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맞지 않아도 될 매, 그리고 격려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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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2019년 중국 우한시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판데믹 상황까지 갔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약이 나오기까지 시간벌기에 들어갔다. 전 세계가 시간벌기에 들어가 있지만 각 나라마다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방식과 의료시스템, 생활습관 등이 감염확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각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코로나를 극복해 나갈 지혜를 찾아가야 한다.

먼저 정부의 대처 방식에 따라 국민들이 겪는 고통과 경제적 손실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났다. 전염병이 돌 때 해야 할 일은 첫째는 외부 감염자 유입차단, 둘째는 내부 감염자 격리치료 및 확산 방지다. 영국과 스웨덴은 외부 유입차단보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연면역을 얻는 방법을 택했다. 의료전문가의 잘못된 판단을 믿고 중세시대에서나 취할 만한 무모한 대처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감염확산과 사망자 증가에 당황한 나머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정책 실패로 인해 인재(人災)를 당한 국가들이다.

2020월 1월19일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COVID 19)가 처음 진단된 후 80일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초기에 외부 감염자 유입을 차단하지 않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모든 일상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대한의사협회는 7차에 걸쳐 외부유입 차단과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초기 감염자 차단을 못 하고 국민들의 모든 삶과 시간을 멈추어 버렸다. 정치적 결정이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결과로 맞지 않아도 될 억울한 매를 맞고 있다.

이들 국가가 취한 대처방식의 공통된 문제는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판단과 분별력이 원칙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이다.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2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오고 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경제적 고통에 대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자화자찬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철없고 얄미운 처신이다.

한편 냉철한 전문가의 판단을 내린 나라들은 선제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자 유입을 초기부터 철저하게 막는 원칙에 충실했다.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정부는 행정력을 제공했다. 대만과 베트남, 싱가폴 등이 대표적인 국가다. 모두가 전문가지만 승패가 완전히 갈라졌다. 두 번째는 각 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코로나로 인한 희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가의료시시템( NHS National Health System)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나 개인이 책임을 지는 자유계약 의료제도를 가진 미국이나 코로나19 앞에 허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누구도 답을 선뜻 내놓을 수 없기에 앞으로 이들 국가들이 자신들의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고 개선해 나갈지 지켜봐야 한다.

세 번째는 생활습관이 코로나로 인한 감염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수 년 동안 생활화된 마스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외부유입 실패가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확진자 확산을 막아내고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 때문이다. 자력으로 안전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유럽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범죄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마스크 착용을 더디게 했다. 마스크 착용 없이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큰 의미가 없음이 이번 코로나사태로 증명되었다. 마스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한국의 경우 직장과 관공서등에서 촘촘히 앉아 근무를 하면서도 코로나 확산이 많지 않은 것은 마스크 착용의 효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마스크 착용은 생명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보호 장구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초기 외부 유입을 막지 못하고 절절매는 정부와 달리 국민들과 의료진은 터진 둑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이미 지역감염 상태가 된 상태여서 개원가 역시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극도로 조심하며 진료를 하고 있다. 모든 의료진들은 하루 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혹시 자신이 감염되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염시키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며 자녀들을 안아 주지도 못하고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때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험이 있는데도 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너무 누적되고 임계점에 와 있다는 점이다. 백신과 치료약이 나오기까지 생명을 지켜줄 사람들에게 힘 빠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내의 따뜻한 격려가 남편의 지친 심신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다.

이명진 의사평론가(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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