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 중국·파키스탄·러시아 이사국 선정
제75차 유엔 총회에서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쿠바 등 종교 자유 침해가 심각한 국가들이 47개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 중 15개 신임 이사국으로 선정되자 인권단체들이 반발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최근 보도했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인권단체인 유엔와치(UN Watch)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오늘은 인권에서의 암흑의 날”이라며 “이 독재국들을 유엔의 인권 심판으로 선출한 것은, 마치 방화범 무리를 소방대에 배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총회는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15개 신임 이사국을 선출했다. 인권위원회는 인권결의안 뿐 아니라 종교자유침해에 대한 조사도 총괄한다.
선출된 국가들 중에는 미 국무부가 종교자유침해 특별우려국으로 또는 특별감시국 명단에 올린 국가들도 포함돼 있었다.
인권이사회 의석은 지열별로 배분된다. 이날 선출된 15개국 의원들 중 대부분은 경쟁 없이 선출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유럽 의석을, 멕시코, 쿠바, 볼리비아는 남미/캐러비안 지역의 3개 의석을 차지했다. 쿠바와 러시아는 반대에 부딪힌 국가들이었다.
5가지 방식으로 진행된 경쟁에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이사국에 선정됐다.
인권단체들은 오는 20일 선거를 앞두고 중국, 러시아, 사우디 아바리아, 쿠바,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 국가의 인권 관련 실적이 인권이사국으로서 ‘부적격’하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엔 와치에 의하면,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비민주적 국가가 60%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는 ‘인권 조롱을 일삼는, 정치적이고 자기 이익을 찾는 조직’”이라고 비난한 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회의 직후 트위터에 “중국, 러시아, 쿠바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한 것은 미국이 2018년 인권이사회를 떠나기로 한 이유를 분명하게 해 준다”고 남겼다.
휴먼라이츠와치 소피 리차드슨 국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산업적 차원의 인권 침해’와 ‘평화적 비판자들의 수감에 따른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중국은 2016년 종교적 소수민족에 대한 처우로 전 세계적 감시를 받으며 이전보다 41표를 잃었다”고 했다.
리차드슨 국장은 “다른 유엔 포럼에서도 중국 정부의 끔찍한 인권 침해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2019년 10월 총회의 제3위원회에서 23개 국가가 중국 신장 내 무슬림들에 대한 학대를 맹비난했고, 1년 후에는 40개국으로 확장됐으며 이후 홍콩과 티베트에 대한 우려로까지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디아리오드 바(Diario de Cuba)에 따르면, 85개에 달하는 쿠바 인권 단체와 독립적인 언론 매체들이 쿠바의 5번째 이사회 선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17표를 받은 쿠바는 작년 12월, 미 국무부가 심각한 종교 자유 침해에 관여하거나 묵인하는 국가를 상대로 작성한 ‘특별감시국’에 선정됐다. 쿠바 정부는 종교 지도자들과 민주주의 수호자들을 수감하는 등 종교자유를 지속적으로 침해한 혐의를 받아왔다.
인권단체들은 “쿠바의 지속적인 이사국 선출은 인권 침해국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사회의 청렴도를 약화시킨다”면서 “이사국들은 국제 인권법을 따라야 하며, 의원들은 쿠바 정부가 자국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국제 규범을 약화시키는 데 그 지위를 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69표를 확보한 파키스탄은 전 세계 기독교 박해국가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 종교인들은 다수의 무슬림들에 의한 신성모독 혐의로 수 차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되는 범죄인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에 따라, 수십 명이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파키스탄은 역시 미 국무부가 지정한 종교자유 특별감시국가에 포함돼 있다.
기독교 박해국 순위 46위를 기록 중인 러시아는 156표를 얻었다. 러시아 정부는 테러방지법을 시행해 러시아정교회 이외의 교회를 박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독교인들의 활동은 국가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됐다.