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성 거룩한 성] 국내 HIV 감염 관리 시스템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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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원장(성과학연구협회 학술연구팀장, 내과 전문의, 회복의교회 안수집사).
▲고두현 원장(성과학연구협회 학술연구팀장, 내과 전문의, 회복의교회 안수집사).

얼마 전 질병관리본부는 2019년도 HIV/AIDS 신고 현황 연보를 발표하였다. 이전 현황과 비교해 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로 HIV 감염 신고자수의 증가 이다. 내국인을 기준으로 2018년 989명이었던 신고자 수가 2019년에는 1005명으로 증가하였다. 연령별 증가율에서는 2018년 신고자수의 60%를 차지했던 20, 30대 신규 감염자가 2019년 63.7% 로 증가 하였다. 구체적으로 전년 대비 20대에서 8.6%, 30대에서 9.3% 증가 하였다. 또한 10대에서도 19명에서 29명으로 증가 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성적활동이 왕성한 연령에서 작년 대비 감염자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HIV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국내 감염자 수 의 증가는 시사 하는바가 크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 참고 자료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자가 OECD 가입국 중 2번째로 낮다고 홍보하였다. 또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은 2010년 대비 2018년에 29% 증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 10% 증가, 라틴 아메리카 7% 증가하였다’ 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HIV 감염자가 증가하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 2010년 대비 2018년 전세계 신규감염자 수는 16% 감소하고 있으나, 반대로 국내에서는 44%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비록 감염자수는 OECD 에서 2번째로 낮지만, 감염자수의 증가율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감염 경로의 변화 이다. 그 동안 HIV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85년 HIV 감염자에 대한 통계가 시작된 이례 감염의 주된 경로는 이성간의 성접촉 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 동안 모든 친 동성애 단체들은 HIV 의 감염경로가 이성간 성접촉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HIV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였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던 연구가 2018년도에 발표 되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21개 대학 및 종합병원으로 구성된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인 1,474명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조사 했을 때 동성/양성애자를 통한 감염이 60.1%, 이성애자를 통한 감염은 34.6%로 동성애자를 통한 성관계가 주된 원인으로 발표 하였다.

이렇게 감염경로에 대해 상반된 결과로 많이 논란이 있었으나, 코호트 연구에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2019년 HIV 신고 현황 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전체 1005명의 감염자에서 무응답자 182명을 제외한 821명의 HIV감염 경로가 동성간 성접촉 53.8% , 이성 간 성접촉 46.1% 인 것이 확인 되었다. 1985년 HIV/AIDS 신고 현황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동성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이 이성간 성접촉을 앞지른 결과였다. 설문조사 시 자신의 감염경로는 숨기는 경우와 무응답자의 비율이 18%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동성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은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앞으로 이성간 성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주된 경로라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이를 기초로 한 홍보 및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료 목표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환자를 치료 할 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법을 결정하고, 치료의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의학적 치료의 기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는 HIV 감염을 종식하기 위해 ’90-90-90’ 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는 HIV 감염자의 90%가 검사를 통해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이중 90%가 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은 90%가 바이러스가 억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서 각 국가마다 매년 ‘90-90-90’ 를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평균은 79-78-86 이고, 아시아-태평양은 69-78-91 로 보고 되었다. (UNAIDs Data 2019)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국내 ’90-90-90’ 현황을 발표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국내 빅데이터 연구에서는 감염자 중 58.2%만이 감염 사실을 알고, 87.5%가 치료를 받으며, 90.1%가 바이러스 억제 목표치에 도달 하였다고 하였다. 즉 국내 추정 ’90-90-90’은 ’58-87-90’ 이다. (J Korean Med Sci. 2020 Feb 17;35(6):e41) 이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감염자의 42%가 HIV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는 것인데, 이는 전세계 평균과 비교 할 때 심각하게 낮은 결과이다. 이 연구 결과가 사실 이라면 국내 HIV 감염 관리 시스템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F학점’에 가깝지 않아 판단된다.

2019년 HIV/AIDS 신고 현황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HIV감염자수의 증가율, 특히 10대에서 30대까지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주된 감염 경로는 동성간 성접촉을 확인함’ 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엄중히 인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서 소수자의 인권만이 아닌, 대다수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할 것 이다.

고두현 원장 (성과학연구협회 학술연구팀장, 내과 전문의, 회복의교회 안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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