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배 제재,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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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자유 압박하는 기독 정치인들 유감

신천지를 향하던 정치권과 여론의 칼끝이 이제 기독교까지 겨누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와 신천지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주일예배 온라인 전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맞고 있는 기독교계는, 또 하나의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바로 예배 강제 제재에 대한 이야기다. 국회는 7일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제안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같은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여기서들 말하는 ‘종교’란 바로 ‘기독교’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미 다른 주요 종교들의 경우 집회 중단을 결정했고 수직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기독교는 많은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고는 하나 수평적 개교회주의 구조를 갖고 있기에 일사불란하게 모든 교회의 모임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교회에 공문을 보내 ‘집회 금지조치 긴급 행정명령’ 등을 선포하면서, 위반 시 ‘벌금 300만원’을 적시한 뒤 ‘종교집회 금지 협조 요청문’을 발송하고 있다. 언론들도 교회들의 예배 모임 여부를 수시로 보도하며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안민석 의원과 이재명 지사는 모두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민석 의원은 오산침례교회(담임 김종훈 목사), 이재명 지사는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 소속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취임 당시 이태근 목사(당시 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 이필재 목사(갈보리교회), 엄기호 목사(성령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예배도 드렸다.

그리고 국회에서 해당 결의안을 통과시킨 의원들(재석 157명 중 찬성 146명, 반대 2명, 기권 9명) 중 약 1/4도 역시 기독교인들일 것이고, 일선 교회들에 해당 협조 공문을 보낸 지자체들과 이를 보도한 언론들에도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같은 조치들을 주도 내지 동조, 혹은 선동하고 있다.

물론 이 심각한 질병 확산 사태로 인해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고민도 고충도 많을 것이다.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에 그 같은 언행을 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당연히 교회들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며, 이미 상당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모임 중지를 교회에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뿐더러, 절대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그 이유는 첫째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헌법에 정교분리의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는 그 무엇보다도 고귀하고 소중한 가치로서 절대 국가 권력의 침해를 받아선 안 된다. 둘째로 앞서 언급했듯 개교회주의 때문에 모든 교회들이 일괄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셋째로 대중교통·유흥업소·영화관·대형마트 등 교회들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감염 확산에 취약한 곳들을 제쳐두고 유독 교회만 압박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순수하지도 않다. 더욱이 신천지의 사례와 달리, 정통 교회의 예배가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기독교는 다른 그 어떤 종교들보다도 종교의 자유와 모임 및 교제를 소중히 여기며, 특히 주일예배를 생명처럼 지킨다. 그런데 이를 법으로 혹은 공권력으로 금지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저항과 역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교회들 사이에서도 반감이 생길 것이다. 이는 곧 국론분열로도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현 상황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기독교인인 안민석 의원과 이재명 지사가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공감도 없이 불쑥 국회와 SNS 상에서 이 같은 엄청난 제안과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교회들도 평소 국회의원 등 국가 지도자들 중 기독교인 비율이 높다는 것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그들로 하여금 기독교적 가치관을 실현하게 하는 노력은 소홀한 듯해 아쉽다.

부디 이 같은 언행들이 정치적 계산과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이런 중차대한 현실 앞에 국민의 안전만을 최우선시해야지, 방역 실패의 책임을 교회로 돌리거나 기독교계 전체를 신천지와 같은 이단·사이비 집단처럼 취급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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