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을 노년기라 한다(장수시대가 되면서 65세 기준을 더 뒤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인생의 최종단계에서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훌륭한 태도는, 첫째 노화와 질병에 대처하는 강인한 용기, 둘째 사람들과의 화해, 셋째 자신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여 행동하는 것 등이다. 실제 많은 노인들이 지적, 감정적 및 정신사회적으로 통합된 성숙하고 지혜로운 노인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노인들은 자신의 인생경험에서 얻은 통합된 지혜를 어린이에게 전수한다. 에릭슨은 이 시기에 노인은 통합(integration)을 이룬 지혜자가 되거나 이에 실패하고 절망(despair)에 빠질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고 말하였다.
노인이 되면 성적 흥미와 능력을 잃는다고 흔히 말한다. 즉 노인의 정신사회적 특징은 상실이다. 노인은 신체 건강의 상실, 성기능의 쇠퇴, 사회적 지위의 상실(은퇴), 배우자, 가족, 친구의 죽음 등 여러 종류의 상실을 겪는다. 노인은 이러한 상실을 견디고자 많은 힘을 쏟는다.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절망에 빠진다. 그래서 노인의 자살률이 높다. 고혈압 치료약 같이 노인들이 자주 복용하는 약물들이 발기력, 오르가즘 느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우자도 노인일 확률이 높으므로 폐경이나 건강 문제로 성관계를 꺼리거나 거부하기도 한다.
노인이 성을 밝히면 사람들이 이를 우스꽝스럽게 본다.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 배우자나 자녀들, 간병인 등은 노년기의 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다. 심지어 편견적이어서, 심한 경우는 노인이 성을 밝히면 병적으로 보기도 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노인이 된다는 것은 성적 욕구와 표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성은 인간행복의 기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수명 연장으로 여전히 건강한 노인도 많으며, 성적활동이 왕성한 노인도 많다. 이는 신화나 전설이 아니다. 노인의 지혜에는 성에 대한 지혜도 포함된다. 따라서 당연히 성공적인 노화는 성생활에서도 표현된다. 즉 노인도 하나님께서 은총으로 주신 성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의 성에 대한 담론은 사회에서 묵살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노인의 성은 현대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점차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배우자 사별 이후 재혼과 재이혼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아직은 신체는 건강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퇴행된 노인들 중에 무리하게 성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노인들 중에 성병, 매춘, 간통, 성폭력, 도착행동 등, 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뜻밖에 여전히 성적 관계를 즐긴다는 노인의 상당수가 성매매를 통해 그런다는 조사가 있다. 최근 바이아그라 같은 약물의 도움으로 노인들의 성생활이 활발해지면서, 성병의 유병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노인의 성욕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 음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매매춘이나 노인의 성범죄 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여하다. 그러나 그런 노인들은 여러 이유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노년기의 성에 대한 신화도 문제지만 편견과 연령 차별주의도 문제이다.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노인의 만족스러운 삶의 질을 위해, 경제적 안정과 심신의 건강을 돕고, 신뢰할 수 있는 말벗, 적당한 성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생활 관계망의 확보와 유지 또는 재구축 혹은 접근 가능성을 제공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혼인 상담 및 만남 주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노인들은 젊은 층에 비해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한 성에 대한 정보에 접근성이 떨어져 있다. 성에 대해 잘 모르므로 성기능장애를 늙어서 그러려니 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노인에 특화된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교회 공동체는 노인의 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 공동체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중년과 노인에게 성교육을 베풀 필요가 생겨나고 있다. 그 노인들의 자녀들에게도 노인의 성에 대한 정보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지도자들에게도 성에 대한 지도와 상담을 위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부부간에 섹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부들이 섹스 말고도 사랑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으며 평생 해로한다. 부부 간에 성생활이 불가능한 연령에 도달하더라도 친밀(intimacy)과 스킨쉽, 사랑의 언어 등으로 사랑의 경험을 증진시킴으로 부부의 행복을 도모할 수 있다. 배우자와 사별하더라도 사랑의 추억을 간직하며 자녀들과 이웃들과 어울리며 혼자 지내는 노인도 많다. 이런 사실도 노인들에게 교육되어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신경정신의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