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총살한 뒤 그 시신마저 소각해 버리는 엽기적이고 극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터진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과 전 세계가 충격과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무장한 군인도 아닌 저항 불가 상태의 민간인을, 일방적으로 사살해 버렸다는 것만 해도 믿기 어려운데, 거기다가 북한은 그 시신마저 소각해 버림으로써 이 사실을 접한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고야 말았다.
이 와중에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집권 세력의 어이없는 가해자 감싸기, 아니 감싸기를 넘어선 격찬과 굴종 및 숭배 행위다. 이들은 처음에는 쉬쉬하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자 김정은의 통지문을 내세워 가해자를 향해 ‘계몽군주’ 운운하는 등 온갖 찬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 보고를 받은 뒤에도 종전선언을 강조한 유엔 연설을 취소 내지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집권 세력은 ‘월북설’을 통해 본질을 흐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당국이 내세우는 어떤 근거들도 월북을 단정하기엔 터무니가 없다. 빚과 가정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안정된 직장을 가진 피해자가 자살도 아닌 월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기엔 한참 부족하다. 만약 본인이 월북 의사를 명확히 밝힌 증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북측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은 아니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만에 하나 월북이 맞다고 해도, 그것은 북한 측의 만행을 정당화시켜 주지도 우리 정부 측의 무책임한 대응을 정당화시켜 주지도 않는다. 북측이 민간인을 무참하게 사살하고 그 시신마저 유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 엄중한 사건을 놓고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명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잘못 판단하거나 행동한 것들이 있다면 국민 앞에 소상히 알리고 사죄해야 한다. 또한 북측으로부터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우리가 우리 국민들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행동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의지를 북측에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우리 한국 기독교계가 이 같은 참극에 대해 너무나도 무관심하고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몇몇 교계 단체들과 목회자들이 입장을 표명하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전체적으로 그 정도가 너무 미진한 듯하다. 생명과 인권에 대한 기독교계 전반의 관심과 의식 제고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