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통일부의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에 대한 NKDB의 입장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2020 북한인권백서 발간 세미나 및 통일부 ‘북한인권실태조사’ 협조 중단 방침 철회 촉구 기자회견 현장. ⓒ디비티비[DBTV] 유튜브
▲2020 북한인권백서 발간 세미나 및 통일부 ‘북한인권실태조사’ 협조 중단 방침 철회 촉구 기자회견 현장. ⓒ디비티비[DBTV] 유튜브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가 16일 오후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통일부의 북한인권실태 조사 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통일부의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에 대한 과정과 반론, 그리고 입장에 대해 밝혔다.

NKDB는 20여명의 석박사급 상근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북한 관련 최대 민간단체로서 ‘북한인권과 탈북민’에 대한 전문 조사, 연구, 지원, 교육 중심의 순수 비영리기관이다. NKDB는 1999년 하나원 개원 이후 통일부와 협력해 북한인권실태 조사를 실시해왔으며, 2004년 동 센터가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뒤로는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인권피해 실태를 조사·기록해 체계적인 북한인권 피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왔다. 2008년 이후부터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의 인권피해 실태 조사를 통일부의 공식 위탁 사업으로 맡아 진행해왔으며, 2019년까지 조사 결과를 통일부와 공유해왔다.

다음은 NKDB가 밝힌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 통보 과정과 NKDB의 입장 전문.

2020년 통일부의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 통보 과정

2020년 1월 통일부는 (사)북한인권정보센터와 북한인권실태조사를 위한 연간 사업 계약을 앞두고, 동 센터에 조사 대상자 규모를 기존보다 30% 축소하라는 방침을 통보했다. (▶ 심층조사 대상자 수 매달 10명 → 7명으로 축소 요구)

당시 통일부의 논리는 △ 최근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수 감소 △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 및 통일연구원의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 추진 △ 이로 인한 조사 참여자 중복 및 피로도 증가에 따라 동 센터와 유엔서울인권사무소의 조사대상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직후 통일부(정부), (사)북한인권정보센터(민간), 유엔서울인권사무소(국제) 간 조사 참여자 중복 및 피로도 증가 방지를 위해 결정된 내용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 2016년 당시 3자는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대상 조사규모와 관련, △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전수조사 △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의 월 10명 심층조사 △ 유엔서울인권사무소의 조사 규모 일부 축소를 결정한 바 있음.
▶ 이는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대상 규모를 기존보다 무려 60% 가량 축소한 결과였음. 또한 동 센터는 당시 조사 영역을 ‘특정 인권침해 주제’로 한정하기로 합의함.
▶ 그 후 2019년에도 동 센터는 조사유용성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의 인적 정보 질문을 삭제하라는 통일부의 추가 요구를 수용함.
▶ 그러나 위와 같이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직후 결정된 내용과는 달리, 2018년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결정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하나원 북한이탈주민 정기 조사에 추가로 참여하게 됨.

즉, 통일부가 주장하는 조사 참여자 중복과 피로도 증가는 기존 협의와 달리 통일연구원의 정기 하나원 조사 참여를 추가 허용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통일부가 민간영역인 (사)북한인권정보센터에게 책임을 전가할 명분이 없다.

또한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은 2018년 1,137명에서 2019년 1,047명으로 8.6% 가량 감소한 데 불과하다. 따라서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월 10명의 심층조사 대상자 규모를 다시 30% 가까이 줄여야 할 만큼 연간 입국자 감소율이 북한인권실태 조사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이에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1월 통일부에게 ‘조사대상자 규모 30% 축소’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기존 조사대상자 규모를 유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는 동 센터에 대한 ‘북한인권실태 조사 협조 중단’ 방침에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3월 10일 동 센터는 통일부의 요구를 수용해 북한인권실태 조사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담당 부서인 북한인권과에 전달했다.

이에 통일부 북한인권과는 3월 10~12일 사이 동 센터에게 인권조사 체계 일원화를 위해 하나원 조사 업무가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로 이관됐으며, 따라서 앞으로의 북한인권실태 조사 계약은 기존의 북한인권과가 아닌 북한인권기록센터와 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3월 13일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 계약 체결 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뒤 이어 나흘 후인 3월 17일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동 센터에게 하나원 입소 북한이탈주민 조사는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통일부로부터 전달 받았으며, 북한인권기록센터도 동 센터와 그러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통일부가 이번 조치를 내린 경위 파악과 조사 재개 촉구를 위해 통일부 장관과 인도협력국 국장에게 거듭 면담을 요청해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일관되게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동 센터가 20여 년간 맡아온 하나원 입소자 대상 조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 북한인권 조사 중단 관련
통일부 입장에 대한 재반박
(북한인권정보센터)

‘민간단체 北 인권조사 중단 관련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통일부 입장’에 대한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통일부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정부의 조사규모 축소 방침을 수용하지 않고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금년도 조사용역 수행기관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올해 초 조사 대상자 30% 축소 방침을 통보한 데 대해 △ 해당 방침을 수용할 수 없으며 △ 기존과 같은 규모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동 센터는 통일부가 ‘북한인권실태 조사 협조 중단 방침’을 통보한 3월까지 ‘기존과 같은 규모로 하나원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동 센터가 통일부의 방침에 대한 반발로서 ‘조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문조사만이라도 수행함과 동시에 ‘심층조사 대상자 규모 30% 축소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한 것입니다.

2. 통일부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이미 다른 기관들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뒤늦게 통일부 방침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기에 형평성·효율성 문제 등을 감안해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제까지 통일부와 북한인권정보센터 간의 북한인권실태 조사 용역 계약은 계약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수의계약’으로, 매년 2~3월경 통일부와의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해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동 센터가 통일부와 북한인권실태 조사 관련 계약을 체결했던 날짜는 △ 2016년 3월 11일 △ 2017년 3월 24일 △ 2018년 1월 29일 △ 2019년 3월 5일입니다. 또한 계약 체결 전에도 조사의 연속성을 고려해 1~2월 조사를 계속 진행한 바도 있습니다.

이러한 선례가 있기에, 동 센터는 올해도 통일부와 3월까지 ‘조사대상자 30% 축소’ 사안을 놓고 협의를 이어오다가 3월 10일 ‘통일부의 방침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심층조사를 재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입니다. 이 시점까지 통일부는 단 한 차례도 동 센터에 ‘계약 기한’ 또는 ‘계약 시점’을 공지하거나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민간단체 중 하나원 교육생 대상 인권 조사를 실시하는 기관은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유일했으며, 그간 정부 기관인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통일연구원, 유엔서울인권사무소의 조사와는 무관하게 통일부와의 협의 후 계약을 체결해 조사를 진행해왔습니다.

따라서 ‘다른 기관이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 재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으며,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북한인권 실태조사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는 통일부 입장과 배치된다고 여겨집니다.

3. 통일부는 ‘탈북민을 통한 북한인권 실태조사가 하나원 교육생 외에도 사회정착 탈북민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민간단체의 정보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나원을 수료한 북한이탈주민의 연락처와 거주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민간단체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통일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시 ‘사회정착 탈북민을 통한 인권 조사’는 극히 제한된 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여 년간 하나원 교육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인권 조사는 북한에서의 인권 피해 기억이 흐려지고 왜곡되기 전, 가장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 이렇게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는 북한인권의 시대적 변화를 추적하고 국내외 인권단체와 연구기관, 정부 기관으로 하여금 북한 정부를 상대로 인권 개선을 압박하는 증거 자료로 활용돼 왔습니다.

따라서 통일부가 민간단체에 대해 하나원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탈북민의 정보를 확보해 인권 조사를 진행하라는 것은 사실상 북한인권 실태 조사에 있어서 민간단체의 역할과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북한인권정보센터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보다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북한인권 침해 기록을 축적해나가길 바라며, 이를 위해 통일부가 ‘북한인권실태 조사 중단 방침’을 철회하고 동 센터의 조사 재개를 허용하길 촉구합니다.

2020년 9월 16일
(사)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신영호
소장 윤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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