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회 노조, 이미 실패한 실험

|  

교회 노조가 다시 한 번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해고를 당한 부목사와 법률가, 노동운동가, 신학생 등 10여 명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노조는 이미 실패로 끝난 실험이다. 벌써 10년도 넘게 전에 요란하게 주목받으며 시작했으나, 결국 대다수 기독교인들의 호응을 받지 못한 채 점차 사라졌다.

교회 내에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노조란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개념을 전제하며, 이러한 개념이 교회 내에 스며들면 엄청난 분란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교회 노조 일각에서는 부목사가 새벽예배나 수요 저녁예배, 금요 기도회 등에 참석하는 데 대해서는 ‘근무 외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있었다. 또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보다 시위, 소송, 언론 보도 등의 방법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조와 그에 가담하는 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혹 교회 내에서 ‘은혜’라는 명분으로 헌신을 ‘강요’하는 일은 없었는지 지도자들도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헌신은 자발적일 때 아름다운 것이지, 타인에게 신앙을 명분으로 강요할 때는 심각한 폭력이 된다. 그런데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교회에서 과도한 일, 적은 급여, 낙후된 복지 등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가장 중요한 토대는 신앙이어야겠지만, 기쁨으로 헌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교회 내에 갈등을 건전하게 조정하고 해결할 창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한 창구가 없거나 부족했기에, 노조 결성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교회다워야 한다. 임금이 어떻느니, 노동이 어떻느니, 투쟁을 해야 하느니 따위의 말들은 가급적 교회에서 거론되지 않는 것이 덕스럽다. 이를 위해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가 조금씩 배려해야 한다. 불만이나 균열이 생기기 전에 자발적으로.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른 이를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랑의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본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