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중국 정부와 지난 2018년 체결한 주교 임명에 대한 합의가 오는 10월 만료 및 갱신된다고 바티칸 당국이 밝혔다.
17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가톨릭 매체 ‘크룩스’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양측의 합의에는 중국 정부가 임명한 중국 주교 7명을 바티칸이 정식으로 승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갱신된) 합의에는 어떤 변경도 없을 것이며, 홍콩을 포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시 합의는 논란의 여지가 많았으며, 중국 공산당 체제를 인정하고 종교 자유를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가톨릭 교인인 제임스 로버츠 작가는 “바티칸은 중국이 개인의 자유를 옹호할 때까지 중국과 어떤 거래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교황청과 중국 공산당 사이의 비밀 거래를 평가할 때, 우선 거래가 왜 비밀이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시작부터 끔찍하다”며 이번 거래가 중국의 종교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것은 바티칸과 중국인민 대표 사이의 거래가 아니라 바티칸과 중국 인민의 압제자들 사이의 거래임을 되새겨야 한다”며 “종교적 자유에 관한 근본적인 인권 문제에 대한 협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앙에 관한 우리 질문의 최종 중재자가 공산당 계층의 지배를 받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은) 복음을 어떻게 가르치고 해석될 것인지 지시하고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성직자들은 투옥되고 있으며, 계속 투옥될 것이다. 아이들은 교리 교육을 받지 못하고, 공산당에 의해 세뇌될 수 있다. 절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권력을 주장하는 유일한 입장을 가진 단체와 협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기독연대(CSW) 역시 “중국 전역에서 공식 교회와 비공식 교회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박해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거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CSW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중국) 합의 갱신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모든 종교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CSW의 베네릭트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예배 장소의 철거, 임의적인 집단 구금, 실종 및 납치, 침입 감시, 이동의 자유 제한 등 중국의 인권 상황은 급격히, 그리고 상당히 악화되었다”면서 “이 같은 단속은 기독교인 뿐 아니라 위구르 무슬림, 티베트 불교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최근 공식 트위터에 “공산주의 중국은 계속해서 중국 가톨릭 신자들을 박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향후 바티칸과 중국 간 모든 협상이 종교의 자유 보호에 뿌리를 두고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