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의 북한포커스] 6.25 전쟁사 주요 쟁점, 통일 문제와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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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진 박사(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정교진 박사(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정교진 박사(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70이라는 숫자는 성경 안에서 ‘충만수’, ‘완전수’로 통한다. 즉, ‘때가 차매’를 가리키는 숫자이다. 성경의 대표적 사건이 바벨론으로부터 남유다의 해방이다. 그 백성들은 70년 만에 속박에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그때에 뭇 나라 가운데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다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시편 126:1-3).

70년 만에 남유다 백성들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큰 일’(great thing)이 과연, 우리 민족 가운데에도 일어날 수 있을까? 정전선언(1953.7.27)을 시작으로 계산하면 아직 3년이 남았다. 한반도 땅에 행하실 하나님의 ‘큰 일’이 충만수인 70년 만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해본다.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체결까지 7-10년 소요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하여 범여권 173명의 국회의원들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종전선언’ 다음 단계가 ‘평화협정체결’이다. 전쟁을 치른 당사자가 전쟁을 종결시키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맺는 조약이 ‘평화협정’이다. 불가침 경계선을 설정하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쌍방의 약속이다. 남북한 상호불가침조약은 이미 30년 전, <남북기본합의서>에 체결되어 있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1990년 9월, 제1차 남북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8차(1992.9)에 걸친 회담 끝에 2년 만에 3개 부속합의서를 이끌어 냈다.

만일, 평화협정이 논의되면 체결까지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평화협정은 종전선언과는 다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평화협정은 기술적인 문제로 매우 복잡하고 장기적인 시간을 요한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7년에서 10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왜 이렇게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상호 합의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건 네 가지를 들어보면, 1) 6.25전쟁 발발 원인 규명 2) 인명, 재산상의 피해상황 집계 3) 피해보상문제, 책임자처벌, 국군포로송환 4) 유엔군 사령부 해체 등이다.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간단한 문제가 하나도 없다.

첫 번째 안건부터 그렇다. 6.25 전쟁 발발 원인 규명을 위해 반세기 넘게 국내외 역사학자들, 국제정치학자들, 북한학자들 심지어는 사회학자들까지 이 문제에 천착해왔다. 그런데 그 주장들이 제대로 종합적으로 수렴되고 정립되지 않아 여전히 그 해석과 평가에 오류를 남기고 있다. 비단, 전쟁 발발 원인 규명뿐만이 아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과정과 중공군(인민해방군)의 개입, 휴전협정체결 등도 제대로 풀어야할 역사적 숙제이다.
6.25전쟁의 쟁점 사안들은 역사바로잡기, 바른 역사교육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남북한의 평화협정체결로 가기위한 필수코스이기에 역사적 책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6.25전쟁에 대한 해석여부가 한반도 통일 문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6.25 전쟁사 국내연구, 1980년대에 오류 심각

지난 70년간 6.25전쟁에 관한 국제학술계의 연구 동향을 보면, 1980년대 초반부터 진정한 의미의 역사학적 연구가 본격 가동되었다. 이때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6.25 관련 국가기밀자료 및 구술 사료가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 6.25전쟁사는 사회주의국가에서는 ‘연구금지영역’이었다.

미국이 6.25 관련 정부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1976년부터였다. 이로 인해, 수정주의(revisionism)가 힘을 잃고 ‘후기수정주의’(post-revisionism)가 등장했다. 수정주의는 반전사상이 고조된 1960년대 말부터 전통주의(traditionalism ≒ conservatism)를 비판하며 등장했었다. 전통주의는 1950-60년대 주류였던 관점으로 전쟁원인을 국제 관계(갈등), 즉 외인론적으로 분석하며 미국의 외교정책을 옹호하는 사조였다. 수정주의는 전쟁의 원인으로 미국의 책임론을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미국의 함정설(유도설)을 주장하며 북침설 논리까지도 폈다. 이 사조는 국내 학자들에게 1980년대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이다. 6.25전쟁을 자연발생적인 내전으로 규정했던 그의 책 『한국전쟁의 기원』(번역본, 1986)은 국내 수정주의학파의 숙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수정주의자들이 전개한 6.25전쟁의 원인인 ‘미국의 유도설’, ‘남측의 선제공격설’의 근거가 그의 책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학계를 주도했던 이 좌파적 해석은 1990년대 중반 브루스 커밍스를 정면 비판한 박명림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박명림은 그의 책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1.2』(1996)에서 구소련 붕괴 이후 해제된 비밀자료, 미국 측 비밀문서, 남-북한 비밀문서, 중국, 일본 등의 해제된 비밀문서를 토대로 커밍스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후, 국내학계에서 수정주의적 논조는 점점 퇴색해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6.25전쟁 발발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되는 ‘애치슨 라인’ (Acheson line)은 미국 유도설을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히든카드다. 보수진영의 학자들까지도 여전히 애치슨 라인 선언을 스탈린으로 하여금 오판하게 하여 김일성의 남침을 수락한 결정적 동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21세기 들어와 관련 미·중·소의 제1급 비밀문서들이 해제되면서 오류로 판명 났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010년 미국이 공개한 「애치슨 문서: 트루먼 대통령과 한국전쟁에 관한 대화 녹음」 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의 파격적인 6.25전쟁사 정부문서 비밀해제

21세기 들어서, 미국은 1급 정부 비밀문서들을 파격적으로 해제했다. 중국과 소련이 그에 앞서 1급 비밀문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은 중국, 소련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6.25전쟁사 공동연구에 급격한 진전을 이루었다. 2004년에는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와 우드로윌슨센터가 특별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학자들을 초청하여 비밀해제가 예정된 중앙정보국 문서를 분석하고 평가했다 외국 주재 미국 대사관, 영사관 혹은 기타 기관으로부터 받은 전보 또는 보고 등 각종 구체적 정보 뉴스, 국가정보평가(NIE) 같은 정기적, 상시적 정보의 종합 분석, 정보기관이 상부의 명을 받아 작성해 대통령과 백악관에게만 보고된 특정 주제 보고와 특별국가정보평가(SINE) 등이다.

  2010년, 미국은 남겨 두었던 한국전쟁 관련 정부 비밀 문건들을 거의 모두 해제하였다. 그 중에 「애치슨 문서: 트루먼 대통령과 한국전쟁에 관한 대화 녹음」도 포함되었다. 2010년 6월 미 중앙정보국, 우드로윌슨센터, 트루먼도서관은 트루먼도서관에서 ‘새로운 문헌과 새로운 역사 : 한국전쟁에 대한 21세기 전망’을 주제로 특별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비밀해제된 한국전쟁 관련 최신 문건들이 다수 공개되었다. 우선 중앙정보국은 「불의 세례 : 중앙정보국의 한국전쟁 분석」 이라는 제목의 한국전쟁 관련 문서 1,300건을 공개하였다. 중앙정보국의 조서에 대한 일일보고, 중앙정보국 해외 방송 기사정보처의 보고, 중앙정보국 비망록, 정보 평가 및 기타 문건들로 약 절반 이상이 새로 비밀해제된 것이다. 2004년 당시는 검게 색칠되어 있었던 문서들이었다. 그 다음으로 트루먼도서관의 한국전쟁에 관한 새 문건들을 비밀해제하였다. 「데이비스(J.P. Davies)문서: 1947-1952년 미 국무성 정책기획위원회 재직 시 한국문제에 관한 보고서」, 「죠네스(O. Jones)문서: 1945-1949년 한국에서 재직시 일기」, 「애치슨 문서: 트루먼 대통령과 한국전쟁에 관한 대화 녹음」 등이다(션즈화(沈志華) 교수의 『조선전쟁의 재탐구』(2014) 인용) www. trumanlibrary.org/korea/koreanWarRegistration2010 참고

‘애치슨 라인’, 1950년 6월초 완전 폐기됨

6.25 전쟁사의 대표적인 주요 쟁점은 ‘6.25전쟁 발발 기원’, ‘안보리 소집시 소련대표 불참이유’, ‘중공군의 참전’, ‘정전협정체결 과정’ 등이다. 여기에는 많은 해석의 오류들이 존재한다. 특히, 6.25전쟁 발발 원인으로 내세워지는 ‘애치슨 라인’(Acheson line)에 대한 해석의 오류는 매우 심각하다. 1945년 1월 12일 당시 미국무장관 애치슨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 발표(대만과 한반도가 제외됨)로 소련의 스탈린이 남한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오판하게하여 북한 김일성의 남침을 수락한 결정적 이유라는 것이다. 현재 진보학자는 물론, 다수의 보수학자들까지도 이 논리를 따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유도(인)설’ 수용으로 오해받기 쉽다.

2000년대 들어와서 서방학계에서는 ‘애치슨 라인’이 6.25 전쟁 발발 원인과 무관한 것으로 이미 정리되었다. 2010년 미국의 트루먼 도서관이 비밀해제 한 「애치슨 문서: 트루먼 대통령과 조선전쟁에 관한 대화 녹음」은 이 주장들을 강하게 뒷받침 해준다. 이후, ‘애치슨 선언’은 중·소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미국의 이간계 작전이라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 중국의 기밀문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950년 1월 12일, 애치슨 라인 선언이 있고 1월 17일, 소련대사관은 중소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이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진영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보고서는 현재 미국은 영국이 중국(공)을 승인한 기회를 틈타 중국(공)과 무역 관계를 발전시킬 전망을 탐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탈린은 2월 14일, 동북문제에 대한 소련의 이권을 포기하고 중국과 새로운 <중소우호동맹조약>을 체결하였다. 모택동은 이 조약에서 대만 공격을 위한 군사원조 제공도 약속받았다.

이후 ‘애치슨 라인’은 미국 정가에서 유명무실화되어갔고 미 국방부는 4월에 이 선언을 폐기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며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대만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5월 20일, 미국 극동사령부 총사령관 맥아더도 참모장연석회의에서 “대만이 중국공산당에게 점령되는 것은 대만이 소련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 경우 미국의 전체 태평양 주변 방어선이 곧 무너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을 ‘대소전략의 이상적 위치에 있는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비유했다. 이처럼, 1950년 5월 경, 미국 내에서 애치슨 라인은 백지화 되는 상황이었다. 6월 1일에는 애치슨 라인을 획정한 애치슨 국무장관까지도 존슨 국방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군부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에 존슨 국방장관은 국방부에 대만이 제기하는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 주라고 명령을 하달했고 이로써, 6월 들어, 미국에서의 애치슨 라인은 완전히 폐기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애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애치슨이 처음으로 선언한 것이 아니라 1949년 초부터 미국 정가에서 공론화되었었고, 맥아더도 일본에서 1949년 8월에 발표한 것으로 소련의 스탈린이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6.25 전쟁사 명확한 해석, 통일을 위한 우리의 사명

필자는 지면을 통해 6.25전쟁사 주요쟁점 중 하나인 애치슨 라인 해석에 대한 오류만 기술했고 바로 잡았다. 그 밖의 주요 쟁점들은 지면부족으로 다루지 못했다. 나머지 쟁점들에 대한 오류들도 학계에서는 거의 잡혀가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6.25전쟁사에 대한 올바른 해석들이 일반 대중 속 깊이 전파되기를 바래서다. 지금은 때가 때인 만큼 좌파적 논리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언론매체를 통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호도(선동)에 절대 로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6.25전쟁사 해석여부는 통일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6.25전쟁에 대한 정확한 해석 및 올바른 인식은 통일의 시대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모두에게 주어진 책무이자 사명이다.

정교진 박사(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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