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신약과 아브라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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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히브리서와 아브라함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권혁승 박사 블로그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권혁승 박사 블로그

히브리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하여 참된 믿음의 모범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물론 히브리서에서 이스라엘 역사를 해석하는 중심축은 기독론이지만, 아브라함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종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을 용납하는 것에 있었다. 아브라함은 무엇보다도 믿음 안에서 오래 참으며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지킨 모범적 인물이다(히 6:13-15).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도 그와 같이 하나님의 약속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인내를 가져야 한다.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대제사장이 되신다는 점에서 아브라함과의 관련성을 강조한다. 히브리서에는 신약 어느 성경보다도 그리스도를 통한 제사와 제사장직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아브라함은 멜기세덱 제사장과의 관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멜기세덱은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진 신비한 인물이다. 그는 아브라함을 축복하였고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일조를 바쳤다. 히브리서는 예수의 제사장 직분이 레위지파의 아론가문 제사장 계열에서 온 것이 아니라 멜기세덱에게서 기원되었음을 강조한다(히 7:1-10). 이것은 그리스도가 멜기세덱의 신비성처럼 영원한 제사장이 되며, 유대인들이 지켜온 전통적 레위 계열의 제사장 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브라함이 자기를 축복하는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쳤는데, 그것은 곧 아브라함의 후손인 레위가 이미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친 것과 같다. 곧 레위 제사장 직분은 이미 아브라함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분은 레위계통의 전통적인 제사장 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우월성을 지닌다. 히브리서는 아브라함을 내세워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는 일에 유대인들이 신뢰하고 있는 레위 계통의 제사장 직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십자가 위에서 대속의 죽음을 죽으신 그리스도만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참된 화해를 이루시는 유일한 우리의 대제사장이시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와 함께 참 신앙의 모범을 보여준 인물이다(히 11:8-12; 17:19). 히브리서 11장에서는 아브라함 이전의 아벨, 에녹, 노아와 같은 신앙의 인물들과 아브라함 이후의 이삭, 모세, 다니엘, 선지자들과 같은 믿음의 사람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들 모두는 아브라함과 함께 이스라엘의 역사상 뛰어난 신앙의 모범적 인물들이다. 그들은 또한 후대 사람들에게는 참된 믿음에 대한 ‘허다한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히 12:1). 이들이 보여준 참된 믿음이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 11:1)이다. 그런 참 믿음의 기준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다른 어떤 인물들보다도 뛰어난 믿음의 소유자였다.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받아들여 실상과 증거를 삼았던 아브라함의 신앙은 가장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의 믿음에 관한 내용은 다른 인물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히브리서가 아브라함을 비롯하여 이스라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참된 믿음의 소유자들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는 것은 예수께서 그런 믿음의 완성자로 오셨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분”(히 12:2)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올바른 믿음을 처음으로 보인 것은 그리스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라는 점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인들도 그런 믿음의 사람들을 본받아 그들처럼 살아야 한다. 그것은 예수의 전도활동이 유대교를 대체할 새로운 종교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고 이스라엘 조상들이 소유했던 순수하고 참다운 믿음을 상실한 유대인들에게 본래의 모습을 회복시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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