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건물에 간신히 걸린 십자가는
베드로가 부인한 당신입니까.
코로나로 모두들 떠나 버린 텅빈 성전에서
주일날 목회자 홀로 눈물로 기도하는 것은
당신의 모습을 슬퍼하는 것입니까.
목 쉰 피아노 소리는 거대한 도시로 갔습니다.
빈 의자들을 향해 설교를 하였습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사랑이 있는 곳에 함께 한다고
마지막으로 묵도합시다.
낡은 시장 뒷골목으로 새나오는
흙먼지 섞인 세상 얘기가 요란스럽게 들립니다.
석 자도 못가서 지쳐버린 빈 울림도 없이 잠겨버린
그 설교가 당신의 말씀입니까.
바다가 그립습니다.
당신의 피조물 중 가장 당신을 닮은 바다를 사랑합니다.
성전 앞의 분노와도 같은 파도 소리를 사랑합니다.
내 가슴 속의 당신을 그리며 눈물을 닦고 시를 씁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저렇게 초라히 건물에 걸리어 있습니다.
마치 골고다와 같은 그곳에
아! 골고다에서 말없이 십자가 지신
당신의 사랑으로 사랑하게 하옵소서.
코로나의 광야 길이 제 아무리 어려워도
오늘도 그 십자가 지고 주님을 따르렵니다.
이효상
시인, 칼럼니스트, 근대문화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