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박양우 장관에 일제히 “예배 금지 논란” 불만 성토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한교총, 코로나19 관련 긴급상임회장회의 및 기도회 개최

▲12일 한국교회총연합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상임회장회의 및 기도회’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상임회장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12일 한국교회총연합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상임회장회의 및 기도회’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상임회장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종교집회 전면금지나 제한 등의 발언으로 사실상 예배를 강제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기독교계에서는 ‘종교 탄압’까지 거론되며 경색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집회금지 긴금명령 검토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의 행보에 대한 분노는 아직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목사, 이하 한교총)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상임회장회의 및 기도회’에 방문해 “일부 지자체의 행정명령 등은 적절치 못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면 접어 달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장관 역시 지난달 28일 종교계를 대상으로 집회 자제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엄중한 현 상황을 타개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종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당분간 종교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상임회장들이 현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교단별 대처 방안을 논하는 중간에 참석했다. 박 장관이 자리에 앉자 회장단은 한국교회가 코로나 예방과 대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오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목사 “자율성 기반한 기독교계 특성 잘 몰라”
류정호 목사 “교회의 신속한 대처 먼저 살펴 봤어야”
윤재철 목사 “대구 확진자 중 정통 기독교인 드물어”

▲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김태영 목사는 “바쁘신 가운데 기독교계의 쓴소리를 들으러 오신 것에 감사하다”며 “한국교회는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급작스럽게 맞이했음에도,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정부의 방역을 따랐다. 하지만 ‘천주교와 불교도 예배를 멈췄는데 왜 교회는 그렇지 못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자율성에 기반한 교회의 특성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수직적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다. 각 교회의 당회에 결정 권한이 있기에 그들이 상황을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지시하는 것밖에 없다. 문을 닫으라고 명령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온라인 예배가 어려운 미자립교회, 농어촌 개척교회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우려 노력하고 있는 점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우리 교회들도 하나님께서 교회 문을 닫게 하신 이유가 뭘까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신천지의 비윤리성·반사회성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우리 교회는 더욱 사회성과 윤리성 있게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오히려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깊이 이해해 달라”고 당부를 전했다.

류정호 목사는 “예배를 금지하기 전, 과연 교회가 확산의 진원지인지, 신속히 대처해 왔는지, 통계를 먼저 살펴본 다음 발언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교회를 통해 나타난 확진자는 0.25%에 불과했다. 정부 시책에 가장 빠르게 발맞춰 대책을 세워 왔다. 역동적 예배를 즉시 중단하고 공동 식사를 멈추는 등의 노력을 했기에 교회를 통한 확산이 적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중앙침례교회를 시무하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윤재철 목사는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바이러스가 왔다고 생각하신다”며 “대구에서 수많은 신천지 신도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그 많은 확진자들 중에 정통교회 성도는 아직 없다. 얼마나 철저하게 대처했는지 그 수치를 확인해 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윤 목사는 “교회가 신천지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경적 부분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오판이다. 마치 교회가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는 건 위협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양우 장관 “저도 기독교인, 눈물로 협력에 감사”
“교회-신천지 혼동 있을 수 없어, 언론도 유의해야”
“팬데믹 상황, 집단감염 예방 교회가 앞장서 달라”

▲박양우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박양우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에 박 장관은 “저도 기독교인으로서, 주일예배는 교회에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방역에 협조하시느라 눈물 흘리며 중지하고 자제해 주신 것에 대해 먼저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더군다나 교계에서 대구 경북 지역을 비롯한 어려운 곳에 성금을 보내 주시고, 생활치료센터를 위해 교회 시설을 제공해 주시는 등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도 감동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정부도 굉장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종교집회 (자제 촉구) 결의를 하고, 일부 지자체에선 집회금지 행정명령 등이 언급되었는데 적절치 못했다”며 “종교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정부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관여, 간섭할 수 없다. 정부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 오늘 아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도 국무의원들과 16개 지자체장들에게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종교를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강압적으로 하겠는가. 그건 오해”라며 “그럼에도 지자체에서 불편한 말씀과 행정이 일부 있었던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유의해줄 것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통계로 볼 때 교회에서 감염과 관계된 것은 사실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며 “신천지와 교회를 혼동하는 건 당연히 안 된다. 정부도 결코 동일시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도 이 점을 유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신앙적인 핍박은 있을 수 없다. 다만 환경적으로 밀집된 시설을 굉장히 조심하고 있기에 그런 측면에서 모든 국민들이 유의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며 “격리는 자발적인 것이 당연하다. 여론으로 통제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언사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100% 공감한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과 지자체, 언론이 함께 조심해야 한다”며 “다만 코로나19가 WHO로부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된 상황에서 학원, PC방, 스포츠시설 등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교계와 마찬가지로 협조 요청을 드리는 정도로 생각한다. 교계 역시 종교 문제가 아닌 방역 문제로 접근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저도 너무 속상하다. 저도 지난주 주일예배를 김태영 목사님의 온라인 설교로 드렸다. 모두들 얼마나 가슴 아프신가”라며 “집단 감염의 예방차원에서 교계가 앞장서서 본을 보여주시면 국민들도 교계에 감사해하고 존중할 것이라 생각한다. 상황이 빨리 잠잠하게 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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