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성 거룩한 성] 성인 성교육 - 중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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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

요즘 공교육(학교 교육)에서 개방적(진보적) 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그런 진보적 성교육을 걱정하고 비판하는 성인들의 성인식이나 성지식, 그리고 성윤리관은 올바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들은 성 윤리, 성 생리학, 성병, 포르노, 동성애, 트랜스젠더, 성폭력, 젠더이론, 미디어 독해력 등등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있는가? 이런 개념들은 현재 40세 이상 성인들, 즉 중년기와 노년기 성인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였기 때문이다. (서구의 르네상스 이후의 수백년에 걸친 성혁명의 역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0여년 동안에 나타났다)

결론은 어른들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 자신들의 구태의연한 성 생활을 위해서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중년 성인들을 위한 성교육에 포함될 만한 몇가지 기초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이 지면으로는 부족하고, 전문서적을 참고하여야 한다)

중년기는 대체로 40∼65세의 시기이다. 이때 신체적 청춘은 조금씩 상실되어 가지만,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더욱 원숙해지며 지도자로서의 역할이 무거워지고 사회의 모든 종류의 생산 활동에서 중추적이며 지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인생의 황금시기인 것이다. 성생활도 활발하면서도 원숙해 진다.

 중년 후반기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는 퇴직, 사회적 지위의 상실, 건강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정신적,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성장호르몬과 같이 성기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던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성적인 욕구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흔히 갱년기라 한다. 이는 나이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이며, 사춘기 초경(menarche)의 반대현상이다. 폐경과 관련하여 젊음의 상실, 임신 능력의 상실, 같은 상실감, 신체건강에 대한 염려, 허무한 생각 등이 나타난다. 남자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신체와 정신의 현상들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며,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와 성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성인식과 태도를 가지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중년기를 위한 성교육이 필요하게 된다.

 중년기에 자녀들은 모두 성장하여 부모 곁을 떠나게 되는 등 우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독립함으로 어떤 중년 부부는 홀가분하다고도 하며 자신들의 성생활도 보다 왕성해질 수 있다. 어쨌든 간에 자식이 떠난 후 남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신할 보람 있는 보상적 활동을 개발하여야 한다.

 에릭슨의 8단계설에 의하면, 중년에 이르면 가정적으로 성공하여 자식을 낳고, 성장시키고, 직업적으로도 성취하여 사업을 하고 후세를 지도하고 사회를 개선한다. 이런 중년기의 정신사회적 도전을 성공적으로 대응하면 생산성(generativity) 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였듯이 자식이 적당한 나이에 이르면 독립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 역시 손자를 본다는 점에서 생명창조에 참여하는 것이다. 만약 이에 실패하는 경우를 정체(stagnation)라 한다.

중년기의 성생활은 매우 중요하다. 성 학자들(W. H. Masters 등)의 연구에 의하면 중년기는 물론 노년기까지 성행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성행위는 젊은이만의 특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중년기의 성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 중년기에 나타나는 성 기능 장애는 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대부분 과음, 흡연, 약물남용(안정제나 마약), 스트레스, 피곤, 불안 같은 정신적인 것이다. 증가하는 뇌혈관질환,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 때문에 성 기능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여성의 성기능장애의 원인도 남성과 같다. 특히 여성은 이때 외모 변화 면에서 남성보다 자존심 손상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한편 중년 여성의 경우 여러 이유로 청년기 때보다 중년기에 극치감을 느낄 능력이 증가하고, 성행위를 더 바라게 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폐경으로 임신공포 등이 해결되어, 성에 대해 더 적극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성생활을 즐기려면 젊어서부터 신체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술, 담배, 과식(탐식)을 피하고, 운동하며, 비만, 혈압, 당뇨병 등등 성인병을 예방하며 살아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나이가 들어도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이는 건강한 사람이란 의미이며, 장수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젊은이 같은 “적극적 상고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는 서로의 건강을 돌보는 부부간의 금슬이다. (다음 회는 “노년기의 성”)

민성길 교수
연세의대 명예교수
신경정신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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