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체를 경악하게 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폭탄 발언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7일 자신의 SNS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이 지사는, 11일 경기도 기독교계 지도자들과의 긴급간담회 후 이를 번복했다. 주지하듯 이 발언은 기독교계를 표적으로 삼고 있던 것이었다.
이 지사는 교계 지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집단종교행사 전면금지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며, 감염예방조치 없이 집단종교행사를 하는 개별 종교단체에 한하여 ‘감염예방조치 없는 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한다고 선언했다. 또 소독 등 개별 종교단체들의 감염예방조치를 지원한다고도 덧붙였다. 기독교계 입장에서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이번 사건은 기독교계에 ‘정치인 이재명’의 실체를 명백히 알려 줬고, 매우 씁쓸한 뒷맛과 과제를 남겼다. 그로서도 당연히 고뇌와 고충이 있었겠지만, 그가 정말 순수하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고 종교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마땅히 이 일을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먼저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더욱이 이 지사는 교회 집사로서, 그가 성남시장에 취임하던 당시에는 경기도 내 유수의 교계 지도자들이 두루 참여한 가운데 감사예배도 드렸다. 마음만 먹었다면 이를 상의할 만한 교계 지도자들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먼저 SNS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포퓰리즘식으로 이를 공론화했을 뿐 아니라, “전면금지 긴급명령”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씀으로써 기독교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가뜩이나 벌금까지 운운하며 예배를 범죄시하고, 교회를 유흥업소보다 더 압박하는 공공기관들과 언론들의 행태에 부아가 치밀고 있던 기독교계로서는, 이 지사의 발언이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 지사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어쩌면 ‘이재명 집사’가 기독교계를 너무 몰라서였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얼마나 큰 파장을 낳을지 전혀 모르고 성급하게 그 같이 내뱉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재명 집사’가 기독교계를 너무나 잘 알아서였을 수도 있다. 어차피 보수적인 기독교계는 자신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으니, 차라리 방역에 과감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편이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얄팍한 표 계산이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기독교계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교계 지도자들은 “이재명 집사의 정치적 성공”을 자랑했지만, 그의 신앙과 가치관을 선도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단 이 지사만을 두고 뭐라 할 문제도 아니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을 봐도, 발의한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오산침례교회(담임 김종훈 목사) 소속 기독교인이다. 해당 결의안은 재석 157명 중 찬성 146명, 반대 2명, 기권 9명으로 의결됐는데, “기독교계가 평소 자랑하던 바에 따르면” 그들 중에서도 1/4 가량은 기독교인이었을 것이다. 일선 교회들을 압박하는 공공기관들과 언론들에도 당연히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면역체계의 취약점을 뚫는 법이다. 한국교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간 참된 기독교인 양성에 있어 혹여 소홀함이 있지는 않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또한 신천지와 같은 이단에 잘 대처해 성도를 보호하고, 예배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되새겨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