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짓과 언어폭력, 선교도 선거도 다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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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파 진영이 4.15 총선에 참패한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받는 것 중에는 막말과 가짜뉴스, 그리고 음모론이 있다. 이것이 내부적으로는 그럴듯하고 통쾌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중도 성향의 국민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계에서도 냉정히 반성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기독교 내부에도 일부이긴 하지만 또 그냥 무시할 수도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이런 막말, 가짜뉴스, 음모론을 생산·유포하거나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이러한 황당한 내용의 컨텐츠들이 수십만 혹은 그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같은 기독교인들끼리 ‘내부 총질’을 하는 것이다.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 중도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더라도 온건한 행보를 보이는 이들에게 이러한 공격이 집중된다.

새에덴교회 담임이자 예장 합동 부총회장인 소강석 목사의 경우 국가관과 동성애 문제 등에 있어서 확고한 보수 성향을 일관되게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초갈등사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가 ‘주사파’라는 어처구니 없는 비난을 받았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지난해 한 부목사의 실언으로 인해 뭇매를 맞았다. 당사자와 이찬수 목사까지 이에 대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 목사의 과거 발언들을 소환해 소위 ‘사상 검증’까지 했다. 심지어 아직도 이찬수 목사를 동성애 옹호자 또는 좌파 목사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는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가 WCC 가입 교단이고 그가 WCC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한 몇 가지 표현상의 문제에 대한 트집 잡기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근거 없이 교계 지도자들에 대해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 온갖 음모론을 동원해 비난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비판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근거와 확신을 갖고 한 경우도 있겠지만, 건강한 비판이 아닌 그런 극단적 표현으로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기독교계 전체에 피해만 줄 뿐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피로감과 혐오감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런 비합리적이고 극단적 표현들은 자기 진영의 사람들에게는 통쾌함을 줄지 모르나, 중도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선교와 설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둘째로 기독교계의 분열과 불화를 낳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기독교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하나되지 못하는 것인데, 소중한 인적 자원들을 그런 식으로 난도질해 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다. 비난을 받는 당사자, 그의 가족이나 지인들, 그리고 그를 순수하게 존경하고 따르는 성도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셋째로 거짓과 (언어)폭력은 옳지 않고 성경적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할지라도, 이를테면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거짓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더 큰 문제다. 좌파의 거짓과 음모론이 더 문제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우파가 똑같이 대응해선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이념과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이 또다시 드러났다. 기독교계가 그것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려면 세상보다 더 성숙하고 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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