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과 ‘옛날’ 것들의 공존 기술: 꼰대 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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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칼럼] 꼰대 생존 프로젝트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얼마 전 TV에서 ‘꼰대인턴’ 드라마를 봤다. TV에 나오는 영업팀장은 툭하면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며,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윽박지르고, 정작 의견을 제시하면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 너는 그냥 따르기만 하면 돼)’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옳다고 주장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그것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려는 습성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라떼는 말이야’와 같이 말하는 사람을 만나 오랜 시간 들어주느라 답답해 본 적은 없는가. ‘요즘’ 세대는 물어본 질문에 답하면 선배, 물어보지 않은 말을 하면 ‘꼰대’로 구분한다.

요즘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화법은 당연히 퇴출 1순위다.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 자체는 순수하겠지만, 그것을 강요해선 안 된다. 어찌보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질수록, 꼰대가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자기 자랑으로 일관하면 ‘꼰대’를 넘어 거의 ‘진상’이다.

우리 주변엔 꼰대를 넘어 ‘진상’도 더러 있다. 어떤 조직이나 기관이든 기본적 ‘의무’는 전혀 감당하지 않으면서 ‘권리’와 ‘자리’만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지도자라고 자리를 차지하고 설치면, 조직은 자연히 피폐해지고 퇴보하게 된다. 의무와 약속은 지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덕목이다. 기본이 안 되는 이런 진상에게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우리 주변 모든 곳에서 ‘무의식적 꼰대질’와 ‘민폐 끼치는 진상’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가을 남양주 다산신도시 아파트로 이사했다. ‘슬기로운 아파트 생활’에 적응하느라, 아파트 활동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졌다. 신도시라서 아파트 ‘동대표자회의’가 구성되지 않았고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 동 대표를 하려고 준비하는데, 웬 30대 젊은이가 하겠다고 열심히 움직였다.

그래서 동 대표를 하도록 양보해 주고, 대신 선거관리위원이 되었다. 선거관리위원 역시 30-40대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었고, 젊은 사람에게 위원장을 맡기고 조언하는 입장이 되었다. 첫 회의에서 선거 규칙에 들어있는 ‘연장자 우선’ 항목은 당연히 삭제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문화적 흐름이나 구조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익숙한 전통적 권위주의와의 결별이다. 그동안 싫어하면서도 따라주는 척 했던 ‘요즘’ 세대들이 이제는 더는 참아주지 않고 반격하고 있다.

‘요즘‘ 것들은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 드러난 현상이 바로 ‘YOLO(욜로, You Only Live Once)’다. 이 현상의 핵심은 ‘지금 당장의 나의 경험, 그리고 감정’이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각성에 있다.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므로, ‘옛날’ 것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 중 하나가 ‘구성원들의 감정 관리’이다.

1990년대 생(生), 밀레니얼 세대, 사실 그 세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세대라고 정의가 내려지면서, 이들은 학자금에서부터 압박을 받아왔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어버린 채 사회에 내보내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식사 중 ‘더치 페이(dutch pay)’는 기본이며, 여러 명이서 함께 식사를 하면 추가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서 식사하는 ‘혼밥족’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타인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인간관계에서 과도한 친밀감에 오히려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런 세대는 전화 통화도 싫어한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되고 익숙해지다 보니, 현실 세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전화하지 말고 카톡이나 문자로 이야기하라며,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다.

사회생활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딸과 평소 그냥 잘 지내는 편이지만 가끔씩 다툼이 생기는 건, 대부분 필자의 ‘오지랖’ 때문이다. 필자는 ‘관심’과 ‘배려’라고 강력히 주장하지만, 결국 상대가 원하지 않았으니 ‘잔소리’가 된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주연이 있으면 조연이 있기 마련인데, 그 안에서 ‘옛날’ 세대는 조연으로 남지 못하고 ‘꼰대’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과연 꼰대는 밀레니얼의 눈치를 보며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존재일까? 그들의 가치나 존재는 의미가 없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지 못한 것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 사이 젊은 삶들의 가치가 확 달라졌다. 행복과 자아, 기회의 공정, 삶의 여백, 존중받음 등 이다. 다양해진 가치와 문화, 고민에 공감하지 못했으니, 마음 속 새김과 어울림의 부족이야 일상이다.

젊은이들과 세대 간의 간극을 메우며, 어떻게 소통해야 치유될 것인가. 소통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통방식으로, 그들이 자신의 삶에 심사숙고하고 몸부림치며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걸 믿어주는 것까지 하면, 어른의 역할은 끝난다. 그래서 어른다운 어른 노릇도 힘들다.

‘옛날’ 세대는 ‘꼰대라는 프레임’에 싸잡아 갇혀 버렸다.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심판대에 서 있다. ‘요즘 것들’의 눈총(?)에 꼰대들의 ‘빡침’을 해소하며, 요즘 세대들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생존의 기술이 필요하다. ‘요즘’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옛날’ 것들이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는 ‘자기 성찰’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가끔 과도하게 친밀감을 드러냈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 어설프게 ‘요즘’ 세대의 문화를 배워서 소통을 하려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 때 애정 표현은, 말을 많이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모른 척하고 밥을 사주면서 경청하고 반응해주면 된다. 여유가 있으면 ‘선물이나 돈으로 한다’는 철저히 자본주의의 원칙만 따르면 된다.

생존을 위한 꼰대의 변신은 무죄다. 유행을 창조하는 것은 레트로(retro)가 아닌 뉴트로(new-tro)다.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가 대세다.

‘미스터트롯’이 그렇다. ‘옛 것’의 가치에 ‘요즘’ 것의 새로움을 더한 뉴트로처럼, 새로운 꼰대가 되어 보자.

‘요즘’ 세대도 자신을 가르치려는 ‘옛날’ 세대들이 있을 경우 무작정 그 사람을 ‘꼰대’라 왕따시키기보다, 그 사람의 진실된 마음이나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지혜로움이 중요해 보인다. ​

그 사람의 자리에서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입어보기 전까지 그 사람의 입장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리더가 되기 전까지 리더가 지닌 책임감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꼰대의 시선은 늘 내가 아니라 남을 향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 상관 말고 나나 잘 하자. 남의 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가치있게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믿자. 내가 옳은 게 아니라, ‘그대가 옳다’고!

‘꼰대’는 어느 특정한 사람이 아니다. 주위의 친구일 수 있지만, 때로는 나 자신일 수 있다. 어찌 보면 화목한 가정이나 조직도 이젠 말 잘 듣는 자녀나 직원의 ‘순종’이 아니라, 현명한 어른이나 지도자의 ‘내려놓음’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한 꼰대라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내려놓음’이 어렵다.

무조건 ‘옛날’ 것들을 ‘꼰대’라고 비판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보다, 모든 사람의 다름과 개성을 인정함으로서 더욱 건강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언택트 사회(untact service), 우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효상 원장
근대문화진흥원/ 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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