게 요셉을 추천했다.
요셉이 왕 앞에 불려갔다. 요셉은 왕의 꿈을 놓고, 7년 동안 풍년이 들다가 다시 7년 동안 흉년이 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요셉은 흉년 대비책도 제시했다. 왕은 요셉의 해몽을 듣고,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왕은 30살 요셉을 이집트 총리로 임명했다. 요셉의 해몽대로 이집트는 7년 동안 풍년이 든 다음 7년 동안 흉년이 들었다. 요셉의 훌륭한 관리로 이집트는 흉년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야곱이 살던 가나안에 흉년이 들어 야곱은 곡식을 사오라고 아들 열 명을 이집트로 보냈다.(창42:2) 이집트로 온 그들은 요셉 총리 앞에 엎드려 절했다. 요셉은 형들을 곧바로 알아봤지만 짐짓 모른 척했다. 요셉은 그들이 이집트를 정탐하러 왔다고 겁주고, 사흘 동안 감옥에 가뒀다. 사흘 후 요셉이 말했다.
“나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오. 당신들은 이렇게 하시오. 당신들이 정직한 사람이라면 당신들 형제 가운데 한 사람만 여기에 갇혀 있고, 나머지는 나가서 곡식을 가지고 돌아가서 집안 식구들이 허기를 면하도록 하시오. 그러나 당신들은 반드시 막내아우를 나에게로 데리고 와야 하오.”(창42:18-20)
요셉은 곡식을 나귀에 가득히 실어 보내면서 시므온을 인질로 붙잡고, 이어 자신의 친동생 베냐민을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들은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그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얘기했다. 야곱은 이집트에서 인질로 붙잡혀 있는 시므온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반드시 베냐민을 이집트로 데려가야 한다는 아들들의 주장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더욱 심해 갔다. 그들이 이집트에서 가지고 온 곡식이 다 떨어지자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이집트에 다시 가라고 말했다. 마음은 아팠지만 베냐민도 형들을 따라가게 했다.
형들이 다시 이집트로 가 요셉을 만났다. 요셉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끝내 자신을 밝히고 말았다.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고요?”(창45:3)
형제들이 놀라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바로의 궁까지 들렸다. 요셉이 형들에게 말했다.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리로 보내셔서 …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신 것입니다.”(창45:8)
소문이 바로의 궁에 전해졌다. 바로가 요셉에게 말했다.
“그대의 형제들에게 나의 말을 전하시오.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서 그대의 부친과 가족을 내가 있는 곳으로 모시고 오게 하시오. 이집트에서 가장 좋은 땅을 드릴 터이니 그 기름진 땅에서 나는 것을 누리면서 살 수 있다고 이르시오.”(창45:17-18)
야곱 가족은 이집트로 옮겨갔다. 이집트 왕의 배려로, 요셉은 아버지와 형들에게 가장 좋은 땅 라암셋 지역을 소유지로 주었다.
야곱은 죽기 전 요셉에게 말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너에게 수많은 자손을 주고, 그 수가 불어나게 하겠다’고 하셨다.”(창48:4)
야곱은 죽기 전 훗날 열두 지파가 될 아들들을 앞에 놓고 하나하나 예언이 섞인 축복을 내렸다. 야곱은 이집트에서 죽었다. 그 후 요셉은 아버지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110세까지 살았다.
요셉이 죽고 새 왕들이 들어섰다. 요셉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왕들은 이스라엘 자손이 번성하는 것을 보고, 몹시 겁을 먹고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야곱의 자손들은 하나님이 진즉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대로 430년간 종살이를 하게 되었다. 종살이의 고달픔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믿음을 연단하기 위해 마련하신 계획이었다.
야곱 자손들은 430년 동안 종살이를 하다가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했다. 성경에는 이집트로 간 야곱의 가족이 며느리들을 뺀 직계가 66명, 이집트에서 요셉이 낳은 아들 2명을 합해 70명으로 나타나 있다.(창46:26-27) 그런데 430년 후 이집트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자손은 (내 계산으로) 2백만 명 가까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자손이 별처럼 많아지게 해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확실하게 이뤄졌다. 이 약속은 오늘날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됨으로써 더욱 확실하게 이뤄졌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