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기 스포츠의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일컬어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명예롭고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온갖 비난과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실수할 때도 많겠지만, 모든 상황과 조건들을 고려해 최선의 판단을 내렸을 때도 억울한 비방을 당할 때도 많다. 그나마 결과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그야말로 생매장을 당하기 십상이다.
관중 입장에서는 훈수 둘 때 더 판이 잘 보인다고,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만큼 열을 내는 것도,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의 그 같은 열의는 경기의 과정과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다.
뜬금없이 스포츠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향한 과도한 비난과 압박 분위기 때문이다. 원래 지도자는 비판받는 것이 생리라고는 하지만, 워낙 요즘 한국교회가 직면한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날선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같은 분노의 에너지가 같은 기독교인들을 향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같은 기독교인들을 향해 더욱 맹렬하고 거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특히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교회와 예배에 대한 정부의 제재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에 대처하는 교계 지도자들의 태도를 두고 비방 수위 또한 점점 높아진다.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탄압하는데 왜 그냥 순응하느냐는 내용이 그 주를 이룬다. 며칠 전 대통령을 만난 지도자들에게는 조롱과 비아냥을 넘어 인신공격까지 쏟아졌다.
물론 정부의 형평성 없고 비합리적인 제재에, 더욱이 예배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아쉬움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현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론에 있어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같은 기독교인을 마치 배교자 취급을 하는 과도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
지도자들을 비방하는 그들 역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기에 그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현실 앞에, 더욱이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안전과 첨단 문명 전체가 위협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앞에, 분노하지 않고 안타까워하지 않는 기독교인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 앞에 우리가 있다. 부디 서로 좀 더 이해하고 협력하며 그 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