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짚어봐야 할 2가지 신학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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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20] 교회의 본질 회복을 위하여

1. 종말론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각성: 밝고 행복하게
2. 조직적·외면적→ 유기적·내면적·생명적 교회론으로

▲정성욱 교수.

▲정성욱 교수.

아직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느 정도 잡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미국도 정점을 찍고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물론 미국의 상황이 한국의 현 상황에 근접한 정도가 되자면 한두 달은 더 지나야 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복음주의 명문 휘튼 칼리지(Wheaton College)는 8월말 개강하여 대면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덴버신학교는 아직 가을 학기 개강과 대면수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호전된 것을 고려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반드시 짚어야 할 쟁점들 두 가지를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는 한국교회가 종말론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각성을 가져다 주었다.

최근까지도 한국교회의 종말론은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이 지배적이었다. 종말론과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밝고, 행복한 분위기 보다는 어둡고 두려운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유독 종말론과 관련된 이단들이 한국교회의 역사 속에서 자주 등장해 왔다.

특히 1992년 다미선교회 사태는 한국교회에 종말론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진행된 신천지 사태역시 종말론에 대한 혐오증을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종말론이나 계시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두려워하는 안타까운 풍조가 한국교회 내에 지배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종말론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성경적인 종말론을 확립해야 한다. 성경적인 종말론은 다름 아닌 밝고 행복한 종말론이다.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딛 2:13)”. 디도서 2장 13절이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재림과 종말은 “복스러운 소망”이요 우리의 하나님이시자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는” 날이다.

장차 망할 성(成)인 이 세상에서 살면서 우리는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을 간절히 사모하는 기쁨과 환희와 승리의 종말론으로 무장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인류 역사의 미래가 이와 유사한 사태들로 점철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들을 경험하면서 두려움과 공포에 떨어서는 안 된다. 절망에 빠져서도 안 된다. 도리어 이러한 사태들이 주님 재림의 확실한 징조임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며, 기도하는 건강하고 성숙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주님께서 재림하셔서 우리와 함께 혼인잔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신부의 종말론으로 무장해야 한다. 다시 오실 신랑과의 영광스러운 만남을 준비하는 정결하고, 거룩한 신부의 종말론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는 한국교회의 교회론이 한 차원 더 깊어져야 함을 각성케 해주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지배해왔던 교회론은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이다.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이란 교회의 본질을 물리적 건물로 보거나, 교회 내의 다양한 직분과 오프라인 상의 모임이나 회의를 포함한 조직적인 차원으로 보는 관점이다.

한국교회를 지배해온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이 모두 비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회론의 핵심인 유기적·내면적 교회론은 심각하게 약화되거나 무시되어 왔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무시되고 약화되었던 유기적·내면적 교회론을 다시 회복하고 확립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의 강점을 살리면서, 그 약점을 극복해 내야 한다.

유기적·내면적 교회론은 교회의 본질을 어떤 건물이나 외적 형태로 보지 않는다. 도리어 교회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본다. 그리고 그냥 단순한 공동체가 아니라 막힘이 없는 소통과 깊은 영적 교제가 있는 끈끈한 유기적 공동체로 본다.

그래서 형제와 자매를 위하여 물질을 희생할 뿐 아니라,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생명 공동체로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고,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룩한 영적 가족으로 본다.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6-18)”.

이런 유기적·내면적·생명적 교회론이 회복되고, 교회의 본질이 회복되어져 갈 때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의 강점도 살려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교회의 본질이 막힘이 없는 소통과 깊은 영적 교제가 있는 끈끈한 유기적 생명 공동체임을 직시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오프라인 모임을 성경적으로 강조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히브리서 10장 24-25절이 말씀하는 대로 순종하고 실천해야 한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물론 오프라인으로 모일 수 없는 비상 사태에서 온라인 모임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모임이 교회의 본질을 지켜내는 최선이 아님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반드시 오프라인 모임이 재개되어야 하고, 예배당에서 모든 성도가 함께 모여 드리는 공적예배와 다음 세대를 위한 주일학교, 성도의 양육과 성숙을 위한 제자훈련, 그리고 다양한 성경공부 모임 같은 공적 사역을 힘있게 회복해야 한다.

유기적·내면적·생명적 교회론의 이름으로 조직적·외면적 교회론의 정당한 부분이 무시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무시해왔던 유기적·내면적 교회론이 복권될 수 있는 은혜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동시에 한국교회가 그동안 강조해 왔던 오프라인의 모임을 어떻게 더 성경적으로 깊은 모임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심각한 질문을 제기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으로 한국교회에 복된 계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는 적어도 두 가지 차원에서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밝고 행복한 종말론의 확립과 유기적·내면적 교회론의 복권이다.

더 이상 종말론의 혼돈과 왜곡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성경적이고 건강하고 성숙한 종말론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적·외형적 교회론에 매몰되어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상실하거나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교회의 본질이 형제 자매를 위하여 물질과 목숨을 희생하는 아가페 사랑이 지배하며, 막힘이 없는 소통과 깊은 영적 교제가 있는 끈끈한 유기적 생명 공동체임을 깨닫고, 이런 공동체를 세우는데 올인해야 한다.

이런 아름다운 일들이 점진적으로 성취되어갈 때, 한국교회는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일구는 빛과 소금의 공동체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2020년의 남은 기간 동안 이 거룩한 일들이 이뤄져 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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