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 기자회견
북한 인권 실태 조사는 중지하더니
국내 탈북민 인권 조사도 안하는가
북한인권 기록, 보편적 차원 축적을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가 16일 오후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통일부의 북한인권실태 조사 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NKDB의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올해 1월 통일부는 NKDB와 북한인권실태조사를 위한 연간 사업 계약을 앞두고, 동 센터에 조사 대상자 규모를 기존보다 30%(매달 10명>7명) 축소하라는 방침을 통보했다”며 “당시 통일부의 논리는 △최근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수 감소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 및 통일연구원의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 추진 △이로 인한 조사 참여자 중복 및 피로도 증가에 따라 동 센터와 유엔서울인권사무소의 조사대상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윤 소장은 “그러나 이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직후 통일부(정부), (사)북한인권정보센터(민간), 유엔서울인권사무소(국제) 간 조사 참여자 중복 및 피로도 증가 방지를 위해 결정된 내용과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당시 3자는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대상 조사 규모와 관련, 조사 대상 규모를 기존보다 무려 ‘60%’ 가량 축소했다. 또한 동 센터는 당시 조사 영역을 ‘특정 인권 침해 주제’로 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 후 2019년에도 동 센터는 조사유용성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의 인적 정보 질문을 삭제하라는 통일부의 추가 요구를 수용했다”고 했다.
윤 소장은 “그러나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직후 결정된 내용과는 달리, 2018년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결정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하나원 북한이탈주민 정기 조사에 추가로 참여하게 됐다”며 “즉, 통일부가 주장하는 조사 참여자 중복과 피로도 증가는 기존 협의와 달리 통일연구원의 정기 하나원 조사 참여를 추가 허용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통일부가 민간영역인 (사)북한인권정보센터에게 책임을 전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또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은 2018년 1,137명에서 2019년 1,047명으로 ‘8.6%’ 가량 감소한 데 불과하다”며 “따라서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월 10명의 심층조사 대상자 규모를 다시 ‘30%’ 가까이 줄여야 할 만큼 연간 입국자 감소율이 북한인권실태 조사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이에 우리는 지난 1월 통일부에게 ‘조사대상자 규모 30% 축소’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기존 조사대상자 규모를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통일부는 동 센터에 대한 ‘북한인권실태 조사 협조 중단’ 방침에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3월 10일 동 센터는 통일부의 요구를 수용해 북한인권실태 조사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담당 부서인 북한인권과에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이에 통일부 북한인권과는 3월 10~12일 사이 동 센터에게 인권조사 체계 일원화를 위해 하나원 조사 업무가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로 이관됐으며, 따라서 앞으로의 북한인권실태 조사 계약은 기존의 북한인권과가 아닌 북한인권기록센터와 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윤 소장은 “그러나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3월 13일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 계약 체결 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고, 뒤 이어 나흘 후인 3월 17일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동 센터에게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통일부로부터 전달받았으며, 북한인권기록센터도 동 센터와 그러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통일부가 이번 조치를 내린 경위 파악과 조사 재개 촉구를 위해 통일부 장관과 인도협력국 국장에게 거듭 면담을 요청해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일관되게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동 센터가 20여 년간 맡아온 하나원 입소자 대상 조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소장은 ‘북한인권실태 조사 중단 방침’ 관련 통일부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윤 소장은 “국회와 관계기관 등 복수의 경로를 통해 통일부가 동 방침을 강행한 근거로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조사대상자 규모 30% 축소를 조건으로 한 통일부와의 조사 계약을 기간 내에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한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이제까지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진행해온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인권 조사는 계약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수의 계약’이었다”며 “서류제출 및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 연구 용역 공모와 달리, 동 센터는 매년 통일부와 조사규모부터 면접 문항 등을 협의해 3월경 계약을 체결해왔다”고 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통일부와 동 센터의 실무 담당자 간에 이뤄졌던 논의 과정에도 계약 시점 마감일은 단 한 번도 언급된 바가 없다”며 “즉,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조사 계약 기간 내에 통일부 방침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통일부 주장과 달리, 애초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를 위한 ‘계약 기간’이라는 것이 올해 초 계약 추진 당시 존재하고 있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태영호 의원실이 통일부와 동 센터 간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 계약 과정 및 결과를 공개하도록 통일부 북한인권과에 요구했으나, 통일부 측은 해당 정보가 ‘정보위 소관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통일부의 이러한 주장이 최근 국회 등 관계기관의 문제제기가 이뤄지자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사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통일부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위탁 기관인 동 센터에게 단 한 차례도 ‘계약 기간’을 공지하지 않은 이유를 통일부가 밝힐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최근 국회 등 관계기관의 문제제기가 있기 전까지 동 센터의 거듭된 면담 요청을 모두 거부한 채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의 사유가 ‘계약 기간 초과’였음을 직접 설명하지 않은 이유를 밝힐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의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대상 북한인권실태 조사가 즉시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 △이번 사태와 같이 민간영역의 북한인권실태 조사가 정부의 압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기관 간의 안정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 △신뢰성과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의 조사 병행을 허용해 북한인권 개선과 통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인권 기록은 보편적 차원에서 축적돼야 하나, 북한 정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간 남북관계에 부담을 주는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통일부가 남북대화 재개에 주력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인권 기록의 중심적 역할을 하기로 돼 있는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이제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 및 백서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서 남북대화의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산하 기관인 북한인권기록센터에게 독점적인 북한인권실태 조사 권한을 부여하기보단, 신뢰성과 전문성 있는 민간단체의 조사 병행을 허용해 북한인권 개선과 통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NKDB는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국내외 민간영역에게도 북한인권 실태 조사 기회가 부여돼 증언의 교차 검증과 신뢰도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통일부의 방침은 국제사회와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는 대선공약과 ‘국정과제 92번’에 위배되는 것으로, 통일부가 ‘북한인권실태 조사 중단 방침’을 철회해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 정책상 후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식시키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NKDB는 산하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해 북한의 인권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객관적인 북한인권 실태자료를 국내외에 제공하여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과 향후 과거사 청산에 기여하고자 연례보고서, 북한인권백서, 북한 종교자유 백서, 북한이탈주민 경제사회통합 실태를 발간하고 특정 주제를 심층 조사, 연구하여 지속적으로 보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