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교회 권사 등 확진 후 신천지로 드러나
신천지 신도 명단 공개 극도로 꺼려
폐쇄성과 위장술로 현황파악 어려워
코로나19 확진 판정 직후에야 신천지 신도임이 밝혀지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위장을 일삼아 온 신천지의 실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감염 예방 업무 총괄을 맡았던 A팀장은 22일 코로나 검사 후 이튿날인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판정 직전에서야 스스로 신천지 대구지회를 다녀갔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A팀장은 지난 20일 시·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로부터 받은 신천지 교인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자, 21일 질본으로부터 자가 격리조치를 받았으며, 격리 첫날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함께 근무한 50여명의 직원들도 격리 조치를 받았다.
대구 동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경찰관 역시 21일부터 발열 증상이 발생, 22일 검사를 진행해 당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검사 직전 스스로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고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사실이 24일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대구의 한 교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성도가 신천지 추수꾼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신천지의 이단성을 지적해 온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천지가 제공한 대구지회 참석자 명단에 해당 성도가 포함돼 있었으며, 특히 그 성도는 권사 직분으로 남편 역시 같은 교회 시무장로라고 한다. 본지는 사실 확인차 해당 교회 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전화했으나, 담당자는 “교회가 아니”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과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신천지 특유의 폐쇄성과 위장술로 인해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신천지가 신도의 명단 공개를 극도로 꺼리며,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교회에서 포교를 해 온 신천지의 특성상 공개된 명단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남도를 비롯한 시·군에서는 신천지 교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다른 교인에게 일일이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확인하며, 교인들의 자발적 신고를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공개 장소 외 추가 시설 계속 드러나
각 시·도 지자체, 신천지에 초강수로 대응
신천지로 잘못 알려진 사업장 피해 우려도
또 신천지 측이 최근 전국의 집회소 및 부속기관을 폐쇄하고 소독과 방역을 마쳤다며 1,100개의 주소를 공개했지만, 신천지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신천지가 자체 공개한 목록에는 대구시에만 22개 시설이 기재돼 있으나, 대구시가 자체 파악한 결과 3곳의 복음방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기도도 비슷한 상황으로, 신천지가 공개한 곳은 239곳이었지만, 도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270개가 확인됐다. 이마저도 신천지가 제공한 정보와 일치한 곳은 111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의 문제를 지적해 온 ‘종말론사무소’는 22일 “전국의 72개 본부 및 지교회와 306개의 센터(위장신학원), 사무실 103개소와 기타 1,048개소 등 총 1,529개의 모임 및 집회 장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도처에 퍼져 있는 건물(장소)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지자체들은 신천지에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 내 실내외 장소를 불문하고 향후 14일간 신천지 측에서 진행하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신천지가 밝힌 공식 시설을 비롯해 센터와 복음방 등 집회가 가능한 모든 시설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 지사는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직장 등의 연고를 가지고 있는 성도의 명단을 모두 제공해 줄 것을 신천지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천지 소유로 잘못 알려진 시설에 대한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 측은 “신천지 장소에 대해 실제 최근까지 운영된 곳만 제보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민간 사업장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드시 직접 확인한 정보만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