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배 금지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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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더 슬프게 하는 사람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마침내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교회 예배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제재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책임지는 3대 행정 수반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장 먼저인 3월 17일 종교집회 제한명령을 발동하며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는 교회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구상청구·전면금지 조치를 취한다고 경고(!)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배 자제 권고’를 계속하되 권고나 지침을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도와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그리고 23일 사랑제일교회에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여전히 예배를 열겠다는 교회들이 적지 않아 걱정”이라며 “종교집회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 중앙 정부도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의 이 같은 조치와 언행은 당연히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깊은 염려와 고민에서 나왔으리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들의 압박이 지나칠 정도로 교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장시간 밀집하는 장소가 단지 교회 뿐이 아닌데도, 아니 교회보다 더 위험한 조건들을 지닌 장소들이 많은데도, 정작 관공서들조차 교회에 요구하는 수칙들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도,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시 말해 종교라는 신성한 영역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른 시설들은 영업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지만, 교회 예배는 몇 번 안 드린다고 죽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기독교 전체에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는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에게 예배란 생명보다 귀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공권력으로 강제해선 안 된다. 특별히 지금과 같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때일수록, 교회의 기도와 격려, 그리고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치유하심이 매우 절실한 것이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시장, 이재명 지사 모두 ‘인권변호사’ 출신인데(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미 그 민낯을 보여줬지만), 어째서 인권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이처럼 경솔히 대하는가.

코로나19의 가장 근본적 책임이 있는 중국을 향해서는 한 마디 비판도 못하고 입국금지도 못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서, 교회를 향해서만 전면금지니 구상권 청구니 하면서 기세등등하게 엄포를 놓는 것도 기독교인들로서는 황당한 부분이다. 구상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를 애초에 발원 및 창궐하게 한 자, 그것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한(?) 자, 사태 초기에 마스크 확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중국으로 다량 유출을 방관 및 조장해 마스크 대란을 초래한 자, 섣부르고 안이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린 자에 대한 구상권을 먼저 청구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

이들의 이 같은 행보에 담긴 의도가 부디 방역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국민들을 편가르기해 정부로 쏟아질 비난의 화살을 분산시키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반기독교 정서에 편승하고 포퓰리즘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기독교를 신천지와 같은 반사회적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그같은 예배 제재 시도에 부화뇌동하는 언론들은 사회 정의를 지켜야 할 사명을 버리고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종교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을 향해서도 “예배 강행”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중대 범죄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떤다. 또 “헌금 때문에 예배드린다”는 식의 저급한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그렇게 많다던 기독 정치인들은 기독교계의 참담한 심정을 한 마디도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다. 종교를 떠나 자유의 가치를 굳게 붙들어야 할 자칭 보수 우파 정치인들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내부 총질도 문제다. 같은 기독교인들끼리 자극적이고 경멸 섞인 언사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을 비난하거나, 혹은 반대로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교회들을 공격하는 식이다. 또 예방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모든 교회의 선교에 치명적 피해를 주는 일부 교회들도 너무나 안타깝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또 슬퍼하는 교회는, 이러한 이들로 인해 더 아프고 더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지금 절대로 이들과 기싸움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이들이 교회의 예배를 제재해선 안 되듯, 교회의 예배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와 위협을 줘서도 안 된다. 본인이야 ‘순교 신앙’로 예배드린다 하더라도, 그 신앙을 다른 이에게까지 강요하진 말아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도 집중해야 할 부분은 교회의 본분에 따라 예배를 지키면서도 또한 이웃 사랑과 생명 구원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교회는 안타까움과 불편함이 있더라도 가장 앞장서 모범적으로 당국과 전문가들이 제시한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우며, 이 난국을 극복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한 길에서 떠나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간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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