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태영호의 ‘전향 여부’ 질문에 “전향 강요는 독재”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태영호 의원. ⓒ크투 DB
▲태영호 의원. ⓒ크투 DB

태영호 의원이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경력과 관련해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했다.

태 의원은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후보자님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제가 지역구에서 선거를 해보니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 검증 안 됐다’는 게 첫 네거티브였다”며 “후보자께서도 생애 기간에 이런 말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예, 뭐, 사람들 속에서 그런 수근거림도 있었고, 정권이 공개적으로 저를 용공세력으로 지목했던 시절도 있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봤다. 제가 ‘태영호와 이인영의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고 제목을 달아봤다”며 “주제에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이인영 의원은 “지금 바로 동의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태 의원은 “제가 김일상 주체사상의 원조”라며 “제 인생과 후보자의 인생을 비교해 봤다. 제가 62년생이고 후보자는 64년생인데, 제가 평양에서 80학번이고, 후보자는 84학번이다. 80년대 전후반을 지나가며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 제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믿었다. 그때 북한에서 ‘남한의 주체사상 신봉자가 대단히 많다. 그리고 전대협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교리를 다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북쪽에서 잘못 알고 있던 거라 생각한다”며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거기서 충성 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며 “북한의 과장된 이야기”라고 했다.

태 의원은 “그런데 90년대 후반의 제 삶과 후보자의 삶을 비교해 봤다”며 “90년대에 전 세계적 파동이 일어났다. 북한도 고난의 행군에 들어섰다. 저도 해외로 발령 가서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생활했고, 한국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주사파의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전향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때 후보자는 무슨 일을 했을까 들여다 봤는데 이상한 일을 하나 봤다”며 “그때 북한이 힘든 때인데, 오히려 김정일은 역으로 남한을 다시 적화통일하겠다고 간첩들을 내보내서 소위 지하당 조직 복구활동을 벌인다. 그때 간첩이 쓴 책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가 있다”며 이 의원에게 책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냐고 질문했고, 이 의원은 “들어 봤다. 저와 관련된 질문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발제도 해 보았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320페이지에 왜 간첩이 내려왔는가 내용이 있고, 339페이지에 전대협동우회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이 상세히 돼 있는데, 이건 후보자에 대한 내용이 맞느냐”고 물었고, 이 의원은 “페이지는 모르지만, 저와 관련된 4줄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태 의원은 “기관원이라고 하면서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와 대화를 거부했다. 그런데 문제는 신고를 안 하셨다”고 했고, 그러자 이 의원은 “신고했다면 제가 간첩으로 인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순된 행위에 해당한다. 제가 간첩으로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또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계속 물어본다. 그런데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많이 봤는데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후보자님께서는 언제 주체사상을 버렸거나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공개 선언 같은 것 하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남쪽은 이른 바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며 “사상 전향 여부를 다시 묻는 건 민주주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태 의원은 “그러면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인가 아닌가? 국민들 앞에 솔직히 ‘나는 이제 주체사상 버렸다’ 이게 그렇게 힘든 말인가”라고 반문했고, 이 의원은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 그러나 사상 전향을 끊임없이 강요하거나 추궁하는 행위로 착각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태 의원은 “존경하는 한 의원께서 ‘이 자리는 사상을 검증하는’ 자리다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사상 검증의 자리로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본 것이다. 근데 그 말이 그렇게 힘든가?”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사상 검증과 사상 전향을 강요하시는 건 굉장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제가 알기로 사상 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북과 그리고 남쪽의 독재 정권 시절이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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