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청년들 증가세, 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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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1인 가구 600만 시대의 신앙 (上)

신앙 있는 청년들 결혼 유도하는 교회들
신약성경, 결혼을 필수 요소로 가르치나?
독신 청년들 온전한 신앙 적극 교육해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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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개인: 한국의 청년 세대, 비혼을 선택하다

지난 주 화요일(6월 2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2019년) 한국의 1인 가구 수가 600만을 넘어섰다(603만 가구). 이는 국내 전체 가구 수 가운데 29.9%를 차지한다. 10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2015년 523만이었던 1인 가구 수가 불과 4년 만에 80만이나 더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가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1인 가구 수가 급격히 불어나는 데 대해, 통계청은 청년층의 만혼 세태를 첫 번째 주 원인으로, 그리고 고령층의 황혼 이혼과 사별 등을 두 번째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1인 가구 증가세가 집중되는 연령 구간이 주로 25-34세 연령층과 55세 이후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이번 통계청 발표를 보면 워딩(wording)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받는다. 청년층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원인을 ‘비혼’이 아닌 ‘만혼’으로 표현했고, 55세 이후 연령층에서의 1인 가구 증가 주 원인 중 하나인 ‘자녀 독립’을 고의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혼인율과 출산율 하락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기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난주 화요일(6월 2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내 1인 가구 추이. ⓒ동아일보 캡처

▲지난주 화요일(6월 2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내 1인 가구 추이. ⓒ동아일보 캡처
2018년 노동경제학 전문가 김대일(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성·연령별 1인 가구의 확대 양상’이라는 제목으로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을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그는 1인 가구 증가의 주 원인을 청년층의 만혼과 ‘비혼’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고연령층에서 1인 가구 증가의 주 원인을 황혼이혼이나 사별이 아닌 20-30대 자녀들의 ‘분가’로 지목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1인 가구 수 급증의 최대 원인은 생애 비혼율의 증가이다. 기존에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 가구 청년 세대가 혼인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이, 새로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 세대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또한 결혼을 미루고 포기하는 까닭에 2인 이상 가구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청년층의 2인 이상 가구 수 중가세가 고연령층의 1인 가구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상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혼인율과 출산율 증가를 지향하는 정권 지도부의 정책 방향을 유념해야 하는 통계청의 해석보다는 이러한 방침에서 자유로운 학문 연구자의 해석이 보다 객관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체감되는 바도 그렇다.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청년층에 팽배한 것이 생활 속에서 온몸으로 느껴질 지경이다.

▲혼인 건수 추이(2015-2019년). ⓒ세계일보 캡처

▲혼인 건수 추이(2015-2019년). ⓒ세계일보 캡처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위 연구는 그 결론부에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다. “청년층의 만혼과 비혼은 최근으로 올수록 사회·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최근 저출산·고령화와 연계된 시각에서의 가족의 가치(value of family)가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는 양상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해 가족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청년층의 의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기독교적 관점으로는 이 대목이 다르게 읽혀지기도 한다. 가족의 가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로.

◈가정과 신자: 청년들이 잊혀진 사회와 교회

통상적으로 교회들은 가정 형성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실제로 ‘건전하고 화목한 신앙의 가정’을 이루는 것이 사역의 모토가 되는 교회들도 존재한다.

목회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로는, 어떤 교회 내부에서 청년 남녀 신자들이 결혼하고, 충실한 가정을 일구고, 자녀 양육에 힘쓰게 될 경우 해당 공동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그 자녀들 또한 자연스럽게 그 공동체에 가입하게 되는 듯하다.

이런 관찰을 반영하듯, 실천신학 연구자들의 논문 가운데는 결혼을 통한 가정 형성을 온전한 신앙의 필수요소로 제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은 연구들이 자주 발견된다.

심지어는 ‘결혼 신학’이라는 용어도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혼에 대한 면밀한 신학적 탐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결혼 신학’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그것이 신학의 한 주요 주제가 될 수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처럼 결혼과 가정 형성의 가치를 교의적으로든 실천적으로든 대단히 중시해 왔던 교회들에게는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1인 가구 수 증가 현상이 당혹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이 만혼 및 비혼과 직결되어 있는 바에야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2인 이상 가구 중심으로 설정돼 있던 목회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선회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교회들 대부분이 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이에 대해 점차 목소리를 높이는 신학자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목회 현장에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닿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국과 휴전 이래 항상 높은 출산률과 경제 성장률로 특징지어지는 개발경제 시대를 거쳐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 성장세를 떠받치던 1960-1970년대 베이비 붐 세대가 아직은 사회의 주도권을 쥐고 활동하고 있어, 청년 세대의 1인 가구 수 증가와 비혼 세태의 사회적인 영향이 당장에는 전면적으로 체감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사실 현재 청년들만큼 사회적 입지가 좁은 청년 세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존재한 적이 없었다. 인구 수로도, 경제력으로도, 사회적 영향력으로도 모두 윗 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뒤쳐지고 있는 데다가, 향후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의 과중한 복지 비용 부담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결혼을 통한 화목한 가정의 형성과 온전한 자녀 양육이란 엄두도 내지 못할 처지인 것이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당연하고 절박한 선택으로 대두되고 있고, 이것이 만혼과 비혼 세태를 더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한국의 20-30대 청년세대는 인구 수로나 사회적, 경제적 입지로나 윗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다. 이는 사회에서나 교회 내부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리서치뷰 캡처

▲현 한국의 20-30대 청년세대는 인구 수로나 사회적, 경제적 입지로나 윗세대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다. 이는 사회에서나 교회 내부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안이다. ⓒ리서치뷰 캡처
인구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교회 연령 구성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내부에서도 아직은 40-50대 베이비붐 세대가 건재하고, 이들 가운데 교회 사역에 적극 동참하고 헌신하는 이들이 있어 한국교회가 아직은 사역의 원동력을 잃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들이 노쇠해지는 시점에 전도, 선교, 구제, 봉사 등 교회의 사역을 이어나갈 젊은 신앙의 세대가 교회 내에 과연 존재하고 있는가?

현 청년 세대 사이에 신앙과 교회 자체의 가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그 양적 성장 수준에 비해 신앙의 지식이나 실천, 그리고 신앙윤리 확립이 매우 더뎠던 기존 교회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의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회들은 이전의 과오들을 개혁하고 신앙을 갱신하는 데 그리 큰 결실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현재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역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데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에서도 그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 내에서 청년들에 대한 신앙의 방침은 아직까지 청년들 사이 신앙의 결혼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는 구시대적인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결혼을 통한 가정 형성이 과연 신앙의 필수 요소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결혼이 청년층의 신앙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라면,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라면 신앙의 결혼을 유도하는 방침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성경은, 특히 신약성경은 결혼이 신앙의 필수요소라고 단정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독신의 삶이 순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가르친 사례들도 많다.

▲존 파이퍼 목사가 적절하게 지적한 대로, 신앙 안에서는 결혼과 독신 모두 선택의 영역에 속하며, 각각의 상태에서 어떻게 온전한 신앙의 삶을 영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일이다. ⓒ크투 DB

▲존 파이퍼 목사가 적절하게 지적한 대로, 신앙 안에서는 결혼과 독신 모두 선택의 영역에 속하며, 각각의 상태에서 어떻게 온전한 신앙의 삶을 영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일이다. ⓒ크투 DB
그렇다 해서 가톨릭 교회처럼 제도적으로 성직자들의 혼인을 금하는 것 역시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애초 가톨릭 교회도 1139년 라테라노 공의회 이전까지 수백 년 이상 성직자들의 혼인을 허용했었다.

그러나 사제들의 세속화와 부패로 인해 한 명의 사제가 부인 외에도 여러 애인들을 거느리고 자녀들을 많이 낳았고, 이 자녀들이 성직을 세습하고 교회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교회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회는 정상적인 내부 치리를 위해 제도적으로 사제들의 혼인을 금지했던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현재 교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늘어나는 1인 가구 세대, 향후 한국교회 사역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청년층에 대한 복음화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이는 단순히 비혼 세태에 영합하기만 하는 처사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는 성경적이라고 봐야 한다.

결혼이 아닌 독신의 삶을 선택했을 때 어떻게 온전한 신앙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교육시켜, 자의로든 타의로든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 현재의 청년 세대를 교회 공동체로 인도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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