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언되는 北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
北 당국이 인권 신경 쓴다는 증언도 확인
(사)북한인권정보센터(이하 NKDB)가 16일 오후 『2020 북한인권백서』 발간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0 북한인권백서』의 전체 사건 규모는 78,798건으로 전년도 대비 6.9% 증가했다. 사건은 총 16개 권리 유형에 따라 분류됐으며, 이 중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60.3%), 이주 및 주거권(13.8%), 생명권(10.4%)의 발생 비율이 전체의 84.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인물 규모는 48,822명으로 전년도 대비 7.0% 증가했다. 인물은 피해자 39,563명(81.0%), 가해자 2,173명(4.5%), 증언자(목격자 포함) 3,892명(7.9%), 그리고 기타 인물 3,194명(6.5%)의 비율로 나타났다. 정보 제공자는 피해자가 40.8%, 피해자의 동료가 9.1%이며, 가해자와 그 동료와 친척들 스스로 정보를 제공한 비율은 0.1%로 매우 낮다.
북한인권 침해 사건 정보출처의 정보 형식은 ‘경험’이 40.8%, ‘목격’이 39.9%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신뢰성이 높다. 정보 출처는 인터뷰가 90.9%(71,590건), 수기 혹은 출판물이 3.3%(2,620건), 설문지가 3.2%(2,520건), 신문 혹은 발행기사가 2.0%(1,586건), 기타가 0.5%(편지 26건, 번역된 문서 26건, 기타 430건)다.
2010년,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의 인권 상황
이날 김가영 조사분석원은 2010년대 김정은 정권 이후의 인권 침해 사건을 살폈다. 김 분석원은 “저희 기관이 조사한 증언자들 중 42.1%(5,937명)가 2010년 이후 탈북한 분들”이라며 “이번 백서는 북한의 인권 실태를 상당 수준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010년대 사건은 전체 사건의 11%(8,693건)로, 2010년 이후의 인권침해 주요 유형은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59%, 5,126건), 이주 및 주거권(12.1%), 생명권(11.7%),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7.9) 순으로 나타났다.
김 분석원은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에 대해 “사실 이 권리는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에 포함되지만 워낙 구금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건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서 별도의 유형으로 따로 다루고 있다”고 했다.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세부 유형으로는 불법구금이 60.2%, 고문 및 폭행이 22.8%, 강제매춘 및 인신매매 10%, 실종 3.3%, 성적폭행 1.2%, 불법체포 1.1%, 납치/억류/유괴(외국인 포함) 0.7%, 가택수색 및 감금 0.5%, 심리적 폭행 및 위협 0.1%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구금’ 유형의 경우 38%(1,183건)가 보위부 및 안전부 조사 및 구류시설에, 13%(382건)가 정치범수용소에, 12%(381건)이 교화소에 12%(362건)가 집결소에 11%(349건)가 단련대에 1%(31건)가 군 구류시설에 구금되는 순으로 나타났다.
김 분석원은 ‘체포한 범죄혐의자 또는 범죄자를 구금한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안으로 구금결정서를 만들어 검사의 승인을 받고 체포한 날부터 10일 안으로 조사하여 예심에 넘겨야 한다. 검사의 승인을 받지 못하였거나 체포한 날부터 10일 안에 범죄자라는 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내놓아야 한다’는 북한 형사소송법 제144조를 언급하며 “탈북민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이 규정은 위배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북한이탈주민의 여러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구금 시설의 종류를 막론하고 발견되는 공통점은 열악하고 비위생적이란 점”이라며 “또 북한당국은 물품 부족 등을 타개하기 위해 강제노동을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권 침해 유형의 세부 유형으로는 ‘다른 직접적 행동으로 인한 사망’이 46.9%, ‘사법적 집행’이 45.2%, 원인 미상 사망이 3.8%, 즉결처형이 2.4%, 실험용 살해/생체실험/의학적 실험이 0.7%, 기타 0.7%, 살인(공무원에 의한 개인적 살해) 0.2%, 특정 대상자에 대한 살해(암살) 0.1%의 순서로 나타났다.
‘다른 직접적 행동으로 인한 사망’ 유형의 경우 구금시설에서의 발생이 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부 유형으로는 음식 미제공(31.7%), 고문과 만행의 결과(25.3%)가 가장 높았다. ‘사법적 집행’ 유형의 경우 공개처형이 65.2%, 비공개처형이 29.0%로 나타났다. 비공개처형은 1990년대(9.8%), 2000년대(20.6%)와 비교했을 때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분석원은 “북한 당국의 공개처형 반대운동, 주민들의 민심을 의식해 비공개 처형으로 처형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비공개 처형의 증언의 경우 증언자가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증언자 보호 차원에서 증언록을 충분히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끝으로 김 분석원은 “1990년대 대규모 탈북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태가 알려진 이래로 현재까지도 북한인권 침해 사건은 매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증언자들을 통해 북한 당국이 인권에 신경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2020 북한인권백서』 중요 증언
올해 주요 증언에는 함경남도, 함경북도, 평안남도, 자강도, 양강도 출신 등의 북한이탈주민 증언이 수록됐다. 주요 내용은 ‘공개처형’과 ‘고문과’, ‘음식 미제공으로 인한 사망’,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망’, ‘보위부 및 안전부 조사 및 구류시설에서의 구금’,‘집결소 구금’, ‘적절한 수용시설권의 침해’, '적정치료 미비‘ 등이다.
이중 함경남도 출신의 여성 한모 씨는 “(단련대) 담당 선생이 들어와서 시내에 가야 하니까 옷을 단정히 하라고 했다. 대사로 나가는 건가 싶었는데 교화소에서 총살하는 걸 보여줬다”며 “단련대에서 한 50명 데려왔다. 교화생은 다 나와있고, 안전원도 5~60명 와 있었다. 조금 있다가 하도 맞아서 겨우 걸어 나오는 사람을 끌고 나왔다. 한 마흔 살 돼 보였는데 키도 작고 체중도 너주 줄어서 몰골이 형편없었다. 그 사람이 총살됐다. 한 3~4발 쏜 거 같은데, 대열을 맞춰서 죽은 걸 보라고 했다. 그리고 반영문이라고, 총살되는 걸 보면서 느낀 걸 쓰게 했다”고 증언했다.
평안북도 출신의 오모 씨는 “2014년에 이 사람이 중국에 있는 사람이랑 통화를 하다가 비밀과 관련된 것을 누설한 것 같다. 근데 이걸 북조선 전파감지국에서 도청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람은 총살당했다”며 “대체로 정치꾼이나 당 일꾼에 대해서는 비밀 처형을 하고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강도 출신의 남성 김모 씨는 “변방대에서 말을 잘 안한다고 때리고, 전기 찍찍이 같은 것으로 때렸다. 스위치를 켜면 ‘지지직’ 고압 붙은 게 나왔다”며 “중국에 가면 의자에 손을 족쇄로 묶고 발도 묶느낟.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찬다. 여름철이었는데, 입고 있던 옷을 다 벗기고 살을 전기 찍찍이로 (고문)했다”고 증언했다.
함경북도 출신의 여성 임모 씨는 “교화소에 밀수죄로 15년형 받고 들어온 아주머니가 있었다. 면회 오는 사람이 없으니 잘 먹지 못해 허약에 걸리고, 눈도 나쁘고 귀도 잘 안 들려서 자기 징벌과제를 100% 수행하지 못했다”며 “어느 날 보안원이 아주머니 실적이 50%밖에 안 된다며 막 욕을 하고, 발로 찼는데 아주머니가 벽에 머리를 박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했다.
평안남도 출신의 여성 이모 씨는 “교화소에서 허약한 여자를 본 적 있다. 이 사람은 면회 오는 사람이 없었다. 진짜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 먹지 못해 굶어 죽는다는 게 얼마나 처절한 건지 모른다. 제가 가루를 조금 받아서 그 여자를 먹인 적도 있다”며 “굶어죽은 모습이, 시체의 모습이 정말 딱 뼈밖에 없었다. 죽으면서 저한테 고맙다고 했던 인상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자강도 출신의 남성 김모 씨는 “2018년도에 높은 건물에서 공사하다가 떨어져 죽은 아이를 봤다. 17살밖에 안 된 남자애였다”며 “건설하는 기관이라고 해도 안전장치라는 게 전혀 없다. 북한에는 그런 안전장치라는 게 전혀 없다. 떨어지면 그냥 죽어야 된다”고 했다.
함경북도 출신의 여성 이모 씨는 “2014년에 보위부에 있었다. 보위부에 들어갔을 때는 알몸조사를 받았다. 옷 다 벗기고 돌아서라 하고 앉으라하고 자궁에 돈을 훔쳐오지 않았나 조사를 했다”고 했다.
함경남도 출신의 여성 최모 씨는 “보위부 구류장에 수도가 없었다. 2014년이었다. 28일 동안 이를 한 번 못 닦고 세수 한 번 못했다”며 “나랑 같이 있던 여자 하나가 세수를 하고 취급 받으러 나갔는데, (계호가) ‘너 세수했지?’ 묻더니 구둣발로 세게 찼다. 그 여자 온 몸이 푸릇푸릇하게 멍 들었다”고 했다.
평안남도 출신의 여성 임모 씨는 “병원에 가면 링겔이라고 수액 맞는데 그걸 자체로 제조해서 하다 보니까 부작용이 많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들은 맞으면 막 부들부들 떨고, 이런 게 정말 많았다. 스스로 약을 제조했다. 실험용으로 사람들한테 투여하는 거나 같다”며 “2006년에 제가 염증이 생겨서 입원했다.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막 열이 나면서 머리가 곪아서 아팠다. 심장 막 세게 뛰고 그 다음에 막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면서 한 반나절 동안 혼났다. 여기서 죽는가보다 하고 그렇게 생각을 했다”고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 이후 인권상황 비교
국내 입국연도가 명시된 사건 증언자 11,604명 분석 결과, 증언자 1인당 6.0건의 사건이 보고됐다. 1980년대 입국 증언자 9.8건, 1990년대 9.2건, 2000년대 6.4건, 2010년 이후 5.7건으로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990년대보다 발생 비율이 낮아진 인권침해 유형은 생명권(13.1% 감소), 정치적 참여권(1.3% 감소), 생존권(10.2% 감소), 건강권(1.9% 감소), 노동권(1.9% 감소), 교육권(0.7% 감소)이며, 발생 비율이 높아진 인권침해 유형은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20.9% 증가),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2.4% 증가), 이주및 주거권(6.2% 증가), 재생산권(0.3% 증가)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가 2000년대보다 생명권과 정치적 참여권, 생존권, 건강권, 노동권, 교육권에 대한 권리 침해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많이 발생했으며 2000년대 이후 감소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생존권(북한 인권침해 사건 유형 중 생존권은 식량권을 의미한다)은 1990년대 1,643건이 보고되었으나, 2000년대는 343건만이 보고되어 생존권 위협은 상당 수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식량권 침해 사건 비율이 다른 시기에 비해 높은 이유에 대해 북한인권정보센터는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이 중단되면서 식량난으로 인해 아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 5분의 1로 감소됐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 이후 생존권, 교육권, 건강권은 개선되고 있으나,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이주 및 주거권, 재생산권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이후 생존권, 교육권, 건강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호전되고 시장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입이 용이해져 국제인권 A규약(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분야에서 상당한 인권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이주 및 주거권, 재생산권과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에 대한 사건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국제인권 B규약)는 여전히 심각한 침해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대와 2010년 이후 인권실태 비교 분석
2010년대 들어 2000년대보다 발생 비율이 낮아진 인권침해 유형은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7.5% 감소), 이주 및 주거권(3.9% 감소), 재생산권(0.5% 감소)이며, 발생 비율이 높아진 인권침해 유형은 생명권(4.7% 증가),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2.8% 증가), 노동권(2.0% 증가), 재산권(1.0% 증가)이다.
전반적으로 2010년대가 2000년대보다 생명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노동권, 재산권 침해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생명권은 2010년 이후 사건 발생 비율(11.7%)이 2000년대(7.0%)와 비교하였을 때 약 2배로 증가했다. 이 이유에 대해 NKDB는 “정권안정, 사회질서 및 치안유지 정책 강화를 위해 비공개 처형 등의 비율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2010년대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사건 비율이 7.9%로 상대적으로 2000년대(5.1%) 보다 높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선 “1990년대 이후부터 탈북 및 강제송환 빈도가 높아지면서 보위부 및 안전부 조사 및 구류시설, 단련대, 집결소(교양소) 구금되어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증가와 더불어 2010년 이후 김정은 시대 이후 북송된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처벌 강도가 높아지면서 구금시설 내 환경이 더 열악해 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아울러 2015년 이후 북한 형법 제183조(퇴폐적인 문화 반입, 유포죄), 북한 형법 제230조(뇌물조)가 강화된 점과 북한 형법 제222조(비법적인 국제통신죄)가 신설된 점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와 2010년대 사건 유형별 발생 비율이 달라진 점은 있으나 현재까지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침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