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정직, 얼마나 정직하게 가르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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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은 어디서부터일까?

▲ⓒT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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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과 주류 방송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딱히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 틈에 유튜브(YouTube)가 블루오션(Blue Ocean)이 되고 있다.

어찌 보면 바람직한 현상 같다. TV든 라디오든 지들끼리 낄낄거리고 먹방(먹는 방송) 하고 막말 하고 전파 낭비하면서 수신료 내라고 하는 것이 싫었던 터라, 그 내용이 좋고 나쁜 것보다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유튜브 동네를 들여다보면 막장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또는 자신의 감정을 거르지 않고 막말과 검증되지 않은 거짓을 진실로 오도한다.

그러면서 계좌번호 공지하고, 시청자 수에 따라 광고료 수입도 얻고, 실시간 방송으로 구독자들 귀에 들어갈 말들을 골라 거의 ‘업(業)’으로 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듣고 싶을 것만 골라서 듣는다.

유튜버들은 “요즘 구독자는 그렇게 막장으로 해야 들어요”라고 변명하고. 그들이 배설해 놓은 것으로 인해 구독자들은 점점 마조히스트(메저키스트; masochist, 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면 스마트폰이나 유튜브에 너무 심하게 빠져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신체에 무리가 갈 정도로 극단이나 중독에 빠져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사람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외국인이 한국을 홍보하는 자극적인 방송, 일명 ‘국뽕’도 그렇다. 돈벌이를 위해 연출된 콘텐츠일 뿐, 모든 게 사실은 아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극우나 극좌가 도배하는 ‘가짜뉴스’들을 지켜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깊어지고, 뉴스 자체가 가짜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언론의 뉴스를 신뢰한다’는 비율이 21%에 불과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지난 2017년 이후 4년째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신뢰도 4년째 세계 꼴찌’라는 발표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언론만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는데,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신뢰’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희생의 대가를 지불해야 생긴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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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가 조작 방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피해를 입은 해당 업체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유튜브만이 아니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말을 놓으면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긴장이 풀리게 되고 예의를 벗어나 무례하게 된다. 서로 친하다고 가볍게 상대하게 된다.

좋을 때야 웃지만, 감정이 틀어질 때는 상대 눈치 안 보고 욕설을 내뱉는 일도 어렵지 않다. 말과 행동은 한 번 거칠어지면 되돌려지지 않는다. 거친 말에 중독되면 아무리 세게 말해도 어지간한 욕설이나 육두문자로는 감정이 충분히 표출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이런 도덕불감증, 양심불감증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에, 무엇보다 언어의 불감증, 말의 불감증, 예절의 불감증에 빠져 ‘민폐’를 끼치면서도 민폐라는 걸 모르고 산다.

유튜브만이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우리가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는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강요하고, 상대편 실수에는 크게 분노하면서도 자기편 거짓에는 눈 감아 주고, 조금만 달라도 적폐로 낙인찍고, 국민의 이익보다 내 편의 이익이 더 중요한, ‘이런 정치’ 때문이다.

최근 신문을 보면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의에 대한 기억도 희미한데, ‘내 편이어서 옳다’는 어리석음으로 ‘닥치고 총공세’를 펼친다.

‘진실 혹은 거짓’이냐가 중요함에도 사람들은 그게 어디든 믿고 싶은 쪽으로 가고, 믿고 싶은 쪽을 믿는 현상을 보인다. 이를 ‘뇌피셜’이라고 한다.

‘뇌피셜’은 한자어 '뇌(腦)’와 영어 ‘오피셜(official)’이 합해져서 만들어졌다.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인양 믿고 말하는 것을 뜻한다.

‘좋고 싫음’은 감성적 취향을 선택할 때이고, ‘옳고 그름’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성적 판단의 근거이다. 그런데 요즘은 커피를 갈아마시듯 ‘좋으니까 옳다’라는 식으로 갈아 버린다.

믿고 싶은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다른 데서 온 거 아니다. 다른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파든 좌파든 할 것 없이 이 땅에서 눈물겹게 견디며 살아온 선배 세대, 기성 세대가 열심히 가르치고 물려준 안타까운 생존과 처세의 유산이다.

누구든 상관없이 우리 편, 같은 편이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고, 그런 일이 우리 가까이에서 늘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이 된 것은 그냥 우리들의 문제,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유언비어’나 ‘위증’ 논란은 피노키오도 놀랄 지경이다. 안마의자를 팔기 위해 ‘키가 커지고,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사실만 말할 것’을 맹세해놓곤 지인 부탁을 못 이겨 금전이나 대가를 받고 하는 위증이 판친다. 실체적 진실을 방해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하는 거짓말은 괜찮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진실의 ‘눈’을 가린다. 스스로의 판결을 손바닥 뒤집듯 무효로 만든다. 이는 좌우의 문제도,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기준도, 그 사람이 ‘정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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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7대 존슨(Andrew Johnson) 대통령은 “정직하지 않고 지식이 있는 자는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사회학자 레몽 아롱(Raymond Aron)도 그러지 않았던가. “정직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절대로 좌파가 될 수 없다.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가 좋은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고. 우리가 이 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머리가 좋고 나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진실에 다다를 수 있고, 정직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정직했는가. 다음 세대에 정직을 얼마나 정직하게 가르쳤는가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고 모양만 붕어이듯, ‘정의’나 ‘미래’라는 이름을 걸었다고 그 단체가 정의롭거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차별 없는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역차별이 생기고, 권위와 질서가 붕괴되면서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와 가치관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정직을 얼마나 정직하게 가르쳤는가.

‘정직’을 기초로 이뤄지는 ‘신뢰’는 세상을 바꾸는 삶의 에너지이자, 미래를 여는 타임캡슐과 같다.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나 실언을 하고 말을 지키지 못하여 거짓이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염치’가 정직으로 가는 사람된 도리 아닐까. 정직으로 인한 비난이라는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믿을 만한 사람이 된다.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은 어디서부터일까. 한때 베스트 셀러였던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이 쓴『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2018)』는 책이 있다.

최근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우리나 다음 세대가 유치원들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밥상머리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가르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삶의 기본이 안 돼 있으면 혼란이 온다. 지혜로운 교훈이 담겨 있는 토끼와 거북이부터 거짓말하면 코가 커진다는 피노키오까지 다시 읽어야 한다.

무엇이 감사할 일이고, 무엇이 미안해 할 일인지.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부터. 정직하다는 게 무엇인지부터, 그렇게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공동체에서 자신의 전염병, 코로나 바이러스를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공의로운 일이다. 진실을 숨기는 거짓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겼던가.

성경 누가복음서에서 보면 나병 환자 10명은 자신의 병을 드러낸 적이 없는 환자였다. 제사장에게 병을 입증받아야 하고, 또 스스로를 공동체로부터 격리시키는 희생적인 헌신이 요구되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예수님을 만나고 제사장에게 정직하게 자신의 부정함을 고백하러 가던 열 사람이 깨끗함을 받았고, 한 사람만 돌아와서 예수님께 감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길에서 고침받고 돌아가지 않은 나머지 아홉은 아마 자신이 한 번도 나병 환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살아가려는 저의가 있었던 것 아닐까. 숨겨왔던 병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정직하려 했던 그 한 명을, 성경은 조명한다.

혹시나 우리도 나머지 아홉 명처럼 공동체에 조용히 스며들어, 한 번도 죄 지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양심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코로나19 사태보다 퍼져나가는 ‘거짓’과 ‘부패’의 전염성이 위험하다. 산불이나 산사태를 만난 것처럼 국가 자체가 타들어가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나라가 무너지건 물에 잠기건 불에 타건, 죽기 전까지는 그래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모처럼 한국정직운동본부가 다음 세대에게 ‘정직을 통해 세상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정직캠페인 UCC 공모전을 가진다고 한다. 다음 세대가 참여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는 멘토 바울이 디모데에게 가르쳤던 정직을 얼마나 정직(딤후 1:1-3)하게 가르쳤는가. ‘청결한 양심(Clean Conscience)’은 분명 거짓이 없는 ‘정직한 믿음(Sincere Faith)’을 생산하는 산실이다.

건강한 사회나 국가는 민폐 끼치지 않는 정직한 개인으로 인해 깨어나고, 성숙한 자유인으로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 ‘양심 회복’, ‘정직 운동’이 나라 살리기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이효상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효상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효상 원장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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