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번번이 불기소… 피해자들 “공무원이 신천지 키워”
수강생도 속는 신천지 비밀포교, 문제는 학원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천지의 ‘사단법인’ 설립 취소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10일 ‘임의단체’들의 위법성 여부에도 칼을 빼들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은 앞다퉈 신천지가 벌여온 불법적 행태들을 고발하고 있다.
일부에선 신천지가 학원법, 건축법, 부동산실명제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중 신천지의 위장 포교를 막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학원법 위반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학원에 신천지 대신 다른 간판… 위장포교 근거지
신현욱 소장 “프랜차이즈식 경영 성공, 부흥의 기틀”
신천지는 지난달 23일 1,100개의 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를 공개했다. 공개되진 않은 위장 시설까지 포함하면 1500개가 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중 300개가 넘는 곳을 신학원(센터)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신학원에 신천지 대신 다른 이름을 내건다. 연일 문제되고 있는 비밀 포교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한 신천지 탈퇴자는 “처음부터 이만희를 구원자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6개월 정도 성경공부를 하고 나면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이곳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신천지 신도가 된다.
신천지 교육장 출신인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은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신학원을 세워 수많은 성도들을 모았다. 소위 프랜차이즈식 경영의 성공으로 신천지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행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서 학원은 “10인 이상의 학습자(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을 말한다.
신천지의 학원법 위반을 지적해왔던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신천지 신학원은 일반적으로 6∼7개월 과정이고 인원은 20명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학원법상 학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신천지는 이를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예비 신천지 교인들을 교육해왔다.
법적으로 신학원의 위법성을 밝히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다. 신천지 피해자들은 지난 2007년 수원지방검찰청에 신학원을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과천 경찰서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 학원법 적용 대상 여부를 질의했고, 신학원이 내부교육기관이면서 종교교육이기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한 해 뒤인 2008년에는 신천지대책전국연합(이하 신대연)이 서울 서부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청은 신학원이 학원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에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당시 고발 대상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신학원과 같은 건물에 신천지 교회가 있었다. 검찰은 교회 소속 신도들이 교리를 공부하는 곳이라고 판단해 이번에도 불기소 처분했다.
내부교육기관이라 판단한 교육청과 검찰, 매번 불기소
“교육생은 신도가 아니다” 신천지 주장과 정면 배치돼
하지만 신대연은 이 같은 판단에 맹점을 지적했다. 신학원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신천지 교인이 아닌 예비 신천지 교인으로, 즉 내부 신도가 아닌 외부인이라는 것이다.
신천지 측이 지난달 27일 6만5천여 명의 예비 교육생 명단을 뒤늦게 내놓을 때도 “교육생은 신도가 아니라 명단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교육청과 검찰이 신학원을 내부교육기관으로 판단했다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종교교육이기에 단속할 수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조 대표는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헌법재판소(2000. 3. 30 헌바14전원재판부)는 “종교교육이라 할지라도 학교나 학원의 형태로 행하는 것에 대하여 방치할 경우, 여러 사회적 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설립인가나 등록제로서 최소한의 규제하는 것이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익의 제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근거해 “종교교육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학교나 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경우에는 교육법이나 학원법상의 규정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된다”라고 법령을 해석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199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신학연구원이 당시 학원법 및 고등교육법에 의거, 인가받지 않고 운영했다가 폐쇄명령을 받고, 연구원이 이를 불복해 헌법소원까지 진행됐으나 결국 패소한 사례를 언급했다.
신대연 관계자는 “그동안 (학원법 위반을 문제 삼지 않은) 공무원들이 신천지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며 “신학원의 학원법 위반 여부는 신천지에게 직격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학원법 위반을 지적하는 청원이 “신천지 교주 이**의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이들은 “성경을 가르친다는 구실로 전국에 1,000여 개소 이상의 비밀 세뇌교육 시설(선교센터 복음방)을 학원의 형태로 운영하며 서서히 교리를 주입, 아무런 간판이나 신천지라는 표시도 없거나 전혀 다른 간판으로 위장한 비밀 세뇌교육 시설로 수강생들조차 그곳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