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가 종교인 과세를 주장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총선 당시 만들어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우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두 당의 합당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나왔다.
그는 16일 자신의 SNS에 최근 ‘인분 먹기 훈련’ 논란을 일으킨 빛과진리교회가 과거 5년간 지방 농지와 임야를 공격적으로 구입했다는 <뉴스앤조이>의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사람들은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막연해 한다”며 “허나 쉽게 풀릴 수 있는 고리는 세금 부과 및 재정투명화”라고 했다. 그리고는 “사회 구성 집단으로서 종교인이건, 종교단체건, 종교단체 사업체건, 상식적 과세를 통해 재정을 공개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한 가지를 분명히 전제하자면, 종교의 영역이라고 해서 사회적 의무와 책임에서 예외가 돼서는 안 되고, 오히려 가장 모범이 돼야 한다. 재정의 투명성 부분 역시 당연히 마찬가지다.
또한 이번에 빛과진리교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명확한 진상 조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기독교인들의 공통적 인식이다.
그러나 갑자기 종교인 혹은 종교단체 과세를 마치 만능열쇠처럼 제시한 우희종 대표의 견해는 참으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종교인 과세는 이미 201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야 할 여당 측의 지도자가 종교를 개혁의 대상으로 칭한다는 점이다. 마치 종교는 부패하고 타락한 영역이며, 따라서 고결하고 지혜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계몽해 주고 인도해 줘야 한다는 과도한 선민의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참고로 우 대표는 ‘기독교인이자 불교인’이라는 이상한 종교적 정체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불교계를 향해서도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전 원내대표가 총선 전 언론 인터뷰 도중 각 분야의 패권이 재편 내지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패권이 교체돼야 할 분야에 ‘종교’를 포함시켰던 것을 상기시킨다.
물론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는 것은 모든 교회의 명제이고, 우희종 대표가 지목한 빛과진리교회 역시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을 검토해 봤을 때 심각한 문제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교회의 사례는 결코 기독교계 내에서 일반적인 것이 아니고,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교회의 사례를 가지고 종교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도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앞다퉈 마치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양 예배를 제재하고 압박했지만,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 교회들을 조사한 결과 방역수칙 준수율이 무려 99%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머쓱해졌다. 나머지 1% 미만의 교회들도 미준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그들이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신천지 사태에 이은 또 다른 대량 확산 사태를 초래했다. 그 와중에 인천의 온사랑교회와 팔복교회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의해 2차 감염된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했으나, 그들과 함께했던 성도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교회 방역’의 우수함을 널리 알렸다.
한국교회가 사회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단지 방역만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135년 역사 동안 독립, 건국, 교육, 의료, 복지, 구제, 산업화, 민주화 등에 앞장서며 나라와 민족에 크게 기여해 왔다.
여당의 지도자들은 부디 이러한 교회들을 적대하지 말고, 상호 이해를 통해 협조하는 길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과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각종 논란과 같은 ‘제 눈의 들보’를 먼저 ‘개혁’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계 지도자들 역시 더욱 겸손히 자중하며, 세상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기준으로 교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 선교에 장애가 될 빌미를 주지 말고, 이번에 ‘교회 방역’이 찬사를 받았듯 모든 면에서 사회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