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기독교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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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단다는 것은 한 집단이 외부에 자기를 알리고 차별화하고 상징화하는 방법들을 말한다. 곧 외부에 어떻게 인식 되느냐는 것이다.
국가 브랜드는 국가들의 평판을 재고 쌓아 올리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한 국가의 수출 신장에 있어 브랜드와 이미지의 효과적인 전달은 국내의 실제적 생산과 판매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의 우리나라와 중국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잘 보이는데 주력하지만, 자국민이 보는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창안하는 것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보아 국가는 자국민 개개인들을 통해서도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안목을 전격적으로 신앙 공동체에 도입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와 호감도는 대표적인 두 개의 여타 종교에 비해 제일 열세한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교회들과 더불어 최다 선교사를 파견하는 한국 교회가 하드파워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음을 볼 때, 자국에서 열세한 한국교회의 브랜드는 그 원인을 소프트 파워의 빈곤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기독교 사회 안에서의 ‘소프트 파워’는 무엇인가? 정직성과 공정성과 연대의식이다.
한국 기독교 사회 내의 고질적 병폐는 세상을 의식하여 기독교 브랜드의 대외적 이미지에 너무 치중하여온 나머지, 대내적 문제의 노출을 금기시하여 묵인해온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한국의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의 전근대적 사고가 성직에 대한 신성화와 맞물려, 불균형한 힘의 분배의 틈을 타고 사회적 마이너리티인 여성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인 차별과 폭력이 만연화돼 왔다.
문제는 교회 안에서 곤궁에 처한 여성이 성직자들에게 상담을 의뢰하거나 도움을 요청해도, 상담자는 문제의 본질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만 염두에 두고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들에게 제2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데 있다.
설상가상으로 근자에는 신학교 내 동성애 문제까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애 이슈가 불거진 해당 신학교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신학교가 속한 교단은 신학적 진보와 자유화를 막기 위해, 즉 목숨을 걸고 개혁신학과 보수신학의 정체성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여성 목사 안수를 반대하노라 주장해 온 터이다.
그러나 그들이 수호한다는 개혁 보수 가치의 저변엔, 복음주의의 합리적 해석 안에서의 여성 목사 안수라는 제도적 외연을 불필요한 페미니즘 이슈와 무모하게 연결지음으로써, 편견적이고 기우적이며 부정적인 암시로 가득한 전근대적 수구 세력의 근성이 웅크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저들 지도자들의 차마 흉내 내기도 어려운 끔찍한(nasty) 여성 비하 표현들은 얼마나 전도의 걸림돌이 되는 세상 사회의 조롱거리감인가…)
흥미로운 것은 해당 교단이 여성 안수에 대한 ‘성 차별’ 이슈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은 반면, 동성애(게이)에 대한 ‘성차별 금지’ 이슈에 대해선 퍽 관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마저도 나름 성 차별적 요소가 적용된 것은 아닌가 하는 냉소적 의구심을 자아낸다.
성 차별과 함께 도덕성과 윤리성, 공정성이 조직의 이름으로 침해당하는 그룹이, 다른 어떤 사회 집단보다 월등한 도덕 수준이 요청되는 기독교 집단이라는 데 이 시대의 어두움이 있다.
오랜 세월 익명의 만장일치된 어떤 묵계는 곧 어떤 문화로 정착하게 되고, 그 문화는 어떤 종류의 음성적 문제를 늘 안게 되기 마련이다. 내부적인 신뢰가 무너진 그룹 사회와 자체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그룹은 스스로 서지 못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기적인 생존주의와 긴밀한 사회적 유익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 오면서, ‘이타적 행동(altruistic behaviors)’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 돌보고 협조하는 개인들로 구성된 단체는 서로 경쟁하거나 무시하는 개인들의 집단보다 그룹으로서 훨씬 많이 생존한다. 성공적인 그룹은 각 개인이 최고자가 되려 하여,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그룹보다 현저하게 자주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 사회가 저마다 브랜드 이미지에 전전긍긍한 나머지 어떤 쟁점화되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유야무야 덮어두려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세상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나 개화가 덜 된 저급한 생존주의 집단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모쪼록 해당 교단이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여성 사역자의 부름은 남성 위주의 교계 현실에서, 더구나 한국적 색채를 더한 위계적 권위란 이름 아래 오랜 세월 자행되어 온 여성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간과하실 수 없으신 하나님께서, 때가 되매 허락하신 예외적인 섭리요, 시대적 소명이다.
이를 해당 교단이 자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최근 불거진 동성애 문제에도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성심껏 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진정 동성애 이슈에 있어서도 우리의 작은 이웃들을 주님의 심경으로 돌보고 바로 이끌고자 하는 간절하고 오픈된 가슴이 있다면, 남들의 평판이나 이해타산이나 두려움 등이 더 이상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하고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해야 할 사명을 가진 자들로서, 교회 사회의 대내외적 브랜드와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우리가 속한 세상 사회에 영적 리더십을 가지고 진정한 연대의식과 공감대를 새롭게 구축하여야 한다.
한국교회가 바로 서야 믿음의 부모된 우리가 우리의 자녀들에게 떳떳한 교회 사회의 문화와 존귀한 신앙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윌리람 랄프 잉게의 말처럼 “사회는 어떤 일들의 진정한 부모이며, 아이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약 백년간”이라는 메시지가 절실히 다가오는 한국 교계의 현실이다.
박현숙 목사
인터넷 선교 사역자
리빙지저스, 박현숙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9awEs_qm4YouqDs9a_zCUg
서울대 수료 후 뉴욕 나약신학교와 미주 장신대원을 졸업했다. 미주에서 크리스천 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다.
시집으로 <너의 밤은 나에게 낯설지 않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