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전염병을 극복해 가는 3단계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심리학에서 시작해 수학을 거쳐 의학으로

▲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코로나 19(COVID 19) 전염병으로 대한민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를 경험한 나라이고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데도 감염인과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 공포스러운 코로나 19를 이겨내고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전염병은 심리학에서 시작해서 수학의 단계를 거쳐 의학으로 마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인가?

전염병이 창궐하면 국민들은 극도의 공포와 심리적 불안감에 빠지게 된다. 과도한 공포심이 발생하게 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심리학 단계다. 경제활동과 학교 교육활동 등이 극도로 위축되거나 제약되어 버린다. 국가는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사회를 안정시켜야 한다. 심리학의 단계에서 수학의 단계로 진입시켜야 한다. 만약 이 단계에 실패하면 그 여파가 심각해진다. 경제는 피폐해지고 사회 분위기가 차가워진다. 특히 국가 간 경제활동이 중단되거나 거부되어 국익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외부 감염원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학의 단계로 이동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돌 때 심리학의 단계에서 수학의 단계로 벗어나지 못할 때 빚어지는 비극의 역사를 알고 있다. 심리적 공포심이 발생하고, 거짓소문이 발생한다. 전염병에 대한 희생대상을 찾아 응징하는 마녀사냥의 일까지 벌어진다. 14세기 2차 흑사병이 유행했을 때에는 유대인들이 우물을 오염시켜서 발생된 것이라는 거짓소문이 돌면서 많은 유대인이 학살을 당했다. 19세기에 콜레라가 유럽 전역에 퍼졌을 때 엄격한 검역으로 여행과 교역이 통제 되었다. 그 결과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불만을 품게 된 빈민들이 폭동과 저항을 일으켰다. 1831년 10 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헝가리 콜레라 때에는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독을 퍼트렸다고 성을 포위하고 귀족과 의사들을 살해했다. 유언비어와 마녀사냥이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서 독버섯처럼 번졌었다. 2020년 2월 17일 현재 자국민을 전염병에서 보호하기 위해 세계 133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인 입국금지와 출입제한을 한 나라도 2월 28일 현재 총 52곳에 달한다. 수일 내에 미국도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부분의 세계 국가들이 심리학의 단계에서 수학의 단계에 들어서기 위한 전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수학의 단계는 외부 감염원을 차단한 이후부터는 감염인에 대한 파악과 활동 동선을 파악하는 단계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스스로 조심하고 자제함으로 추가 감염이 줄어든다.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사회 활동이 시작된다. 국제적인 신뢰가 회복되고 무역거래가 회복된다.

마지막으로 의학의 단계로 전염병이 컨트롤된다. 전염병의 역학이 밝혀지게 되어 추가 감염이 확연히 줄어들고,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고 보급되는 단계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단계에서 수학의 단계로 이동하려면 외부유입을 차단해야만 가능한 일인데, 대한민국은 초기 외부유입 차단에 실패했다. 정치적 판단이 의학적 판단을 무시한 결과다. 일부 정치인들의 오만과 무지, 탐욕이 빚어낸 일이다. 외부로부터 감염인 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수학적 파악이 의미가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심리적 불안 단계에서 안정을 찾고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부 유입이 차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감염인의 증가를 막을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다 지쳐 버리고 말 것이다. 그나마 대한의사협회가 3월 초 1주간 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대국민 제안은 대단히 적절한 대응이다.

외부 유입은 막고 내부 감염을 차단하는 지극히 명확한 일을 하지 않은 것은 국민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비윤리적인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토를 건강하게 지킬 의무가 있다.

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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