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단은 안 되지만 형태는 바꿀 수 있다”
예장 통합 총회장이자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인 김태영 목사가 22일 부산 백양로교회 주일예배에서 “기독교인의 생명은 예배에 있다. 전염병 시국에 그 형태를 바꿀 수는 있어도 중단할 수 없다”면서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김태영 목사는 ‘다시 수치를 당하지 맙시다’(느헤미야 2:17~20)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여 다시는 세상으로부터 수치를 당하지 말자고 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수치심을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8장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수치를 제해주셨다. 수치(disgrace)를 은혜(grace)로 덮어주셨다”면서 “우리가 손발을 씻듯이 영적 청결에 힘을 쏟고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지고, 모든 수치가 물러가는 은혜의 시대, 존중의 시대, 하나님께서 주시는 청결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반 사람들은 교회에 별 관심이 없는데, 언론마다 집단 감염지로 교회를 지목하고 교회 앞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자고 시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TV 대담자들은 ‘천주교, 불교는 다 모임을 갖지 않기로 했는데 왜 교회는 예배를 강행하느냐’고 한다”면서 “그러나 교회는 피라미드와 같은 수직적 구조가 아니다. 교단의 결정문 하나로 모든 예배를 다 중단할 수 없다. 지역마다 교회마다 형편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툴지만 교회마다 유튜브로 예배 실황을 올리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런데 일부 교회들의 예배 현장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 점에 대해 당국과 국민들 앞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민들께도 사과를 드리고 연합기구 차원에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교회를 대표하는 분들과 청와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교가 개학을 4월 6일까지로 연기하는데, 교회도 영상으로 예배를 드려달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개척교회의 경우 임대건물이 노후해 있으니 방역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를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배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비기독교인들은 교회 문을 잠깐 닫으면 안 되느냐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생명은 예배에 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신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이다. 이를 압축하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정치 활동을 그만하라고 하면 정치인으로서 죽는 것이고, 경제인에게 경제 활동을 그만하라고 하면 경제인으로서 죽는 것”이라며 “언론을 통제하고 간섭하면 언론이 죽는 것이다. 교회와 성도에게 예배를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교회는 예배가 중심이고 버팀목이기 때문에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 다만 전염병 시국에 예배의 형태는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약해지고 우울할 때 교회가 필요하고 예배가 필요한 것인데, 지금과 같은 때 예배마저 드리지 못하니 얼마나 더 힘들고 어려워하는가? 힘들 때 신앙심이 더 돈독해지고 기도와 예배의 시간을 갈망하게 되는데, 이렇게 교회의 문을 닫아야 하는 고통을 안고 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또 교회의 대사회적 봉사 활동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 개척교회에 1차로 임대료를 지원했고, 음식·손소독제·마스크 등을 1억원 상당 사회에 기부했다.
김 목사는 “졸업식이나 입학식이 연기되면서 어려워진 화훼농가들이 많은데, 교회가 사람은 없지만 강대상 꽃꽂이를 하거나 가정에 꽃을 보내면서 도울 수 있다. 감자·대파 농사짓는 분들도 개학이 미뤄지고 급식을 못하게 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는데, 농가를 도와줄 수 있다고 연락하신 분도 있었다”며 “우리가 이렇게 스스로 살 길을 찾고 교회도 교회가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가 당국의 방역 지침에도 잘 협조해 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 책임적인 공동체이고 사회와 떨어질 수 없다. 사회 방역에 잘 협조해야 한다. 전염병이기 때문에 성도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하는 것이다. ‘교회는 괜찮아’ 하는 막무가내 태도는 모든 교회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신천지 폐쇄성·비사회성·비윤리성이 드러났다. 교회는 더욱 윤리성을 갖추고 사회 책임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변이 다 불안한데 ‘우리 교회만 무풍지대’라고 하면서 마음대로 예배를 드리는 일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결국 교회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만다. 이번 기회로 개인의 신앙생활과 영성을 확인하고, 삶의 현장에서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회가 방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서, 조기에 이 사태가 종식되고 우리가 일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 당국도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교회와 손잡고 속히 코로나 사태를 종식할 수 있기를 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