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가 ‘사상 전향’ 문제에 이어 국민 6명이 억류 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답한 것이 논란이다.
지성호 의원(미래통합당 비례대표)은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미국이 북한인권법 제정 당시 이를 항의하는 국회의원 서한에 참여하셨고, 2016년 제정된 우리나라의 북한인권법 또한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셨다”며 “후보자는 인도적 지원을 무조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인권법은 반대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있다면 법안 개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 의원은 “저는 수백만이 아사하고, 시체 더미의 악취와 구더기, 수용시설에서 고통받던 북한 주민을 잊지 못한다. 제 할머니도 굶주림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감옥에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저도 14살 때 팔과 다리가 절단되고 마취도 못한 채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존경하는 김태년 대표님이 ‘국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북한 정권에게 보호받지 못했던 저는 굉장히 감명받았다”며 이 후보자에게 이 말에 동의하는지 물었고, 이 후보자는 “네”라고 답했다.
지 의원은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그것은 어느 국가이든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며 “하지만 북한 정권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 뒤, 현재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이 후보자에게 “누군지 아시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지 의원이 “통일부 장관께서 이분들을 모르시느냐”고 재차 묻자 “예”라고 했다.
지 의원은 “2010년 이후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 6명이다.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을 모르느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예 뭐, 아직, 몰랐다. 오늘 배우겠다”고 답했다.
지 의원은 “우리 정부는 헌법에 따라 국제법상 불법으로 납북,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의 석방, 소환을 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저는 통일부에 이분들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답변은 달랑 1장뿐이고, 그마저도 ‘생사 여부, 석방을 위한 통일부의 노력 등이 매우 높고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 검토 중’이라는 성의 없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억류된 우리 국민들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지만, 벌써 2년이 지났음에도 말만 오갈뿐이고 결과가 없다”며 “통일부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미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3명을 송환받았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특사단 파견을 통해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의 석방을 받아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순방 후 송이버섯 2톤을 선물로 받아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몇 차례 더 해야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자국민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여섯 분이 북에 억류돼 있거나 이런 사정에 대해서 모른 건 아니고, 사진으로 바로 말씀하시니 확인하지 못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말씀하신 선교사 분들을 비롯해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남으로 돌아오실 수 있는 이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이런 의지만은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 의원이 “대통령께서 직접 평양까지 방문했으면, 송이버섯이 아니라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을 송환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후보님은 6분이 북한의 어느 수용소에 계신지, 북한에 수용소가 몇 개가 존재하시는지 아시는가? 생사 여부를 아시는가? 건강 상태도 모르는가?”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수치까지 또 뭐, 예(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지 의원은 “이 와중에 후보님은 남북경제 협력 방안으로 금강산 개별 관광 및 금강산 백두산 물, 대동강의 술, 우리 쌀과 약품 등 현물로 교역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실성 없는 상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이 되면 북한에 억류된 국민을 올해 안에 대한민국으로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솔직히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지금 의원님 지적하시는대로 제가 이미 피력한 인도적 교류 협력 외에도 북에 있는 우리 국민들 조속하게 남쪽으로 돌아올 수 있는 노력을 추가적으로 하겠다”며 “북에 이른바 사상교화소 뭐 등등, 이런 데 억류된 북한 주민, 더 나아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문제에 대해 분명한 관심을 기울이고 접근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면, 인도적 교류 협력 분야를 적극 재개하겠다는 의지는, ‘사상교화소에 있는 사람들이 다 석방되거나, 채류된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돌아오기 전에는 하나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의원님의 질문 취지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